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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와 대한항공의 차이 [thebell note]

고설봉 기자공개 2018-11-19 13:28:00

이 기사는 2018년 11월 16일 08:1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현대차그룹과 한진그룹은 최근 지배구조와 관련해 펀드들로부터 공격받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현대차그룹은 미국 행동주의 펀드인 엘리엇으로부터, 한진그룹은 한국 행동주의 펀드인 KCGI로부터 각각 변화를 요구 받고 있다.

두 그룹은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과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강력한 '오너십'을 발휘하고 있다. 대기업집단으로 오너 3세 승계를 목전에 두고 있다는 점도 같다. 이미 오너 3세들은 경영 전면에 나섰고, 지분 상속을 포함해 승계 작업이 진행 중이다. 이런 연유로 행동주의 펀드의 표적이 됐다.

그러나 상황이 전개되는 양상에서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 언론과 시장, 국민들은 두 그룹이 처한 상황에 대해 전혀 다른 잣대로 평가한다. 두 그룹이 같은 상황에 처했지만 이를 두고 만들어지는 여론은 갈린다.

엘리엇의 현대차그룹 공격에 대해서는 현대차그룹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경향이 크다. '투자 수익을 극대화 하기 위해 무리하게 기업을 공격하는 비도덕적이고 악랄한 펀드'로 엘리엇을 규정하고, 그런 엘리엇으로부터 현대차그룹이 휘둘리지 않아야 한다는 논리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엘리엇이 본격적으로 현대차그룹에 대해 지배구조 개편을 요구할 때부터 이런 논리는 생산되고 퍼졌다. 엘리엇은 홍보대행사를 동원하고, 홈페이지를 만들며 이미지 쇄신을 노렸지만 실패했다. 여론은 엘리엇과 현대차그룹 오너십 간의 도덕성 다툼에서 엘리엇이 더 나쁘다고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

반면 한진그룹에 대한 KCGI의 공격에 대해서 여론은 한진그룹 편이 아니다. 오히려 한진그룹 안팎에서는 '이 참에 조 회장 일가의 경영권을 박탈해야 한다'는 말들도 심심찮게 들린다. 잠잠하던 한진그룹 직원연대 단체 카톡방은 다시 활동에 들어갔다. 직원들부터 조 회장의 오너십이 부당하다는 여론을 만들고 있다.

KCGI도 지배구조 개편이 아닌 '개선'이란 표현을 쓰며 한진그룹 오너십의 약한 고리를 파고 들었다. 개편의 사전적 의미는 '조직 따위를 고쳐 편성함'이다. 개선은 '잘못된 것이나 부족한 것, 나쁜 것 따위를 고쳐 더 좋게 만들다'라는 뜻이다. '지금 한진그룹 내에서 뭔가가 잘못 됐다'고 규정하고, 이를 '바꿔야 한다'란 논리다. 여론은 이런 논리를 수용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이 한진그룹에 비해 특별히 국민들에게 더 많이 사랑 받는다고 볼 수 없다. 현대차그룹이 생산하는 차량은 '최고'라기보다는 '가성비 좋은' 상품으로 취급된다. 반면 한진그룹이 운영하는 대한항공의 상품은 전 세계에 내놔도 손색없는 '최고'의 서비스로 인식된다.

엘리엇이 특별히 나쁜 것도, KCGI가 특별히 좋은 것도 아니다. 다만 두 그룹의 '오너십'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이 덜 나쁘고, 더 나쁠 뿐이다. 조 회장에게도 기회는 있었다. 자녀들의 일탈에 대한 진심 어린 사과와 경영의 투명성 확보라는 특단의 조치가 빨리, 정확히 이뤄졌었으면 좋았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든다. 그래도 아직 늦지 않았다. 변화된 모습을 보일 때가 왔다. 최고의 항공사가 외풍에 흔들려 무너지는 일이 없기만을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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