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8년 11월 23일 08:2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신용평가사는 자체 역량을 집대성한 평가 기준으로 발행사의 신용도를 측정한다. 객관성을 위해 각종 재무 수치가 동원되지만 등급 평정은 정답이 하나인 수학 문제가 아니다. 신평사마다 각자 평정 논리를 내세우는 게 얼마든지 가능하다.그럼에도 최근 현대중공업지주에 대한 본평가에선 잡음이 나오고 있다. 한국기업평가가 현대중공업지주의 등급 전망을 '긍정적(A-)'으로 조정하면서 제시한 평정요지 때문이다. 한기평은 주요 평정요인의 하나로 '현대오일뱅크 IPO(기업공개)에 따른 자체 재무부담 경감 가능성'을 꼽았다.
문제는 현대오일뱅크 상장엔 불확실성이 내포돼 있다는 점이다. 아직 딜 클로징을 가늠하기 이른 시점이다. 기대감과 가능성만으로 신용도에 반영했냐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거대한 부채자본시장을 제어하는 신용평가사는 최대한 보수적 관점에서 채무상환능력을 점검해야 한다. 신용평가 체계가 신뢰를 받으려면 신평사의 등급 안정성이 매우 중요하다.
크레딧업계 관계자는 "현대오일뱅크 IPO가 지연되면서 아직 증권신고서도 제출하지 않았다"며 "신용평가사가 주요 평정요인으로 제시한 게 의아하다"고 말했다. 이어 "아웃룩에 반영할 정도로 기정사실화된 이슈인지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현대오일뱅크는 상장 시점을 올해 하반기에서 내년 상반기로 한 차례 연기했다. 회계 감리 이슈에 발목이 잡혔기 때문이다. 상장 의지가 확고하지만 이변이 없을 것으로 간주하기엔 이르다. 금일 감리 해제를 통보받더라도 갈 길이 멀다. 한파에 시달리는 국내 증시가 내년 초 어떤 상황으로 치닫을지 누구도 확언할 수 없다. 오일뱅크의 몸값이 추락할 경우 SK루브리컨츠와 같이 철회를 선택할지 모른다. 수개월 내 실제 상장에 성공할지라도 현 시점에선 아직 장담할 수 없는 이벤트다.
물론 한국기업평가가 현대오일뱅크의 상장만 보고 등급을 매긴 건 아니다. 현대중공업지주는 그룹의 지주사로서 정유·화학 계열의 실적 비중이 늘면서 통합신용도가 개선됐다. 지주사 전환 개시 직후 7조원이 넘던 연대보증 규모도 1조5000억원 수준으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현대오일뱅크 IPO가 평정요인으로 제시된 것도 분명하다. 한기평과 함께 본평가(A-, 안정적)를 실시한 한국신용평가는 주요 평가요소에 오일뱅크 IPO를 넣지 않았다. 보고서 말미에서 상장을 통한 자금 확충 기대감을 언급했지만 아직 신용도엔 반영하지 않은 것이다.
혹시라도 현대오일뱅크 상장이 곤경에 처하면 한국기업평가가 어떤 식으로 대응할지 궁금하다. 크레딧업계에서 나오는 목소리가 단순한 잡음인지 곱씹어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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