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림길 치과산업 '포스트 임플란트를 찾아라' [덴탈컴퍼니 프리즘]오스템 등 빅3 성장 고착화, 해외는 'M&A·디지털 덴티스트리' 플랫폼 진화
조영갑 기자공개 2019-01-02 10:30:59
[편집자주]
우리나라 치과 산업은 삼분지계로 나뉜다. 오스템, 덴티움 등이 구축한 임플란트 리딩그룹에 이어 신흥 등이 이끄는 내수 치과재료상이 한축을 이룬다. 다음으로는 신산업을 개척하는 벤처그룹이 있다. 규모와 주력제품은 다르지만 각 업체들은 '최선의 술식'을 위해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1997년 임플란트 국산화 이후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해 온 국내 치과 산업 발자취와 현주소를 짚어보고 미래를 가늠해본다.
이 기사는 2018년 12월 11일 07:0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 2018년 12월 7일부터 9일까지 경기도치과의사회가 주최하는 국제학술대회 및 기자재전시회(GAMEX2018)가 코엑스에서 열렸다. GAMEX는 서울시치과의사회가 주최하는 SIDEX에 버금가는 굴지의 기자재전시회다. 약 640개 부스 규모의 전시장에는 120여개 국내 업체가 참여해 주력 제품을 전시했다. 눈에 띄는 대목은 전시장의 구성이다. 덴탈이미징 분야의 업체인 바텍과 HDX를 ‘분계선'으로 한국 치과 시장의 양대산맥인 신흥과 오스템이 각각 110부스와 90부스를 차지했다. 전체 부스의 32%를 차지하는 점유율이다. 업종별로도 덴티움, 디오 등 임플란트 관련이 기업이 70% 이상을 차지했다.# 격년으로 독일 쾰른에서 개최되는 IDS(International Dental Show)는 치과 산업의 만국 박람회다. 규모는 상상을 뛰어넘는다. 코엑스 13배 전시장에 152개국 2200여 개 업체가 참가했고 15만 여명이 다녀갔다(2017년). 지난 전시회의 화두는 ‘디지털'이었다. 스트라우만, 이보클라비바덴트, 덴츠플라이시로나 등의 업체들은 재료가 아닌 플랫폼을 들고 자웅을 겨뤘다. 임플란트로 출발했지만 어플리케이션 테크놀러지, 3D 프린터, 컴팩트 밀링머신 등을 내세우며 제작과 시술의 경계를 무너뜨리고 있었다. 교육용 VR(가상현실) 프로그램도 눈에 들어왔다.
‘Post Implantism(임플란트 이후)'을 찾아라! 한국 치의학계가 직면한 화두다. 임플란트는 한국 치과계의 기간산업이다. 임플란트를 중심으로 재료와 디바이스 산업이 연동돼 있다.
스웨덴의 브레네막 박사가 1965년 처음으로 임상에 성공한 이후 30년간 아성을 지켜 온 임플란트는 한국으로 건너와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됐다. 1997년 오스템임플란트가 국산화의 불을 지피고 관련 세미나가 봇물을 이뤘다. 곧 국내 치과계는 임플란트 유저의 천국이 됐다. 현재 우리나라는 임플란트 유저가 1만명당 412명으로 이탈리아, 스위스, 독일의 90~170명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다. 그야말로 임플란트 대국이다.
정교한 기술과 우수한 품질은 수출 모멘텀을 끌어올렸다. 2013년 오스템임플란트는 생산액 기준 3967억원을 기록해 영상진단기기업체인 삼성메디슨(2689억원)을 멀리 따돌렸다. 후발주자인 덴티움, 디오 등의 메이커도 제품 혁신에 나서면서 임플란트의 전성기를 견인했다. 국내 치과용 임플란트 수출은 2010년 기준 5200만달러에서 2015년 1억5200만달러로 연평균 23.9% 성장했다. 의료기기 수출에서 두 번째로 큰 비중을 차지하는 품목이 됐다.
특히 중국은 가장 빠르게 임플란트 수요가 늘어나는 이머징 마켓이 됐다. 한국보건산업연구원에 따르면 현재 중국의 임플란트 시장은 1억2000만달러 수준에 불과하지만 연평균 19.5% 상승해 2023년께 5억달러 규모가 될 것으로 보인다. 오스템이 현재 36%의 점유율로 중국 점유율 1위를 달리고 있다. 2017년 중국 매출액은 737억원으로 전년대비 46.2% 증가(504억원)했다. 덴티움도 매출 470억원을 올리며 중국 시장에서 선전했다. 오스템, 덴티움, 디오 등 임플란트 분야의 빅3가 2017년 올린 매출액은 6440억원으로 편차가 있지만 전년대비 최대 27% 성장률을 기록했다.
하지만 위기는 풍요 속에 있다. 임플란트에 대한 지나친 의존과 국산화가 이미 100%에 가까운 구조가 산업의 활력을 둔화시킬 거라는 의견도 존재한다. 거대 기업의 판매 유통망이 신규 사업자의 진입장벽을 지나치게 높였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있다. 국내 최대 임플란트 학회의 한 임원은 "한 산업이 20년 간 성장세를 지속했다면 그 이후는 쇠락기를 맞을 수밖에 없다"며 "우리 치의학계는 임플란트 이후를 전혀 대비하지 않고 있다"고 쓴소리를 했다.
실제 대내외의 환경은 녹록지 않다. 산업의 노후화는 여기저기서 감지된다. 특히 극도의 레드오션으로 접어든 국내 시장은 저가 출혈 경쟁 늪으로 스스로 빠져들고 있다. 전성기때 300만원에 이르던 1치당 식립수가는 현재 50만원 대까지 날개 없는 추락을 거듭하고 있다. 더불어 세계 시장의 강자들은 인수합병으로 ‘벌크업' 하면서 체질을 바꾸고 있다. 2014년 짐머는 바이오멧을 인수하고, 이듬해 스트라우만은 브라질의 네오덴트를, 덴츠플라이는 시로나를 인수하면서 덩치를 키웠다. 단순 임플란트 제조업에서 탈피해 디지털 덴티스트리 플랫폼 시장까지 영토를 확장하고 있다.
우리도 별다른 움직임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임플란트에 비하면 미미한 수준이지만 신산업의 맹아도 싹트고 있다. 기존 판로를 우회해 동유럽을 공략하고 있는 메가젠임플란트가 있다. 아이오바이오는 치과 디바이스 최초로 신의료기술에 등재되면서 네덜란드, 러시아, 멕시코 등으로 판로를 개척하고 있다. 발치된 자가치아로 만든 이식재를 생산하는 한국치아은행 역시 신의료기술로 등재되고 보험 급여화를 눈앞에 두고 있다. 아쿠아픽은 높은 국내 점유율을 바탕으로 50여 개국에 수출길을 열면서 임플란트 산업과 동반성장하고 있다.
임훈택 한국치과기재산업협회 회장은 "질적 성장을 거듭해 국내 치과산업은 이제 기로를 맞고 있다"면서 "기존의 주력산업 성장세를 지키면서 동시에 다양성을 확보할 수 있는지 여부가 산업의 활력을 좌우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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