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9년 01월 28일 17:4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현대중공업지주가 현대오일뱅크 지분을 아람코에 매각하기로 한 데 따라 조단위 현금을 거머쥘 수 있게 되면서 신사업 진출, 배당 및 자사주 매입 등의 가능성을 확보하게 됐다. 아람코는 한국 정유시장 내 확고한 입지를 다지면서 향후 외연 확대를 위한 안정적인 파트너사를 차지하게 됐다. 현금재원이 필요한 현대중공업지주와 신규사업 발판 마련이 시급한 아람코의 이해관계가 잘 맞아떨어진 딜(Deal)이라고 업계는 해석하고 있다.

28일 현대중공업지주는 사우디 아람코사(社)와 현대오일뱅크 지분을 최대 19.9% 매각하는 투자계약서를 체결했다고 밝혔다. 현대오일뱅크의 기업가치를 약 10조원 규모로 추산, 여기에 11% 할인율을 적용해 매각단가를 책정했다. 주당 매각가는 3만 6000원, 총 매각금액은 최대 1조 8000억원 수준이 될 것으로 추산된다.

아직 매각 주식수가 확정되진 않았지만 이번 거래를 통해 현대중공업지주는 조단위 현금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이 자금을 통해 현대중공업지주는 재무구조 개선 및 신사업 진출 등에 사용한다는 입장이다. 재무구조개선은 매각 자체만으로도 부채비율을 낮추고 유동비율을 높이는 효과를 볼 수 있다.

신사업 진출 관련해서는 현재 투자하고 있는 사업에 대한 자금 추가 집행은 물론 인수합병(M&A) 등으로 외연확대도 꾀할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현대중공업지주가 추진하고 있는 로봇사업에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현대중공업지주는 지주 내 로봇사업부를 두고 있을 정도로 산업용 로봇시장 진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독일 산업용 로봇기업과 협업을 하고 있는 데 이어 중국 허궁즈넝(HGZN,哈工智能)과 합작사를 설립해 중국 로봇시장 진출을 앞두고 있다.

현대중공업지주 관계자는 "지주는 투자회사인만큼 다양한 신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기회를 엿보고 있다"며 "산업용 로봇시장 확대는 물론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될만한 아이템을 발굴하는 데 확보한 자금을 쓰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금융투자업계서는 현대중공업지주의 현금 확보로 고배당 및 자사주 매입도 기대하는 눈치다. 현대중공업지주는 지난해 공시를 통해 향후 배당성향을 70% 이상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애널리스트는 현대중공업지주의 현금배당이 주당 2만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하는 등 고배당을 점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현대중공업지주의 현금확보는 배당에 대한 기대감을 높일 수 있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아울러 자사주 추가 취득에 재원을 활용할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현대중공업은 그동안 지배구조 개편 이슈와 맞물려 자사주 취득에 적극적이었다.

아람코는 이번 현대오일뱅크 지분 인수를 통해 한국 정유시장에서 확고한 지배력을 챙길 수 있을 뿐 아니라 자사의 원유를 안정적으로 판매할 파트너사를 확보했다. 아람코는 지난 1991년 한국시장에 진출한 이후 꾸준히 영향력을 확대해 왔다. 석유를 대체할 에너지에 대한 수요와 공급이 점차 확대되고 있는 상황에서 안정적인 파트너사 확보는 매우 시급한 사안이었다.

더욱이 신사업으로 석유화학분야로 외연을 확대하는 데 있어서도 현대오일뱅크를 파트너사로 확보하는 것은 꽤 매력적인 딜(Deal)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 딜에 아람코가 먼저 제의하고 적극적으로 나선 것 역시 보다 공격적으로 한국시장 플레이어들을 활용해 영향력을 확대하겠다는 목표로 해석된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아람코는 한국시장에 대한 지대한 관심 속에 오래 전부터 국내 정유사들을 인수하는 방안을 추진해 왔다"며 "이번 현대오일뱅크 인수 건 역시 아람코가 적극적으로 의사를 타진하면서 진행된 딜로, 현대중공업지주의 신사업을 위한 실탄마련과 아람코의 한국시장 내 영향력 확대 니즈가 잘 맞아떨어졌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