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9년 02월 22일 11:4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수직계열화를 통해 자동차 원재료인 강판부터 부품·완성차까지 모두 생산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일사불란하고 빠른 의사 결정과 추진력을 통해 원가 경쟁력을 확보하는 등 수직계열화의 장점을 활용하면서 이익을 극대화했다.

현대차는 국내 56개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다. 이중 주요 종속기업은 △현대캐피탈(59.68%) △현대카드(36.96%) △현대로템(43.36%) △현대케피코(100%) △그린에어(51%) △현대오트론(60%) △현대파텍스(56%) △현대엔지비(53.66%) △메인트란스(80%) △전북현대모터스에프씨(100%) 등이다. 소유지분율이 과반수 미만임에도 종속기업인 회사는 현대카드와 현대로템이다.

제조업체 중에선 현대로템이 유일하다. 그런데 현대차는 현대트랜시스(현대다이모스·현대파워텍 합병) 지분 41.1%를 보유하고 있음에도 이 회사는 관계회사로 두고 있다. 때문에 현대차 연결 재무제표 상에는 현대로템 등 종속회사의 자산, 매출, 영업이익은 반영되지만 현대트랜시스 등 관계회사들은 지분율만큼만 일부 재무사항이 모회사인 현대차 실적에 포함된다.


현대차는 현대로템 지분 43.36%를 갖고 있지만 현대로템을 종속회사로 분류했다. 현대차 측은 "보유한 의결권의 상대적 규모와 다른 의결권 보유자의 주식 분산 정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사실상 지배력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계열사 지분율과 무관하게 지배력을 판단해 종속회사와 관계회사를 나눈 것이다.

'사실상 지배력(De Facto Control)'이라는 개념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이 개념은 2013년부터 새롭게 적용된 기업 재무제표 상의 용어다. 한국채택국제회계기준(IFRS)에서는 모회사의 자회사 지분율이 50%를 초과할 경우 연결재무제표를 작성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사실상 지배력의 개념을 적용하면 50%라는 숫자는 무의미해진다. 50%를 초과하지 않더라도 지배력이 인정되면 연결재무제표를 작성해야 한다.

그렇다면 현대트랜시스는 '사실상 지배력'과 거리가 먼 회사일까. 현대차는 현대트랜시스 지분 41.1%를 갖고 있는 최대주주다. 이어 기아차가 40.3%를 차지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현대차는 기아차 지분 33.88%를 보유하고 있다. 사실상 현대기아차가 현대트랜시스 의결권을 쥐고 있는 셈이다. 그럼에도 관계회사로 남아있다.


현대위아도 마찬가지다. 현대차는 현대위아 지분 25.35%의 지분을 갖고 있는 최대주주다. 이어 기아차가 13.44%, 정의선 수석부회장이 1.95%를 보유하고 있다. 적지 않은 지배력을 행사하고 있음에도 현대위아는 종속회사가 아니다. 처음부터 그랬던 건 아니다. 2010년까지만 해도 현대위아와 현대다이모스는 현대차 종속회사였다.

그러나 2011년 1월1일 IFRS 기준에 따라 종속회사에서 관계기업으로 변경됐다. 지배력이 50% 이하면 실질지배력이 없다고 판단해 연결대상기업에서 제외하도록 했기 때문이다. 당시 현대차는 현대위아 지분 39.46%를 갖고 있었다. 현대다이모스 지분도 47.27%로 50%를 넘지 못해 관계회사로 둘 수밖에 없었다. 이후 2013년 '사실상 지배력' 개념이 도입돼 종속회사 전환이 가능했지만 그대로 뒀다. 때문에 의문부호가 던져진다. 현대차 측은 "IFRS 기준을 따랐을 뿐"이라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