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창근 현대상선 사장 '용퇴', '산은 입김' 작용했나 3년 전 "해운재건 적임자"…은행 내 구조조정 임원 교체 후 기류 변화
고설봉 기자공개 2019-02-25 08:16:05
이 기사는 2019년 02월 22일 14시25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올 2분기 상당히 긍정적이고 희망적인 결과를 냈다. 향후 100만TEU 규모로 선사를 키위기 위해 선박을 확보할 것이다."2017년 8월11일 유창근 현대상선 대표이사(사장)는 사옥 대강당에서 기자 간담회를 열었다. 2분기 실적 발표에 겸해 현대상선의 비전을 제시하는 자리였다. 유 사장은 자신감 넘치는 어조로 현대상선의 '장밋빛 미래'를 제시했다.
유 사장은 2016년 9월 취임 직후부터 종횡무진 회사 안팎을 누볐다. 사기가 떨어진 직원들을 다독이는 한편, 한국 해운업 맏형이 된 현대상선의 역할에 걸맞게 해운업계 인사들과의 교류도 활발히 했다. 옛 한진해운 직원들을 대거 채용하며 영업망 확대에도 공을 들였다. 유 사장은 "국적선사로서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하기 위해 대규모 투자에 나설 것"이라고 늘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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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유 사장의 자신감은 현대상선 최대주주이자, 해운 재건을 위한 자금 지원의 키를 쥐고 있는 산업은행의 전폭 지원 덕분이었다. 유 사장은 산은으로부터 현대상선 정상화와 해운 재건의 적임자로 평가 받았다. 인천항만공사 사장을 끝으로 현직 은퇴가 점쳐졌지만 돌연 현대상선 사장으로 화려하게 '컴백'했다.
2016년 8월 산은 등 채권단은 현대상선의 새로운 사령탑 선임을 서둘렀다. 산은 등이 포함된 경영진추천위원회는 현대상선의 새 CEO 선임을 위해 복수의 후보군을 물색했다. 이어 9월 산은은 유 사장을 현대상선의 대표이사(CEO)로 낙점해 발표했다.
이후 산은은 현대상선에 전폭적인 지원을 쏟았다. 특히 유 사장이 취임 직후부터 강하게 밀어붙인 '선복량 100만TEU 선사' 도약을 위한 자금 지원을 도맡았다. 2017년 12월 유상증자에 참여해 자금을 수혈해 줬다. 이어 지난해 말에는 현대상선의 총 20척 초대형컨테이너선 발주를 위한 필요 자금을 모두 산은이 우선 지원했다.
하지만 올해 1월1일 단행된 산은 인사에서 대폭 물갈이가 이뤄지면서 유 사장과 호흡을 맞춰왔던 인물들이 대거 자리를 옮기거나, 물러났다. 이동걸 산은 회장은 지난 2017년 말 취임 이후 첫 인사에서 임기만료 등으로 물러난 2명의 임원을 제외하고 전원을 유임시켰지만 이번 인사에서는 대거 교체했다. 특히 현대상선을 담당하는 구조조정본부장과 기업구조조정1실이 모두 교체됐다. 정재경 본부장과 김상일 실장이 각각 새롭게 현대상선의 구조조정을 진두지휘하게 됐다.
이 가운데 현대상선을 담당하는 기업구조조정1실에서 최근 들어 현대상선에 대한 대규모 구조조정을 예고하는 발언을 쏟아냈다. 산은은 지난해 현대상선에 내부감사를 요구해 무더기로 징계하기도 했다. 올 2월에는 신임 김상일 기업구조조정1실장이 현대상선에 대한 '전면압박'을 거론하기도 했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산은과의 관계에서 새로운 전환점이 필요한 시점이고, 현대상선을 담당하던 산은 임원들이 대거 물갈이 되면서 이에 따라 유 사장과의 호흡을 맞추는 문제도 거론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해 말부터 산은이 현대상선에 대한 체질개선을 주문하고, 해양진흥공사를 통해서도 계속해서 혁신을 강조하는 등 변화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더불어 최근 대우조선해양 등 구조조정이 마무리돼 가는 가운데 현대상선은 산은의 '아픈 손가락'이다. 현재 산은이 구조조정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하고 있는 기업은 현대상선, 대우건설, 대우조선해양, STX중공업, 동부제철, 한국GM, 금호타이어 등이다. 이 가운데 매각 등이 이뤄지거나, 실적 및 재무 개선으로 회생이 이뤄지며 대부분 기업들에 대한 구조조정은 마무리 단계다.
그러나 여전히 현대상선은 산은의 추가 지원 없이는 독자생존 할 수 없다. 현대상선은 지속적인 영업적자로 경여정상화의 물꼬를 트지 못하고 있다. 2015년 1분기 이후 연속 적자가 누적되고 있다. 남아 있는 구조조정 이슈 중 가장 큰 문제인 현대상선에 대해 산은이 본격적으로 칼을 대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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