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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취 감췄던 종목형 ELS, 왜 손실 안고 재등장 했나 고수익 상품 수요 충족…지수형 기초자산 쏠림 완화 기대

김수정 기자공개 2019-03-11 08:00:29

이 기사는 2019년 03월 08일 11:2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동안 자취를 감췄던 종목형 주가연계증권(ELS)이 손실을 등에 업고 재등장했다. 코스피가 긴 횡보구간을 벗어난 2017년 고수익 금융상품 수요가 되살아나면서 최근 몇 년 사이 종목형 ELS가 부활했다. 증권사들은 종목형 ELS를 통해 다양한 투자 수요를 충족하는 동시에 특정 해외지수 쏠림을 완화하고자 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지난해 하반기 글로벌 증시가 불안해지면서 연초 들어 손실을 보면서 상환되고 있다. 과거 종목형 ELS 트라우마가 재현될 조짐이다.

◇ 대규모 손실 사태 후 실종

8일 예탁결제원에 따르면 2007년 국내주식형 공모 ELS 발행규모는 5조1586억원으로 전체 공모 ELS 발행금액(7조1255억원)의 72.4%를 차지했다. 같은 해 지수형 ELS 발행금액은 1조9175억원으로 전체의 26.9%에 불과했다.

이처럼 종목형 위주로 형성돼 있던 국내 ELS 시장은 글로벌 금융위기를 맞아 지수형 중심으로 재편됐다.

2008년 주식형 ELS 발행규모는 2조5151억원으로 전년 대비 반토막 났다. 전체 ELS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46.8%로 축소됐다. 반면 지수형 ELS 발행액은 2조7051억원(50.3%)으로 41.1% 증가했다. 종목 ELS 발행액은 2016년 310억원까지 줄었다. 지수형 ELS 발행규모는 같은 기간 21조5018억원으로 증가했다.

종목 ELS가 이처럼 자취를 감춘 건 대규모 손실 사태를 겪으면서다. 2007년 코스피는 급등을 거듭해 연말 2100포인트를 바라봤으나 이듬해 금융위기 발발로 1년 만에 800포인트대로 급락했다. 2년이 채 안 돼 2200포인트 수준을 회복했지만 2011년 8월 미국 연방정부 신용등급 강등 사태로 1개월 만에 또 1700포인트 아래로 떨어졌다.

주가가 큰 폭으로 오르내리던 당시 종목 ELS들은 대거 녹인(Knock-in)에 들어서거나 만기에 손실 상환됐다. 특히 2008~2009년 상환된 ELS의 경우 원금 손실률이 70%에 달하기도 했다. 이를 본 대다수 투자자들은 종목 ELS에서 등을 돌렸다.

하지만 수백억원 수준까지 쪼그라들었던 종목 ELS 발행금액은 2017년 2563억원으로 전년 대비 10배 가까이 급증했다. 지난해에도 발행액은 2812억원으로 9.7% 늘면서 증가 추세가 이어졌다. 발행규모가 확대되면서 상품 구조도 다각화됐다.

◇ 코스피 랠리 따라 재등장…기초자산 쏠림 해법 역할도

이처럼 종목 ELS 시장이 다시 활기를 찾은 건 주가가 회복되면서 리테일에서 고수익 투자상품 수요가 다시 살아났기 때문이다. 코스피는 2016년 말 상승 랠리를 시작해 미국 신용등급 이슈 이후 6년 만인 2017년 2200포인트대를 회복했다.

코스피가 긴 박스피를 벗어나자 초과 수익을 내고자 하는 고위험 ELS 수요도 커졌다. 지수만으로 ELS 쿠폰을 매력적으로 제시하는 데 한계가 있었던 증권사는 다시 개별 종목을 기초자산으로 끌어오기 시작했다.

증권사 관계자는 "ELS는 특히 매주 만들어지는 것이기 때문에 리테일 고객의 목소리가 바로 상품에 반영된다"며 "투자자 입장에서 상품성이 매력적이지 않으면 청약 미달로 발행조차 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종목형 ELS가 실종된 동안 기초자산이 HSCEI나 항셍지수(HSI) 등에 지나치게 쏠린 것도 증권사들이 종목 ELS 발행을 재개한 이유로 지목된다. 증권사들은 두 차례 증시 급락을 겪은 후 해외 지수에 매달렸다. 국내 지수는 변동성이 급격히 작아져 안정적이긴 했지만 기초자산으로서 매력이 없었다. HSCEI는 변동성이 크고 헤지가 용이하다는 점에서 최적의 기초자산으로 부상했다.

HSCEI를 기초자산으로 한 ELS 발행규모는 2010년 3조1705억원으로 전체 ELS 발행금액의 28.9%에 해당했다. 2014년이 되자 전체 ELS 발행금액의 85.6%인 26조3903억원으로 확대됐다. 이듬해인 2015년에도 전체 ELS의 82.6%(31조6006억원)가 HSCEI를 기초로 발행됐다. 같은 해 하반기 중국 증시가 급락하면서 HSCEI 기초 ELS가 줄줄이 녹인에 들어섰다.

이에 금융당국은 HSCEI 기초 ELS 발행량을 줄이려는 의도로 2015년 11월부터 작년 1월까지 ELS 발행총량규제를 실시했다. HSCEI 사용이 제한되자 HSCEI와 성격이 비슷한 HIS가 빈 자리를 대체했다. HSI 기초 ELS는 2015년 497억원(0.1%)에 불과했지만 2017년 22조6664억원(45.9%)으로 급증했다. 또다시 기초자산 쏠림 리스크가 불거졌다.

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HSCEI나 HSI나 차이가 없는데 이 지수에 기초자산이 몰려있어서 집단 손실 리스크가 부각되곤 했다"며 "기초자산을 분산해야 하는데 해당 지수들처럼 변동성과 헤지 편의성이 좋은 다른 지수가 없다 보니 어쩔 수 없이 국내외 주식으로 눈을 돌린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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