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업계 이합집산]글로벌 7위 한진해운 파산…왜소해진 국적선사①반토막난 해운 경쟁력, SM상선 출범…해운사 구조조정 여전히 진행형
임경섭 기자공개 2019-03-20 10:25:00
[편집자주]
장기화되는 해운 불황 속에 해운사 이합집산의 움직임이 다시 감지되고 있다. 합종연횡을 통해 경쟁력을 키워온 글로벌 선사들에 대응한 국내 선사들 사이의 뒤늦은 통합 논의다. 국내 대표선사인 한진해운이 파산하는 사태를 겪으며 한국 해운업계는 큰 지각변동을 치렀다. 하지만 우리나라 해운업 경쟁력은 뒷걸음질하고 있다. 깊어지는 불황 속에 해운업종의 뚜렷한 바닥탈출 기미도 보이지 않는다. 더벨이 최근 다시 불거지고 있는 해운업계의 이합집산 현황과 해운사의 현재를 들여다봤다.
이 기사는 2019년 03월 18일 16:3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내 1위 선사였던 한진해운의 위기는 국내 해운업계에 커다란 파장을 몰고왔다. 국내 대표선사이자 선복량 기준 글로벌 7위에 올랐던 한진해운은 오랜 구조조정 끝에 2016년 8월 31일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회계감사 결과 청산가치가 존속가치보다 높다고 판단하면서 한진해운은 법정관리 6개월만인 2017년 2월 최종 파산 선고를 받았다.한진해운이 창립 67년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지면서 한국 해운업의 글로벌 시장 경쟁력은 크게 후퇴했다. 최대 선사였던 한진해운이 공중분해 되면서 국내 선사들은 연쇄적으로 커다란 변화를 맞았다. 해운업의 위기에 대한 경각심이 고조되고 국적 선사들은 재편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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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해운 공중분해…재편되는 해운업계
수 년간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최종적으로 해운업계에서 퇴출되면서 한진해운이 보유한 자산은 공중분해 됐다. 한진해운은 컨테이너선 100척과 벌크선 44척 등 144척 규모의 선대를 보유하고 있었다. 청산을 주도한 금융위원회로서는 한진해운이 상실하게 될 자산을 국적 선사들이 취득하는 방안이 최상의 시나리오였다. 하지만 국적 선사들은 한진해운의 자산을 온전히 떠안을 여력이 없었고, 우량 자산의 상당부분은 해외 선사들에 넘어갔다.
당시 한진해운의 핵심자산이었던 1만3천TEU급 대형 선박 9척은 각각 덴마크의 머스크(6척)와 스위스의 MSC(3척) 등이 가져갔다. 공급과잉을 주도하며 호시탐탐 M&A 기회를 엿보던 해외 선사들은 한진해운 퇴출의 가장 큰 수혜자가 됐다. 한진해운의 핵심 자산을 확보하고 몸집을 불리면서 글로벌 시장에서의 독보적인 입지를 더욱 견고하게 다졌다.
SM상선과 에이치라인해운은 한진해운의 유산을 끌어안고 탄생했다. SM상선은 한진해운의 주력 영업망이었던 미주 및 아주노선 영업권을 인수하면서 출범했다. 275억원을 들여 한진해운의 컨테이너선 12척을 인수하고 직원 200여명을 확보했다. 이후 2017년 3월부터 본격적인 영업을 시작했다.
에이치라인해운은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의 구조조정을 틈타 사업을 확장했다. 한앤컴퍼니는 2014년 한진해운의 벌크전용선 사업부를 인수하면서 에이치라인해운을 설립했다. 단숨에 36척의 벌크선 및 LNG선을 확보한 에이치라인해운은 이후 2016년 현대상선 벌크 전용선 사업부마저 인수하며 50척의 선단을 갖췄다.
◇반토막난 해운 경쟁력…작아진 국적선사
대표 선사를 잃으면서 국적 선사들의 경쟁력은 크게 감소했다. 해운업 경쟁력을 가늠하는 지표로 사용되는 원양선사의 점유율과 선복량은 치명타를 입었다. 2016년 6월 국내 원양선사의 선복량은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을 합쳐 104만TEU에 달했다. 하지만 한진해운 사태 이후 현대상선과 SM상선을 더해 선복량 40만TEU 수준으로 급감했다. 한국 해운업의 경쟁력이 반토막난 것이다.
한진해운이 수십 년에 걸쳐 쌓아 올린 글로벌 영업망도 사실상 붕괴 수순을 밟았다. SM상선은 한진해운의 미주 및 아주노선 영업권을 인수하고 사업을 개시했지만 한진해운의 유무형 자산에는 큰 손실이 발생했다. 선복량은 한진해운의 10분의 1 수준에 불과했고 얼라이언스에도 참여하지 못했다. 한진해운은 전세계 24개 현지법인과 100여 개의 현지지점을 가지고 있었지만, SM상선은 12개 지점과 8개 영업소만으로 출발하면서 네트워크와 영업력이 모두 크게 후퇴했다.
산업은행의 선택을 받은 현대상선은 마침내 살아남았다. 하지만 한진해운을 집어삼켰던 장기 불황 속에 외형이 크게 작아졌다. 자구 계획에 따라 현대부산신항만을 매각하는 등 알짜 자산을 속속 처분하며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진행했다. 또 벌크 전용선 사업부를 에이치라인해운에 매각하는 등 뼈를 깎는 노력을 이어갔다.
한진해운이 건재하던 시절 부산항은 세계 5위 항만으로 동북아시아 물류허브로 기능하고 있었다. 한진해운은 부산항에서 연간 100만개 이상의 환적화물을 처리했다. 하지만 법정관리 이후 1년 만에 부산항 환적화물은 30% 가량 감소했다. 남은 국적 선사들만으로는 부산항으로 화물을 집결시킬 충분한 역량이 되지 않았고 외국 항만으로 대거 이탈을 피할 수 없었다. 부산항은 세계 6위 항만으로 한 계단 내려오는 등 중국 항만들의 거센 추격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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