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해양 M&A 숨은 설계자, 산업은행 '안영규 실장' 타이틀리스트 인수자문 경험 등 M&A 전문가…성주영 수석부행장과 인연 '눈길'
안경주 기자공개 2019-03-26 09:26:09
이 기사는 2019년 03월 22일 15:4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세계 1위와 2위의 인수·합병(M&A). 현대중공업그룹이 대우조선해양을 품는 시나리오를 짠 인물은 누구였을까. 생존을 위해 자발적 구조조정을 실시하던 현대중공업그룹이 경영정상화 작업 중인 대우조선을 인수할 것이라고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그러나 대우조선 대주주인 산업은행은 사실상 수의계약 형태를 적용해 공개경쟁 입찰에 따른 매각 실패 확률을 줄이고, 현물출자와 신주발행이라는 주식교환 방식으로 인수자의 재무적 부담을 덜어주면서 M&A를 성사 시켰다. 이 때문에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과 권오갑 현대중공업지주 부회장의 결단이 빛났다는 평가와 함께 이번 M&A의 키 플레이어로 참여한 인물에 관심이 집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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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권과 법조계 등에 따르면 현대중공업그룹은 가삼현 현대중공업 사장을 팀장으로 한 태스크포스(TF)를 꾸려 이번 M&A를 검토해온 것으로 보인다. 특히 대주주인 정몽준 아산사회복지재단 이사장의 장남인 정기선 부사장도 TF에 합류했다.
반면 산업은행측 인사는 잘 알려지지 않았다. 그나마 지난 1월31일 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 인수 추진 발표와 대우조선 M&A 본계약 체결 당시 진행된 기자간담회에 얼굴을 드러낸 최대현 기업금융부문장(부행장)이나 정재경 구조조정본부장 정도만 이번 M&A에 관여했다고 추정할 뿐이다.
산업은행 내부에선 최근 한 인물이 조용히 회자되고 있다. 이동걸 회장을 보좌해 대우조선 M&A를 성공적으로 이끈 숨은 실력자로 평가받고 있는 안영규 기업금융1실장이다.
안 실장는 올해 초 산업은행 정기인사에서 기업금융1실을 맡았다. 작년까지 기업금융1실 협업성장전략팀장을 지냈다. 눈길을 끄는 부분은 팀장 시절이던 작년 9월부터 대우조선 M&A 관련한 산업은행의 TF 실질적인 책임을 맡아왔다는 점이다.
산업은행 내에서 대우조선 관련한 업무는 기업구조조정2실이 맡고 있다. 대우조선 경영정상화와 관련한 모든 실무를 책임져온 것이다. 하지만 이번 M&A와 관련한 책임은 이례적으로 기업구조조정2실 소속이 아닌 다른 곳에서 맡았다. TF는 안 실장을 중심으로 기업구조조정2실, 회계법인, 로펌 등 극소수 인원만 참여한 것으로 파악된다. IB업계 관계자는 "이번 M&A 구조와 관련해 자문을 맡았던 IB측에서 기초적인 아이디어를 냈지만 구체화 시킨 인물은 안영규 실장"이라며 "산업은행 내에서 신뢰가 두터웠다"고 말했다.
안 실장이 TF를 이끌 수 있었던 것은 당시 성주영 부행장(현 수석부행장)이 기업금융부문과 구조조정부문(현 구조조정본부)을 동시에 맡고 있었기도 했지만 그만큼 실력을 갖췄기 때문이라는 게 산업은행 내부의 평가다.
복수의 산업은행 관계자에 따르면 안 실장은 M&A업무에 잔뼈가 굵은 인물이다. 특히 두산그룹의 밥캣(Bobcat) 인수금융을 담당했고, 휠라코리아의 타이틀리스트 인수자문을 맡았던 것으로 파악된다.
두산그룹은 2007년 미국의 건설장비업체 잉거솔랜드로부터 밥캣 등 3개 사업부문 인수계약을 체결했다. 당시 국내 최대 M&A(49억달러) 기록까지 세웠다. 산업은행은 당시 두산그룹으로부터 인수금융 제의를 받았고, 5개월만에 인수구조를 어떻게 가져갈지, 자금조달은 어떤 방식을 취할 지 만반의 준비를 끝마쳐야 했다.
안 실장은 당시 산업은행 M&A실의 핵심 실무자로 밥캣 인수금융 업무를 수행했다는 게 산업은행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이듬해(2008년) 안 실장은 밥캣 경험을 토대로 대우조선 매각 자문 TF에 합류하기도 했다.
휠라코리아와 미래에셋 사모펀드(PEF)가 세계 1위 골프공 브랜드 '타이틀리스트'와 골프화 브랜드 '풋조이'를 보유한 아큐시네트를 인수할 당시 자문 경험도 있다. 산업은행은 매수자문사로서 인수구조 설계 및 자금조달, 입찰전략 등에 대한 종합적인 자문을 수행하고, 안 실장 역시 참여했다.
이 외에도 안 실장은 금호아시아나그룹의 대우건설 인수 등 국내에서 이뤄진 굵직한 인수합병에서 자문을 맡은 경험이 있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산업은행에서 손꼽히는 M&A 전문가 중 하나"라며 "산업은행이 2008년 대우조선 매각을 추진할 당시 자문을 맡았던 경험도 (이번 M&A 참여에) 영향을 줬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여기에 대우조선 영구채와 관련해 수출입은행과 업무 조율을 했던 인물도 안 실장으로 파악된다. 안 실장은 수출입은행과 현대중공업 사이에서 잠정협의가 완료될 수 있도록 가교 역할을 톡톡히 했다는 후문이다.
일각에선 지난해 구조조정부문장을 맡았던 성주영 수석부행장과의 인연에도 주목하고 있다. 그동안 성 수석부행장과 부서를 옮겨가면서 손발을 맞춰온 탓이다. 실제로 성 수석부행장이 M&A실장을 맡았을 당시 안 실장은 M&A실 팀장을 지냈다.
또 성 수석부행장이 창조성장금융부문 부행장을 지냈을 땐 안 실장은 창조성장금융부문 내 부서인 벤처금융부 팀장을 맡았다. 여기에 작년까지 성 수석부행장이 기업금융부문장을 맡아왔을 때도 안 실장은 기업금융1실 팀장으로 지냈다.
다른 산업은행 관계자는 "구조조정업무를 총괄했던 성 수석부행장과 꽤 오랫동안 손발을 맞춰온데다 M&A 경험이 풍부하다는 점에서 대우조선 M&A를 믿고 맡길 수 있는 인물로 낙점됐던 것으로 보인다"며 "당시 대우조선 구조조정 라인에 없었던 안 실장이 실무를 총괄하면서 산업은행과 현대중공업그룹의 거래 직전까지 보안이 지켜졌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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