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낸드發 신용 우려…등급 하방압력 [Earnings & Credit]1Q 낸드 손실 4000억 이상 추정…치킨게임 현실화 시 등급점검
이경주 기자공개 2019-04-15 13:58:13
이 기사는 2019년 04월 12일 17:4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SK하이닉스가 낸드플래시 사업 적자와 치킨게임 우려로 신용도에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말부터 시작된 공급과잉 여파로 올 1분기 낸드플래시 부문에서 4000억원 이상의 영업 손실을 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여기에 업계 1위 삼성전자 주도의 치킨게임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삼성전자가 '쇠뿔도 단김에 뺀다'는 식으로 공급과잉을 더욱 확대해 경쟁사 퇴출을 노릴 수 있다는 설명이다.SK하이닉스는 재무구조가 안정적이라 수익성 악화에도 신용도는 견고할 것이란 전망이 다수였다. 하지만 치킨게임이 시작되면 새 국면을 맞이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낸드 이익률, SK 마이너스 '40%'…삼성은 아직 '흑자'
12일 다수의 증권업계 관계자들은 SK하이닉스 낸드플래시 부문이 올 1분기 마이너스(-) 40% 수준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영업손실 규모는 4000억~6000억원 수준으로 추정된다. 다행히 주력인 D램 부분이 이를 상쇄해 전체 영업이익은 1조1000억원에서 1조3000억원 수준으로 흑자를 기록한 것으로 파악된다.
결과적으로 올 1분기 이익은 전년 동기 4조3670억원 대비 3분의 1수준으로 쪼그라들게 됐다. D램 부문 수요가 둔화된 상황에서 낸드플래시 부문까지 공급과잉 심화로 예상 밖의 손실을 낸 결과다. 낸드플래시 부문 적자는 지난해 4분기부터 1700억원 규모로 시작됐는데, 올 1분기 두 배 이상 규모로 확대되고 있다.
업계에선 낸드플래시 공급과잉이 더욱 심해질 가능성을 제기한다. 삼성전자가 여세를 몰아 치킨게임에 나설 수도 있다는 관측이다. 낸드플래시 시장은 과점 구도인 D램과 달리 경쟁사가 많은 상황이다.
지난해 말 기준 D램 시장은 삼성전자(41.3%)와 SK하이닉스(31.2%), 미국 마이크론(23.5%) 등 3사가 시장 90%를 점유하고 있다. 반면 낸드플래시 시장은 삼성전자(35%)와 도시바(19.2%), 웨스턴디지털(14.9%), 마이크론(12.9%), SK하이닉스(10.6%), 인텔(6.85%) 등 6개사가 경쟁하고 있다. 낸드플래시 시장은 플레이어가 많기 때문에 수급조절이 잘 안된다. 공급과잉이 심화되고 있는 이유다.
삼성전자는 공급과잉 국면에도 올해 1분기 낸드플래시 부문이 흑자를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1위로 규모의 경제 효과가 있는데다 고부가 제품을 취급하기 때문이다. 다만 올 1분기 영업이익률은 2~3% 수준으로, 작년 40%대에서 크게 하락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치킨게임을 하면서도 이익을 낼 수 있는 상황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D램 부문 현금창출력이 여전히 우수하기 때문에 현재 손익분기점 수준인 낸드플래시 부문 영업이익률을 마이너스 20% 수준까지 떨어뜨리면서 치킨게임을 하더라도 충분히 흑자기조를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치킨게임이 현실화하면 경쟁사들은 큰 어려움에 봉착한다. SK하이닉스만 하더라도 현재 40% 수준인 영업 손실률이 60~80%까지 치솟을 수 있다는 관측이다. 특히 D램 사업을 하지 않는 도시바나 웨스턴디지털 등은 실적상쇄가 어려워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
◇치킨게임 시 등급 재검토…카펙스 감당 여부 점검
SK하이닉스는 지난해 5월 신용등급이 AA-에서 AA0로 한 노치 상향된 후 현재까지 유지되고 있다. 지난해부터 말부터 반도체 다운사이클이 시작됐지만 신평사들은 SK하이닉스 신용도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봤다. 올해 수익성이 큰 폭으로 악화되겠지만 여전히 과거와 비교해 현금창출력이 우수하다는 시각이 다수였다.
SK하이닉스 올해 연간 영업이익은 3조5000억원으로 수준으로 전망되고 있다. 최대실적이었던 작년 20조8440억원과 비교하면 4분의 1 토막이 된다. 하지만 올 예상 영업이익은 슈퍼싸이클 진입 직전이었던 2016년(3조2687억원)과 비교하면 여전히 높다.
반면 치킨게임 우려가 나오면서 신평사들 시각도 바뀌고 있다. 단기에 등급이 조정될 가능성은 여전히 낮지만, 현금흐름을 점검하면서 중장기 방향성을 다시 설정하게 될 것이란 설명이다. 특히 경쟁력 유지를 위해 필수인 증설투자 비용을 영업이익으로 감당하지 못하는 순간이 오면 등급 점검을 본격화 할 수 있다.
한 신평사 고위관계자는 "SK하이닉스는 반도체 공장증설과 공정개선 등 경쟁력 유지를 위해 필수적인 비경상적 투자를 지속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치킨게임이 현실화 된다 해도 비용을 이익으로 감당할 수 있으면 상관없겠지만 반대의 경우 신용등급 재검토가 시작될 것"이라고 말했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말 기준으론 신용등급 하향 트리거에 해당되지 않고 있다. 한국기업평가는 △차입금의존도 10% 초과 △EBITDA/Capex 1.5배 미만 상태가 지속될 경우 하향 변동 요인이 생긴다고 밝혔다. SK하이닉스 차입금의존도는 지난해 말 기준 8.3%, EBITDA/Capex 배율은 1.6배로 트리거를 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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