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임운용, 증권사 애널리스트 출신이 부른 변화 [행동주의 헤지펀드 분석]②서용희 차장 아이디어로 신영역 개척…발빠른 대응 전략 성과
이효범 기자공개 2019-04-22 13:01:00
[편집자주]
투자자들이 기업을 상대로 주주행동에 나서고 있다. 스튜어드십코드 확산으로 행동주의 펀드들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여건도 충분히 조성돼 있다. 덩치가 크지 않지만 국내 사모 헤지펀드들도 액티비스트(Activist)로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더벨은 행동주의 펀드를 표방하고 있는 국내 헤지펀드 하우스의 운용철학과 전략, 핵심인물의 면면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19년 04월 18일 15:4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라임자산운용이 행동주의 헤지펀드를 출시한 건 서용희 주식운용본부 1팀 차장(사진)의 아이디어에서 비롯됐다. 스몰캡 애널리스트 출신인 그는 국내 기업들이 지배구조 투명화, 자본 효율화를 통해 기업가치를 재평가 받을 수 있다고 봤다. 이를 위해 행동주의 헤지펀드가 주효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게 그의 판단이었다. 2016년 11월 다른 운용사들에 비해 발 빠르게 '라임서스틴데모크라시펀드'를 조성한 배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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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 차장은 스몰캡 애널리스트로 활약할 당시 가치주에 주목했다. 그러나 뚜렷한 투자계획이나 주주환원 정책을 두지 않은 채 곳간에 대규모 현금을 쌓아둔 기업들이 적지 않았다. 또 불투명한 지배구조 때문에 투자를 꺼리게 되는 기업들도 있었다.
그는 이 같은 종목에 투자해 기업가치를 향상시킬 수 있는 전략으로 '행동주의'를 꼽았다. 궁극적으로 국내 상장사들이 지배구조 투명화, 주주환원 확대 등을 추진하면 기업가치를 재평가 받을 수 있다고 판단했다. 때마침 글로벌 행동주의 헤지펀드들도 아시아 지역으로 활동반경을 넓히는 추세였다.
국내에서도 이 같은 흐름이 확산될 조짐이었다. 2015년에는 세계에서 손꼽히는 행동주의 헤지펀드인 엘리엇매니지먼트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반대에 이어 삼성전자에 적극적 배당과 지배구조 개편을 요구하기도 했다. 또 경영참여형사모펀드(PEF) 시장의 성장세와 재간접 사모펀드 제도 도입으로 국내 행동주의 펀드가 활동할 수 있는 분위기도 점차 조성됐다.
우리나라에 앞서 일본에 진입했던 글로벌 행동주의 펀드들이 성과를 냈던 사례를 보고 확신도 얻었다. 대표적으로 오아시스매니지먼트는 닌텐도에 모바일 시장 진출을 끊임없이 요구했다. 이를 받아들인 닌텐도는 전세계적으로 인기를 끈 포켓몬고를 출시했다. 또 미국계 행동주의 헤지펀드인 서드포인트는 세븐일레븐의 세습경영에 반대하고 기존 회장을 교체하는데 지대한 역할을 했다고 평가 받는다.
서 차장은 "국내 기업들이 해외투자자에게 저평가 되고 있는 근본적인 이유는 대북 리스크, 미흡한 주주환원 정책, 기업 지배구조 등을 꼽을 수 있다"며 "일본 기업들에도 공통적인 문제들이 나타났지만 정부의 지배구조 개선 작업, 스튜어드십코드 확산, 행동주의 헤지펀드 진입 등의 영향으로 변화했다. 우리나라에서도 조만간 비슷한 현상이 일어날 것으로 예상했다"고 말했다.
그는 국내에서 행동주의 헤지펀드를 운용해 성과를 내려면 장기전략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이 때문에 행동주의 헤지펀드는 다른 주식형펀드에 비해서 만기가 길어야 할 뿐만 아니라 투자 전략을 이해하는 장기투자자를 대상으로 자금을 모집해야 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라임자산운용은 2017년부터 의결권 자문기관인 서스틴베스트와 손을 잡고 해외 마케팅에 주력하고 있다. 행동주의 펀드 투자 경험이 있는 해외투자자들과의 접점을 넓히기 위한 전략적 판단이다.
서 차장은 "우리나라 기업들의 지배구조가 투명화 된다면 숨겨진 가치를 재평가 받는 것만으로도 밸류에이션이 높아질 수 있다"며 "다만 국내 기업 지배구조가 단기간 내에 변화하기 어렵다고 본다. 펀드 운용을 통해 만족스러운 성과를 내려면 기존 헤지펀드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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