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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사 의도, 취지 부합하나…비판론 대두 [ESG채권 시장 점검]④이미지 개선 등 홍보 치중…정부, 시장조성 책임 가져야

피혜림 기자공개 2019-04-29 14:41:19

이 기사는 2019년 04월 26일 07:5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원화 환경·사회·지배구조(ESG)채권 시장을 싹 틔운 공기업과 금융권 발행사에 대한 역할론이 대두하고 있다. 취지에 맞춰 기존 자산을 활용한 ESG채권 발행에 집중하기 보다 해당 채권을 친환경·친사업 프로젝트 확대에 사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후관리 체계를 철저히 구축해 지속가능발전에 대한 진정성을 보여줘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관련 업계에서는 시장 형성 초기 단계인 만큼 정부가 나서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공기업과 금융권 발행사는 물론 국내 회계법인이 ESG채권 시장 참여자로 부상하는 등 업계 관심이 커지는 것과 달리 인프라 구축 등 시장 기반 마련은 더딘 상황이다. ESG채권 발행 물량은 쌓이고 있지만 당장 해당 시장 현황을 파악할 플랫폼조차 갖춰지지 않았다. 담당 주무부처를 마련하는 등 정부가 나서 관련 제도, 인프라 등 시장 기반을 만들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는 이유다.

◇'자발적 의무' 짊어진 발행사, 진정성 보여줘야

25일 기준 원화 ESG채권을 발행한 기업은 한국산업은행과 신한은행, 한국남부발전, 우리은행, IBK기업은행, 주택금융공사, 우리카드, 현대캐피탈 등 8곳 이상이다. 국내 ESG채권 전문 투자자가 사실상 전무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발행사 주도로 ESG채권 시장이 형성되고 있는 셈이다.

ESG채권 발행으로 시장이 조성되고 있는만큼 발행사의 역할에 시선이 쏠린다. 자발적으로 친환경과 친사회적 프로젝트를 확대하겠다는 게 ESG채권의 취지지만 국내 발행사는 이미지 개선 등의 홍보에만 치중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현재 대부분의 발행기업이 기존에 진행했던 친환경·친사회적 프로젝트 자금을 ESG채권 조달 자금으로 대체하는 수준에 불과하다. '최초' 발행 수식어를 겨냥한 까닭에 ESG채권 발행에 따른 의무를 간과하고 우후죽순 발행에 나서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된다.

시장의 이목은 발행사의 사후관리 체계로 집중되고 있다. ESG채권 발행사는 조달 자금의 사용 현황과 이에 따른 개선 효과 등을 분석해 공개해야 한다. 하지만 일부 발행사는 ESG채권 발행 이후 사후게시 등에 대한 계획을 명확하게 공개하지 않은 상태다. 발행사가 자발적으로 ESG 채권을 도입해 시장 조성의 주요 역할을 맡고 있는 만큼 사후관리 체제 구축 등에도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박재흠 삼일회계법인 지속가능경영 및 기후변화 섹터리더는 "ESG채권 발행 이후 해당 자금이 본래 취지대로 쓰였는지 명확히 검토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며 "진정한 지속가능금융 체제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발행 후 해당 조달로 어떤 효과를 거뒀는지 등에 대한 검증과 이를 투자자에게 알리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시장 형성 '속도'…당국, 체제 구축 나서야

원화 ESG채권 시장은 급격히 성장하고 있다. 25일 기준 시장 규모는 5조 1339억원에 달한다. 이주에만 주택금융공사와 현대캐피탈이 각각 1조 603억원의 소셜 주택저당증권(MBS)와 3000억원의 그린본드를 발행했다.

국내 회계법인 등 시장참여자도 확대되는 양상이다. 삼정KPMG와 EY한영 등 국내 회계법인은 ESG채권 검증보고서 작성에 나섰다. ESG채권의 경우 발행 전 외부 기관으로부터 자금 사용 목적 등이 취지에 부합하는 지 등을 검증받아야 한다. 해외 시장의 경우 국제기구와 회계법인 등이 검증보고서 작성을 위한 외부기관으로 이미 자리잡았다.

원화 ESG채권 시장이 성장에 속도를 내고 있는만큼 정부 역시 보조를 맞춰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현재 국내 투자자는 ESG채권 발행 현황조차 파악할 수 없는 상태다. ESG채권 형태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개별 채권의 증권신고서 내 '자금의 사용목적'을 살펴보거나 발행사의 보도자료 등을 참고해야 한다. 상장 채권을 관리하고 있는 한국거래소 측은 올 하반기를 목표로 전용 플랫폼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현재 국내에서는 ESG채권 발행에 대한 명확한 기준조차 없는 상태다. 이로 인해 대부분의 발행사는 국제 기준에 따라 ESG채권 발행을 이어가고 있다. 중국이 공기업과 은행, 민간기업 등 각각의 발행사 특성에 따라 별도의 발행 기준 등을 마련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국내 정부 쪽에서는 ESG채권을 주관하는 R&R(Role&Responsibility) 조직조차 명확하지 않은 상황"이라며 "정부 차원에서도 ESG채권 시장 조성을 위한 인프라 구축 및 관련 제도 정비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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