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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령 취급 저축은행의 '설움' [thebell note]

조세훈 기자공개 2019-04-30 08:24:57

이 기사는 2019년 04월 26일 07:5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지난해 캐피탈과 저축은행의 '콜라보 광고'를 기획한 한 관계자는 황당한 일을 경험했다. 광고 제작을 마치고 TV 방영만을 남겨둔 상태에서 광고 방영이 불가능하다는 통보를 받았기 때문이다. 저축은행중앙회에 의뢰한 결과 방영이 어렵다는 답변이 왔다고 한다. 광고 마지막에 캐피탈과 저축은행의 상호가 나오는데 프라임 시간대에는 저축은행 이름이 들어갈 수 없다는 지적이었다. 결국 광고는 저축은행 이름을 뺀 채 캐피탈의 상호만 담아 방영됐다.

이 일화는 저축은행의 현주소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제2금융권은 보험사, 카드사, 캐피탈사, 저축은행으로 분류된다. 하지만 저축은행은 제2금융권보다 대부업과 유사한 취급을 받고 있다. 제2금융업권 중 시청자가 많은 프라임 시간대에 광고를 할 수 없는 곳은 저축은행이 유일하다. 제도권 금융으로 분류되지만 대중에게 알려져선 안되는 '유령 신세'가 된 셈이다.

이런 규제는 4년 전 도입됐다. 2015년 금융위원회와 저축은행중앙회가 저축은행 광고 자율규제를 마련하면서 평일 오전 7~9시와 오후 1~10시, 공휴일 오전 7~10시에는 이미지 광고를 포함해 모든 TV광고를 할 수 없도록 했다. 이 시간대에는 이미지 광고도 할 수 없다. 저축은행 광고가 고금리 대출을 조장한다는 이유에서다.

물론 저축은행에게는 원죄가 있다. 무리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으로 2011년 대규모 저축은행 부실사태를 초래해 다수의 피해자를 양산했다. 여기에 평균 신용대출 금리가 20% 중반대에 이르는 등 '고금리' 대출을 주 수익원으로 삼아왔다.

그러나 십년이면 강산도 변한다고 했다. 저축은행은 최근 몇년 간 리스크 관리 강화와 체질 개선으로 우량한 곳으로 변모했다. 신규 취급 금리도 지난해 말 기준 20% 미만으로 내려왔다. 카드사의 카드론 평균금리가 연 14~15%인 점을 고려하면 과도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저축은행이 우량해지자 금융당국의 시선도 변하고 있다.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은 올해 초 저축은행 CEO와의 만남에서 "지역밀착형 금융이 본업이라 할 수 있는 저축은행이 포용 금융 확산에도 주도적인 구실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미운 오리'에서 정책 파트너로 위상이 올라갔다. 금융위원회도 발맞춰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저축은행 업권 전반을 재검토해 정책 방향을 수립하겠다고 했다.

저축은행은 중소·서민 금융기관이라 불린다. 신용등급이 낮은 취약계층도 사금융에 내몰리지 않고 제도권 금융을 이용할 수 있는 최후의 보루 역할을 수행한다. 최근에는 중금리 상품을 출시해 '포용적 금융'을 실천하고 있다. 때문에 상품 광고는 허용하기 어렵더라도 이름만큼은 알릴 수 있는 권리를 줄 때가 됐다. 책임만큼 권리도 보장돼야 공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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