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9년 05월 08일 08:1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지난 2월 현대캐피탈은 한국물(Korean Paper) 최초로 스위스프랑 시장에서 그린본드(Green bond)를 발행했다. 글로벌 금융시장에 불고 있는 환경·사회·지배구조(ESG) 채권 열풍에 발맞춘 도전이었다. 현대캐피탈은 투자자들의 뜨거운 반응에 힘입어 프라이싱 후 이틀 만에 추가 발행(Re-Tap)에 나섰다.흥행과 별개로 업계 일각에서는 'ESG 남발'에 대한 우려가 제기됐다. 스위스프랑 채권의 경우 개인 투자자를 중심으로 시장이 형성돼 있기 때문이다. 주요 투자자층이 펀드인 ESG채권을 찍기에는 적절하지 않은 시장이라는 것이다. 주요 투자자층을 공략할 수도 없는데 채권에 대한 의무가 강한 ESG채권을 찍어 발행사가 스스로를 제약하는 모습이 아이러니하다는 지적이었다.
국내 이슈어의 ESG채권 발행량은 폭발적인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2013년 첫 등장 이후 한동안 존재감이 미미했던 ESG채권은 지난해 한국물 시장에서만 36억6875억달러 발행됐다. 국내 채권 시장에서도 ESG채권은 첫 발행 후 1년이 채 안 돼 발행규모를 5조원대로 키웠다.
시장에서는 걱정이 앞서는 모습이다. ESG채권은 자금 사용 목적이 친환경·사회적 사업 등으로 제한된다. 발행 전 외부기관으로부터 관리 체계와 조달 목적 등에 대한 적합성을 검증받아야 한다. 발행 이후에도 주기적으로 사후보고를 해야 한다. 각종 의무가 부여돼 발행사 입장에서는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최초 발행' 수식어를 위해 지키기 어려운 약속을 남발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5월은 ESG채권이 원화채 시장에 상륙한 지 딱 1년이 되는 시기다. 지난해 5월 한국산업은행이 찍은 3000억원 규모의 그린본드는 국내 채권 시장에 등장한 첫 ESG였다. 이미 투자자층이 형성된 글로벌 금융시장과 달리 국내 ESG 채권 전문 투자자는 사실상 전무하다. 원화 ESG채권 발행으로 시장을 조성한 이슈어들은 역할이 막중할 수밖에 없다.
ESG채권의 주요 의무 중 하나는 사후보고다. 발행사는 연간 단위로 자금 사용 현황과 관련 프로젝트가 환경과 사회에 미친 긍정적 영향 등을 수치화 해 공개해야 한다. 하지만 채권 발행을 지켜본 일각에서는 이슈어들이 발행 준비 작업에 비해 사후보고 체계 구축에는 소홀해 보였다고 지적했다. 이제는 국내 ESG채권 이슈어들이 지속가능경영에 대한 진정성을 담은 사후보고에 나서 해당 채권에 대한 신뢰감을 높일 때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관련기사
best clicks
최신뉴스 in 전체기사
-
- 수은 공급망 펀드 출자사업 'IMM·한투·코스톤·파라투스' 선정
- 마크 로완 아폴로 회장 "제조업 르네상스 도래, 사모 크레딧 성장 지속"
- [IR Briefing]벡트, 2030년 5000억 매출 목표
- [i-point]'기술 드라이브' 신성이엔지, 올해 특허 취득 11건
- "최고가 거래 싹쓸이, 트로피에셋 자문 역량 '압도적'"
- KCGI대체운용, 투자운용4본부 신설…사세 확장
- 이지스운용, 상장리츠 투자 '그린ON1호' 조성
- 아이온운용, 부동산팀 구성…다각화 나선다
- 메리츠대체운용, 시흥2지구 개발 PF 펀드 '속전속결'
- 삼성SDS 급반등 두각…피어그룹 부담 완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