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원엔터, 오너 아닌 전문경영인 체제로 간다 대표이사, 박인구 부회장→박문서 사장 변경…오너가 등기이사에만 등재
박상희 기자공개 2019-05-08 11:15:43
이 기사는 2019년 05월 08일 11:1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2003년부터 17년 간 동원그룹 지주사인 동원엔터프라이즈 최고책임경영자(CEO)였던 박인구 부회장이 대표이사 직에서 물러난다. 동원그룹 창립자인 김재철 명예회장의 경영 퇴진과 맞물린 조치로 해석된다. 대표이사 자리는 김 명예회장의 아들인 김남정 부회장이 아닌, 전문경영인 박문서 사장(사진)이 물려받는다.8일 동원그룹에 따르면 동원엔터프라이즈 대표이사는 지난달 26일 자로 박인구 부회장에서 박문서 사장으로 변경됐다. 같은 날 김 명예회장은 등기이사 직에서 사임하면서 기존 회장에서 명예회장으로 물러났다. 김 명예회장 자리는 공석으로 남겨두면서 동원엔터프라이즈 이사회는 기존 4인에서 3인으로 운영된다.
동원엔터프라이즈 대표이사 변경은 무려 17년 만이다. 박 부회장이 2013년부터 장기간 대표이사 직을 맡아왔다. 동원그룹 창립자인 김 명예회장은 지주사 동원엔터프라이즈 대표이사를 초기(2001~2002년)에만 맡았다. 동원엔터프라이즈는 2001년 설립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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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부회장은 김 명예회장의 매제이자, 김 부회장에게는 고모부가 된다. 넓게 보면 친인척에 포함되지만 김 명예회장의 직계존속은 아니었다. 박 부회장은 동원그룹 지주사 출범과 오너 일가의 지분 승계가 어느 정도 마무리 된 후 동원엔터프라이즈 대표이사 자리에 올랐다. 오너 일가보다는 전문경영인의 느낌이 더 강하다.
김 부회장은 아버지 김 명예회장이 경영일선에서 물러났지만 회사 경영 입지 측면에서 볼 때 크게 달라진 바가 없다. 회장 직을 물려 받은 것도 아니고, 동원엔터프라이즈 대표이사 자리도 본인이 아니라 전문경영인에게 돌아갔기 때문이다.
동원그룹 관계자는 "김재철 명예회장도 지주사 대표이사를 직접 맡지 않고 박인구 부회장에게 20년 가까이 맡겨왔다"면서 "김남정 부회장이 아니라 박문서 사장이 대표이사를 물려 받은 것은 전문경영인 체제를 선호한다는 김 명예회장의 의지를 보여준 것으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이번 인사는 동원그룹의 세대교체로도 해석된다. 이번에 퇴진한 김 명예회장은 1935년 생, 동원엔터프라이즈 대표이사 직에서 물러난 박 부회장은 1946년 생이다. 동원엔터프라이즈 신임 대표이사가 된 박 사장은 1958년 생, 김 부회장은 1973년 생이다.
박 사장은 박 부회장과 더불어 동원그룹 가신집단 핵심 인물로 꼽힌다. 입사 이후 30년이 넘는 세월 동안 그룹의 모태인 동원산업과 지주사인 동원엔터프라이즈에서 자금 및 경영관리 조직에서만 일해왔다. 중소기업은행 출신으로 1987년 동원산업 자금팀으로 입사해 자금팀장, 경영관리실 팀장 등을 거쳤다. 지주사 출범 이후 동원엔터프라이즈 경영관리실 팀장, 실장을 거쳐 2008년 경영지원본부장에 올랐다. 지난해 1월 동원엔터프라이즈 사장으로 승진했다.
박 사장은 그룹에서 손꼽히는 재무통이자 그룹의 CFO 역할을 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젊은 시절부터 김 명예회장을 가까이에서 보필한 최측근 인사로 꼽힌다.
한편 박 부회장은 동원엔터프라이즈 대표이사 직에서는 물러나지만 등기이사 직은 유지한다. 경영에서 완전히 물러나는 것은 아니다. 업계에서는 김 명예회장 퇴진과 동원엔터프라이즈 대표이사 변경이 맞물려 일어난만큼 박 부회장이 당분간 김 부회장과 박 사장의 경영을 보좌할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김 명예회장이 아들인 김 부회장이 회장 직과 지주사 대표이사 직을 물려받기에는 아직 이르다고 판단한 것 같다"면서 "김 부회장과 박 사장의 나이 차와 경력 등을 감안할 때 당분간은 박 사장이 지주사 대표이사 직을 맡는게 맞다고 본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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