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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진 잃어버린 3년]막강해진 글로벌 입김…내부감사실 핵심으로 부상②본사 의사결정 관여 늘어…'키맨 이길우' 주목

최익환 기자공개 2019-05-21 08:03:39

[편집자주]

자본시장에 큰 충격을 안겨줬던 대우조선해양의 분식회계 사태가 발생한 지 3년여가 흘렀다. 그 사이 신외감법을 비롯해 회계업계에도 크고 작은 변화가 생겼다. 회계 투명성을 한단계 끌어올리는 계기가 됐지만 이슈의 중심이었던 딜로이트안진은 여전히 혹독한 겨울의 한복판에 서 있다. 지난 3년간 딜로이트안진 내부는 어떻게 달라졌을까. 총 네편에 걸쳐 자세히 들여다본다.

이 기사는 2019년 05월 17일 16:3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대우조선해양의 분식회계와 딜로이트안진의 부실감사 논란은 3년이 지난 현재 어떤 영향을 줬을까. 딜로이트안진 내부적으로는 딜로이트 글로벌 본사의 영향력이 강력해졌다는 평가와 함께 이들의 입장을 대변해온 내부감사실의 입김도 더욱 막강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2015년 8월 불거진 대우조선해양의 분식회계 논란 이후 딜로이트안진 역시 부실감사에 대한 논란을 피해갈 수 없었다. 딜로이트안진은 재무제표를 수정하며 신뢰할 수 없는 재무정보를 검증하지 않고 감사에 활용했다는 사실을 자인한 셈이었다.

결국 딜로이트안진은 당국으로부터 1년간의 감사업무 정지라는 중징계를 받았다. 당시 딜로이트안진은 기존에 맺었던 신규 감사계약이 취소되며 약 400억원의 손실까지 보게됐다. 자본시장에서의 평판이 곤두박질 친 것은 당연한 결과였다.

◇감사업무부터 글로벌 영향권에…장기차입금이 계기

딜로이트안진의 전현직 관계자들은 대우조선해양 사태를 계기로 딜로이트 글로벌 본사의 영향력이 한층 강해졌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부실감사 논란 이후에도 딜로이트안진은 유지하고 있던 기존 감사계약을 통해 감사업무가 소수 이어가고 있었던 터라 글로벌 기준에 맞춘다는 미명 하에 각종 통제가 시작됐다는 것이 딜로이트안진 안팎의 설명이다.

한 회계법인 관계자는 "부실감사 논란은 명백히 딜로이트안진이 잘못한 것이라 글로벌 본사에서 다양한 방식의 통제가 시작되더라도 반발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며 "우선적으로 본사의 통제가 시작된 곳은 감사 파트였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당시 딜로이트안진이 딜로이트 글로벌 본사(Deloitte Touche Tohmatsu Service)로부터 차입한 167억원의 존재는 이후에도 본사의 통제를 강화하는 계기가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영업정지를 받았던 딜로이트안진은 당시 신규 감사 수임이 제한되며 잠시나마 자금부족을 겪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딜로이트안진 내부에 정통한 관계자는 "부실감사 논란 이후 수개월 간 딜로이트안진의 자금사정이 굉장히 어려웠던 시기가 있었다"며 "당시 글로벌 본사로부터 167억원만 차입하면 숨통을 틀 수 있는 상황이어서 차입을 결정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최근 딜로이트안진 내부에서는 결재 라인의 변화도 감지된다. 비용처리와 지급 중 일부 건에 대해 싱가포르에 위치한 딜로이트 아시아 본부의 사전 승인을 받는다는 것이다. 현재는 일부 용역과 상품 납품 건에 한정되어있긴 하지만, 회계업계에서는 아시아 본부로의 통합이 가속화되면 이와 같은 사전 승인이 빈번해질 것으로 전망한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딜로이트안진 내부에서 발생한 각종 비용지급 건이 글로벌 본사와 아시아 본부까지 거쳐온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지난 2017년에도 아시아 본부로의 통합을 공언했던 만큼 결재라인의 변화 역시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곳곳에서 크고작은 갈등…"글로벌 기준 지켜라"

글로벌 본사의 입김은 이미 딜로이트안진 구석구석까지 파고들었다는 것이 회계업계 관계자 다수의 전언이다. 부실감사 논란과는 거리가 멀던 재무자문본부(FA)와 세무자문본부(TA)에 대한 글로벌 본사의 통제 역시 본격화됐다는 내용이 주류를 이룬다. 각종 인수합병(M&A) 자문업무에 대해서도 충분한 설명없이 '글로벌 기준'을 적용하기 시작하며 내부 반발이 터져나왔다는 전언이다.

딜로이트 본사는 자문업무에 있어서도 이해상충 가능성을 강하게 들여다보고 있다는 것이 딜로이트안진 내외부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예컨대 과거 딜로이트안진이 감사 역할을 오랜 기간 해왔다면 현재 감사업무 여부에 상관없이 독립성 유지 및 이해충돌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그러나 대형 상장사를 감사할 수 있는 국내 대형 회계법인이 한정돼 있는 상황에서 이같은 글로벌 기준의 적용은 현실과 동떨어져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이에 대해 회계업계 관계자는 "4대 법인이 돌아가면서 감사를 맡는 큰 기업들의 경우 감사계약이 끝나면 자문업무를 맡는 것이 통상적인 일"이라며 "강력한 이해충돌 기준 적용은 옳은 방향이지만 제대로 된 설명이 없는데다 아직까지 멤버펌(Member Firm)으로 제휴관계인 딜로이트안진에 이러한 기준을 무리하게 요구하는 것은 부당한 측면도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이외 세무자문본부의 인력 이탈 역시 글로벌 본사와의 마찰 때문이었다는 전언도 흘러나온다. 국내 M&A 세무자문 분야에서 타 법인을 압도해온 텍스(Tax) 부문의 인력들이 빡빡해진 글로벌 본사의 통제를 뿌리치고 △삼일PwC △삼정KPMG 등 경쟁사로 이탈하거나 BnH회계법인 등 새로운 회사를 만들었다는 것이 주된 내용이다.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본사의 간섭 없이도 국내 최고를 달리던 세무자문 부문 인력이 이탈한 이유 역시 강력한 글로벌 기준을 무작정 적용한 것이 일부 계기였던 것으로 안다"며 "글로벌 본사의 자세가 지나치게 고압적이었던데다 부실감사 논란으로 회사에 대한 애정이 사그라든 게 이유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회계업계 관계자들은 딜로이트안진 내부에서 글로벌 본사를 위시한 내부정치 역시 작동하고 있다는 평가를 내놓는다. 실제 딜로이트안진 대표와 재무자문본부장 등 주요 직책에 어떤 인물을 후보로 올릴 지부터 글로벌 본사의 입김이 사실상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 새 대표가 된 홍종성 대표와 재무자문본부장이 된 길기완 전무 등은 글로벌 본사와의 좋은 관계가 강점으로 꼽혀왔다"며 "글로벌 본사의 입맛에 맞지 않으면 내부 사원총회에서 표를 얻더라도 제대로 일하기가 힘든 게 현실"이라고 평했다.

◇본사가 신뢰하는 '미스터 리'…'글로벌파' 득세 가속화

그렇다면 딜로이트 글로벌 본사가 딜로이트안진에서 가장 신뢰하는 존재는 누구일까. 대다수의 딜로이트안진 내외부 관계자들은 모두 이길우 부대표를 꼽는다. 글로벌 본사가 이 부대표에게 ‘무한신뢰'를 보내고 있다는 소문도 들린다.

이 부대표는 삼일PwC를 거친 뒤 딜로이트안진으로 이직한 인물로 알려졌다. 회계사 경력 대부분을 감사부문에서 보낸 그는 내부감사 업무를 이끌어왔다. 글로벌 본사의 통제를 딜로이트안진 실무 일선에 반영하는 최전선에 있다는 평가다.

회계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본사가 이길우 부대표에 대해 ‘신뢰할 수 있는 인물'이라는 말을 공공연하게 하는 것으로 안다"며 "아무래도 본사의 입장을 법인 내부에서 가장 충실히 대변하는 인물이기 때문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딜로이트안진이 2017년 밝힌 아시아 지역본부로의 통합은 이 부대표를 필두로 ‘글로벌파'의 세를 더욱 강력하게 만들 것으로 보인다. 딜로이트 글로벌 본사는 2017년부터 아시아 지역의 업무체계를 개편하고 있다. 골자는 현지 회계법인과 제휴하는 ‘멤버펌'(Member Firm) 방식에서 현지 지사 형태인 ‘원 펌'(One Firm) 체제로의 개편이다.

원 펌 체제로 개편될 시 딜로이트안진은 딜로이트 한국지사로 간판을 바꿔단다. 한국 지사가 되면 딜로이트 글로벌 본사의 직접 관리를 받게 되는데 글로벌 본사와 친밀한 관계를 유지해온 일부 임원급들이 요직을 차지할 것이라는 게 회계업계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회계업계 관계자는 "딜로이트 본사가 직접 관리하는 지사 체제가 되면 자연스레 글로벌 본사의 입장을 대변해온 인물들이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며 "우려되는 점은 일을 잘 하는 사람보다는 글로벌 본사에 잘 보이려는 노력만하는 사람들이 회사로부터 인정받지 않을까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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