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투저축은행, '단기 소액고객' 초점 [부활하는 미트론 시장]③미래에셋캐피탈과 상품구조 비슷…수수료 안 받고 금리 높여 '차별화'
이장준 기자공개 2019-06-14 12:40:00
[편집자주]
2016년 육류담보대출(미트론) 사기사건은 금융권에 큰 충격을 줬다. 6000억원 규모의 피해금액이 발생하면서 생명보험사, 캐피탈사, 저축은행들의 건전성과 수익성이 휘청였다. 금융권에 큰 상흔을 남기면서 자취를 감췄던 미트론이 올해 부활의 기지개를 펴고 있다. 최근 일부 캐피탈, 저축은행들이 손해보험사들과 손잡고 미트론 권리보험 상품을 만들어 영업을 재개했다. 더벨은 각 회사들의 미트론 시장 진출과 리스크 완화 방안 등을 살펴보기로 했다.
이 기사는 2019년 06월 12일 08:1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국투자저축은행이 최근 육류담보대출(미트론) 시장에 처음으로 발을 들였다. 2016년 말 육류담보대출 사기사건으로 인해 여타 저축은행들이 취급을 꺼려온 것과는 다른 행보다. 특히 한국투자저축은행(한투저축은행)은 단기 소액고객을 주 타깃층으로 시장을 공략할 방침이다. 수수료를 받지 않는 대신 금리를 높게 받으면서 캐피탈사와 차별화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12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투저축은행은 5월 초 미트론 영업을 시작했다. 이후 심사 승인을 받아 같은달 16일 실제 대출이 처음 발생했다. 미트론은 냉동창고에 보관 중인 수입육을 담보로 운영자금을 제공하는 동산담보대출의 일종이다.
이번 미트론 영업은 부동산에 쏠린 대출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기 위한 조치라는 게 한투저축은행 측의 설명이다. 현재 한투저축은행 전체 대출의 55% 가량은 부동산 관련 대출로 구성돼있다. 이에 한투저축은행은 미트론 분야에서 10년 이상 경력을 쌓은 이들을 영입해 5명으로 구성된 전담팀을 꾸렸다. 올해 미트론 목표액은 300억원으로 설정했다.
한투저축은행은 수수료를 받지 않는 대신 금리를 높게 받는 전략을 택했다. 캐피탈사에서 육류담보대출을 받으려면 이자와 별도로 취급 수수료를 지급해야 한다. 한투저축은행은 수수료 없이 연 5%대 후반에서 7%의 금리를 적용할 방침이다. 이는 미래에셋캐피탈보다 1~2%가량 높지만, 수수료를 더하면 유사한 수준이다.
이 같은 전략은 고객의 대출 성향에 따라 미트론 시장이 양분될 것으로 내다봤기 때문이다. 큰 금액을 장기간 빌릴 고객은 수수료를 내는 대신 금리가 낮은 캐피탈사를 찾는 게 유리하다. 이에 반해 1년 미만의 단기 고객이나 대출금 자체가 크지 않을 경우 한투저축은행에서 대출하는 편이 낫다.
한투저축은행 관계자는 "같은 미트론 시장에서도 수수료를 한 번 내는 대신 장기적으로 낮은 금리를 택할 고객과 금리는 높더라도 단기간 소액을 빌리겠다는 고객이 나뉠 것으로 보인다"며 "단기 대출을 원하는 경우 한투저축은행에서 대출하는 게 유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투저축은행의 미트론 상품 구조는 미래에셋캐피탈과 유사하다. 미트론 시장을 태핑한 미래에셋캐피탈의 상품 개발자가 한투저축은행 측 담당자를 끌어들이며 함께 상품을 기획한 탓이다. 다만 미트론 영업은 한투저축은행이 한발 빨랐다. 미래에셋캐피탈 내부에서 미트론 시장 진출에 대한 의사결정이 지연되는 동안 유통업자들이 한투저축은행에서 먼저 시작해주기를 요청한 것이다. 한투저축은행이 영업을 시작하자 미래에셋캐피탈도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한투저축은행은 과거 사기 사건이 재발하지 않도록 DB손해보험과 동산저당권료 권리보험을 공동으로 만들어 보험상품에 가입했다. 보험 가입 시 대출 건별로 5억원 한도로 담보물의 하자에 대해 손해 배상을 받을 수 있다. 부실채권(NPL)이 발생할 경우 한국수입육협동조합에 담보물을 우선 매각할 수 있도록 협약도 맺었다.
다만 한투저축은행은 법인의 자본 규모에 제한을 두지 않았다. 미래에셋캐피탈은 자기자본 20억원 규모의 육류유통 사업법인과 대출을 진행하기로 했으며, 5억원 이하는 거래대상에서 제외했다. 대출금 한도 역시 해당 법인의 자기자본 기준 1.5~2배를 넘지 않도록 했다. 반면 한투저축은행은 자본 규모와 무관하게 모든 법인을 대상으로 영업할 방침이다.
이는 내부 리스크 판단 기준이 다르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자본금이 작더라도 매출을 많이 일으키고 회전율이 높다면 현금 흐름이 양호하다고 판단했다"며 "가장 중요한 담보 평가 과정에서도 NPL 발생 시 책임을 지는 한국수입육협동조합이 도움을 주는 만큼 심사를 철저히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저축은행업계에선 한투저축은행의 신사업 진출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개인사업자대출, 부동산대출 등 규제가 강화되면서 새로운 먹거리 창출에 나서야 하기 때문이다. 한투저축은행이 미트론 영업을 한다는 소식을 듣고 5개 저축은행이 리스크 헤지 방안 등에 관해 관심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관련기사
best clicks
최신뉴스 in 전체기사
-
- 수은 공급망 펀드 출자사업 'IMM·한투·코스톤·파라투스' 선정
- 마크 로완 아폴로 회장 "제조업 르네상스 도래, 사모 크레딧 성장 지속"
- [IR Briefing]벡트, 2030년 5000억 매출 목표
- [i-point]'기술 드라이브' 신성이엔지, 올해 특허 취득 11건
- "최고가 거래 싹쓸이, 트로피에셋 자문 역량 '압도적'"
- KCGI대체운용, 투자운용4본부 신설…사세 확장
- 이지스운용, 상장리츠 투자 '그린ON1호' 조성
- 아이온운용, 부동산팀 구성…다각화 나선다
- 메리츠대체운용, 시흥2지구 개발 PF 펀드 '속전속결'
- 삼성SDS 급반등 두각…피어그룹 부담 완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