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안업 리포트]'빅3' 시큐아이, 13년째 무차입 '안정적 재무구조'①삼성 출신 모여 2000년 출범…방화벽 등 매출 기반 급성장
정유현 기자공개 2019-07-05 08:18:39
[편집자주]
보안 산업은 IT 분야에서 가장 중요한 분야중 하나다. 토종 보안업체들은 지난 20년간 한국 IT산업을 지켜 왔다. 하지만 20여년간 보안 업체들은 주연으로 대접받지 못했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빅데이터, 클라우드, IoT 등 4차산업혁명 기술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면서 보안 기술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소프트웨어 혁명을 앞둔 시기에 성장 동력을 찾고 있는 정보보안 업계를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19년 07월 02일 12:0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네트워크 보안장비 1위 업체 시큐아이는 '정보보안 분야' 진출을 위해 삼성이 전략적으로 출범시킨 정보보호 전문 계열사였다. 2000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투자, 설립했던 e삼성 계열사 중 하나다.삼성그룹에서 18년간 정보관련 업무를 담당해온 오경수 전 대표와 삼성종합기술원, 삼성전자, 삼성SDS, 에스원 등에서 연구 개발과 정보보안 실무를 담당하던 전문인력들 50여명이 모인 것이 시큐아이의 시작이었다. 오경수 전 대표는 삼성을 대표하는 사내 인트라넷 시스템 '마이싱글' 구축을 관장한 인물로도 유명하다.
시큐아이의 주력 제품은 네트워크 보안 제품으로 방화벽과 침입차단시스템(IPS), DDoS 전용 방어 장비를 보유하고 있다. 제품 판매 뿐 아니라 보안컨설팅 등의 정보보안 서비스까지 제공하며 종합 정보보안 회사를 지향하고 있다.
◇ 2003년 NXG 시리즈 성공, '보안 빅3'로 우뚝
출범 초기 시큐아이가 주목한 것은 기가비트 방화벽이었다. 이미 방화벽 시장은 선점 기업이 있었고 성장세가 둔화되고 있는 분야로 꼽혔다. 하지만 시큐아이는 급속하게 빨라지는 네트워크 속도를 감당할 수 있는 기가비트 방화벽의 시기가 올 것이란 자신감이 있었다. 시큐아이는 공을 들여 2001년 기가비트 침입차단시스템(방화벽)인 '시큐아이월'을 시장에 출시했다. 이 제품은 2003년 전국의 인터넷망이 마비된 사건인 '1·25 인터넷대란'을 계기로 수요가 급증했다.
기회를 잡은 시큐아이는 통합네트워크 보안제품 NXG 시리즈를 출시하고 공격적으로 영업에 나섰다. NXG 시리즈를 다수 공공·금융기관에 구축, 운영하며 기술력을 인증받았다. NXG 시리즈는 국내 기가비트 방화벽 시장에서 점유율 60%를 차지하며 1위로 올라섰다. 시큐아이는 2003년 NXG 시리즈 단일 제품으로만 매출 100억원을 올렸다. 당시 개별 방화벽 제품의 연간 누적 판매 금액은 업체마다 달랐지만 20억∼40억원 수준으로, 단일 제품 판매로만 100억원 매출을 올리는 것은 극히 드문 사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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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산 방화벽의 텃밭인 공공 및 금융 시장에서 큰 성과를 거둔데다가 그동안 외국 업체에 밀렸던 일반 기업 시장에서도 선전한 결과였다. 이에 따라 2000년 매출 89억원, 영업손실 -1917만원을 기록하며 변변치 못한 실적을 냈던 시큐아이는 2003년 매출 340억원 영업이익 35억원, 당기순이익 20억원을 달성하는 회사로 변모했다.
방화벽 분야에서 승승장구하던 시큐아이는 창립 3년만인 2003년 10월 기업공개(IPO)를 추진하기 위해 코스닥 예비심사를 청구하고 2004년 기업공개(IPO) 목표를 세웠다. 하지만 2003년 이후로 보안 업체가 우후 죽순으로 생겨나며 경쟁이 심화된 게 발목을 잡았다. 안랩 등 몇몇 업체를 제외하고는 2004년 보안 업체 대부분이 부진한 성적을 냈다
이 시기 시큐아이도 매출 400억원을 넘겼으나 수익성을 부진했다. 2004년 영업손실 -32억원, 순손실 -28억원을 기록하며 성장세가 둔화됐다. 실적 둔화는 시큐아이가 계획대로 IPO를 진행하지 못한 원인으로 보인다. 순손실 영향으로 영업활동 현금흐름도 2003년 11억원에서 2004년 -3106만원으로 마이너스 전환했다.
하지만 이듬해부터 달라진 양상을 보였다. 2004년 한 차례 부침을 겪은 시큐아이는 이후 영업·마케팅 체제 강화, 신제품 출시, 해외사업 등 성과에 집중했다. 덕분에 지난해까지 14년간 영업이익 흑자를 유지했다.
2013년에는 사명을 시큐아이닷컴에서 시큐아이로 변경했다. 2015년 전후로 보안 업계에 불황이 닥치며 시큐아이 수익성이 정체됐었지만 국내에서 여전히 방화벽 분야의 높은 점유율을 유지하며 외형이 커졌다. 지난해에는 창립 이후 최대 매출인 1078억원을 기록하며 매출 기준 인포섹, 안랩과 함께 '보안 빅3'로 거듭났다.
◇ 13년째 무차입 경영, 안정적 재무구조 유지
시큐아이는 국내 네트워크 보안시장에 안착했을 뿐 아니라 삼성 계열사를 토대로 한 안정적인 매출로 건실한 재무구조를 구축하고 있다. 지난해 시큐아이의 주요 매출처는 삼성에스디에스(26%), 아이티윈(8%), 삼성전자(6%) 등이다. 영업현금흐름이 설립 첫 해인 2000년과 순손실을 냈던 2004년을 제외하고는 흑자 흐름을 유지하고 있다.
시큐아이의 재무건전성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지표는 부채비율이다. 지난해 말 기준 부채비율은 24.11%다. 아울러 최근 5년간 30% 미만 수준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말 부채총계는 270억원으로, 이 중 차입금은 없다. 부채를 구성하고 있는 항목을 보면 영업활동 과정에서 필수적으로 발생하는 유동부채 등으로 구성됐다. 매입채무 (136억원), 선수금 (20억원), 판매보증충당부채 (10억원) 등이다. 설립 초기를 제외하고 2006년부터 올해 1분기까지 약 13년간 무차입 경영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시큐아이의 자본 총계는 1120억원이다. 납입자본금은 몇 차례 증자를 거치면서 지난해 말 기준 57억원 수준이다. 2000년, 2004년 제외하고 매년 적게는 7억원, 많게는 167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하면서 이익잉여금도 지난해 말 기준 1007억원까지 불어났다.
한동안 보수적으로 사업을 운영했던 시큐아이는 차세대 방화벽 신제품 '블루맥스'를 올해 초 출시하며 성장 엔진을 켰다. 신제품 출시는 8년 만이다. 주력인 네트워크 보안과 함께 클라우드·엔드포인트·무선 보안 등으로 영역을 확장하고 일본, 동남아, 북미 보안 시장에 진출할 계획이다. 올해 매출 목표는 전년 대비 60% 이상 달성으로 제시했다. 목표 달성시 매출은 1700억원으로, 이 경우 보안 업계 매출 2위로 올라설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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