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S건설, IK EPC 유명무실 판단…사우디법인 청산 현지 제반사항 열악, 수익성 악화 불가피…시공법인만 남기기로 결정
신민규 기자공개 2019-09-06 09:23:00
이 기사는 2019년 09월 05일 13:4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GS건설이 수년간 공들였던 사우디아라비아 현지 거점법인을 청산했다. 내부적으로 프로젝트 전반을 현지화하는 전략은 더이상 실효성이 없다고 판단했다. 그동안 사우디아라비아는 설계·구매·시공 등 전반을 자국 산업부문에서 해결하면 대규모 발주를 내겠다고 공언해왔다. 이후 국내 대형건설사들이 현지법인을 잇따라 세웠지만 실제 이같은 케이스의 발주는 등장하지 않았다. 발주사례가 나타나더라도 현지 제반사항이 워낙 열악해 프로젝트 수익성을 감안할 때 무리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 비슷한 취지로 국내 건설사가 설립한 현지 거점법인이 상당수라는 점에서 행보가 주목된다.GS건설은 올해 상반기 사업보고서를 통해 'GS Saudi Co., Ltd.'를 반기 중에 청산하고 연결대상 종속기업에서 제외했다고 밝혔다. 기존 단순 시공법인인 'GS Construction Arabia Co.,Ltd.'만 존속키로 했다. GS Construction Arabia Co.,Ltd.'는 라빅2 프로젝트(Rabigh Ⅱ Project UO1) 등을 맡았다.
'GS Saudi Co., Ltd.'는 IK EPC(In Kingdom EPC)로 사우디아라비아에서 현지 프로젝트 수행을 위해 설립한 거점법인이었다. 지난 2010년을 전후로 사우디아라비아가 설계인력, 자재구매, 시공을 모두 현지 산업부문 및 건설부문에서 해결하면 국가 차원의 대규모 발주를 하겠다고 약속하면서 설립됐다.
현지화율에 따라 건설비용의 일부가 준공 후에도 사우디아라비아에 그대로 남게된다는 점에서 적극적으로 추진됐다. 당시 국내 업계에선 향후 5000억원 이하의 프로젝트는 모두 IK EPC에만 허용될 것이란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여전히 현지화 전략을 수주기업들에 강조하고 있지만 실제 IK EPC에 준하는 발주는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수년간 기다림만 지속되다보니 법인 유지 과정에서 손실이 불가피했다.
시장에선 실제로 수주가 이뤄져도 프로젝트 진행은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사우디아라비아 내에서 설계인력을 찾기 힘들 뿐더러 자재구매 등 전반적인 제반사항이 열악해서다. 현지법인과 계약을 맺어도 현지법인이 다시 인력과 자재를 아웃소싱하지 않는 이상 프로젝트 전반의 현지화율은 어려운 것으로 알려졌다.
해외건설협회 관계자는 "법인과 지사의 차이가 있어서 본사 지원금도 다르고 운영금액도 다르기 때문에 법인 유지에 대한 판단을 기업마다 하고 있다"며 "사우디아라비아는 지금도 현지화 전략을 추진하고 있고 대규모 발주 구상을 하고 있지만 당장 시프트가 이뤄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입찰 나오는 것 위주로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GS건설의 판단에는 기존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진행했던 일반 프로젝트에 대한 피로감도 작용했던 것으로 보인다. 현지에선 시공법인도 사우디제이션(Saudization, 자국민 고용정책)의 일환으로 채용을 규제받는데 현지 비숙련공이 생산성을 떨어뜨리는 문제점 등이 발생했다.
회사에 중대한 손실을 끼쳤던 프로젝트가 대부분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발생했다는 점도 공격적으로 사업을 전개하지 않는 데 한몫했다. GS건설은 라빅2 프로젝트(Rabigh Ⅱ Project UO1)와 PP-12 복합화력발전소 등을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수주했다. 당시 플랜트부문에서 최대규모 수주로 주목받았지만 이후 공사원가가 늘어난 탓에 막대한 손실을 입혔다. GS건설은 지난해 해외 플랜트 부문 설계변경으로 인한 클레임이 받아들여져 환입금을 받아 손실을 만회했다.
GS건설 관계자는 "EPC 전체를 사우디아라비아 내에서 하라는 요구에 따라 법인을 세웠지만 결정적으로 발주를 못했다"며 "수주자체를 할 수 없는 상황, 영업활동을 할 수 없는 상황이라 시공법인만 남기고 청산키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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