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9년 09월 09일 07:5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해외 기업들은 기업주도형 벤처캐피탈인 'CVC(Corporate Venture Capital)'를 통해 벤처·스타트업 투자를 활성화하고 있다. 구글의 구글벤처스, 인텔의 인텔캐피탈, 바이두의 바이두벤처스 등이 대표적이다. 미국에서는 전체 벤처투자의 50%가 CVC를 통해 이뤄진다. 일본 역시 벤처투자금 44%가 대기업 투자다.우리나라에도 CVC가 존재한다. 삼성의 삼성벤처스, 하나금융의 하나벤처스, 카카오의 카카오벤처스 등이 벤처 투자에 열을 올리고 있다. 대기업의 사업회사가 직접 자기 자본으로 투자하거나 관련 계열사로 창업투자사나 신기술금융사를 만들어 투자하는 방식이 일반적이다. 전통적 벤처캐피탈(VC)을 넘어 주요 딜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한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CVC가 추가로 늘어나기 어렵다. 금산분리 규제를 담고 있는 현행 공정거래법에 따라 대기업 지주회사는 CVC를 설립할 수 없다. 때문에 지주사 체제인 재계 서열 3·4위 SK와 LG는 국내에 CVC를 만들지 못하고 있다. LG벤처스나, SK벤처스를 설립할 의지는 있지만 규제에 가로막힌 상태다. 이런 규제를 실시하는 나라는 전 세계에서 한국뿐이다.
롯데의 경우 지난 2017년 지주사 체제로 전환하면서 롯데액셀러레이터를 2년 내에 매각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런 규제 때문에 지주사 체제의 대기업은 스타트업 투자를 염두에 두고 있지만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업계에서는 CVC가 스타트업 생태계에 도움이 된다고 입을 모은다. 보다 체계적인 투자와 관리 시스템이 가능할 것이라는 기대다.
그러나 규제당국은 미동도 하지 않고 있다. 지난 4일 김삼화 바른미래당 국회의원 주최로 열린 'CVC 확대를 위한 정책토론회'는 말 한 마디 없이도 정부의 태도를 알 수 있는 자리였다. 이날 토론회에는 다양한 업계 관계자들이 토론 패널로 참석했다. 그중 한 자리는 공정거래위원회의 몫이었지만 토론회가 끝날 때까지 공석으로 남았다.
토론회 한 패널은 우스갯소리로 "규제당국 공무원이 없으니 발언하기 편하다"고 말했지만 분위기는 가라앉았다. 정부 입장에서는 금산분리라는 대원칙이 흔들릴 수 있기 때문에 지주사의 CVC를 허용하기 어려울 수 있다. 그러나 '제2의 벤처붐'으로 인한 국가경제 실익을 고려하면 부작용 예단은 기우다. 규제는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춰 꾸준히 변화한다. 지금이 그 적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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