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사 꿈꾸는 SK㈜, 7000억 자사주 매입의 의미 성과 공유 차원…자사주 지분율 26%로 확대 관측
최은진 기자공개 2019-10-02 08:07:02
이 기사는 2019년 10월 01일 16:3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SK㈜는 경쟁 대기업 집단과 다르게 투자형 지주사를 표방한다. 자체사업과 자회사 관리에 그치지 않고 적극적으로 투자를 하고 수익을 창출해 주주들과 공유하는 방식의 사업구조를 구축하고 있다. 자체사업인 IT 및 자회사 배당을 기반으로 바이오 사업 등에 투자하면서 수익률을 높이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에 대한 주주들과의 수익공유는 주가 상승과 배당 및 자사주 매입을 활용하기로 했다. 최근 약 7000억원의 자사주 매입을 결정한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SK그룹의 지주사인 SK㈜는 지난 2015년 IT 사업을 영위하는 SKC&C와 합병을 통해 탄생했다. 통상 재계서 분류하는 순수지주사와 사업형지주사 중 SK㈜는 사업형지주사에 속한다. SKC&C 부문이 사업부문에 속한다. 그러나 SK㈜는 특이하게 사업형지주사가 아닌 '투자형지주사'라는 단어를 활용한다. 투자에 방점을 둔 지주사 구조를 마련하겠다는 목표를 보여주는 일종의 슬로건이다.
지주사가 하나의 투자회사로서 역할을 하면서 신성장 사업을 발굴하는 동시에 벤처기업 등에 적극적으로 투자해 성과를 올리는 것을 목표로 삼는다. 내부적으로 투자센터를 조직하고 증권사 기업금융(IB) 및 벤처캐피탈(VC) 인력을 영입한 것도 이 때문이다. 최근에는 아예 회계법인이나 로펌 등을 활용하지 않고 직접 투자검토 및 심의 등을 진행하며 완전한 투자회사로서의 골격을 갖춰나가고 있다.
SK㈜의 투자 전략은 명료하다. 주력사업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신성장 사업을 발굴하고 육성하는 관점에서 투자계획을 세운다. 투자를 집행하면 해당 회사의 가치를 향상시킨 후 선제적인 엑시트(Exit)를 통해 수익을 챙긴다. 말하자면 에너지·화학, ICT, 반도체 등 기존사업을 제외하고 신성장 사업으로 꼽히는 바이오·제약, 소재, 신에너지 등이 SK㈜의 투자 포트폴리오에 포함되는 셈이다. SKC&C와 통합한 후 신성장 투자 포트폴리오를 갖추는 데 총 4조원의 자금이 집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SK머티리얼즈, SK실트론 등 소재사업 인수에 총 1조4000억원을 썼고 바이오·제약에 1조원을 집행했다.
투자금 회수 전략은 IPO나 지분매각이다. 지난 2017년 이후 SK엔카, SK증권, 분당사옥 등을 매각하면서 총 1조원의 투자금을 회수했다. 지주사로는 처음으로 '투자수익률'이라는 개념을 공개하기도 했다. SK㈜가 내부적으로 집계한 올 상반기 기준 지난 3년간의 연평균 투자수익률은 39%로 알려졌다.
'지주사'에 투자라는 개념을 끌어들여 투자 및 엑시트 전략을 세우고 수익률까지 산정하고 나선 SK㈜는 이에 대한 주주와의 수익공유 전략 역시 고민했다. 일차적으로 SK㈜의 기업가치를 올려 주가를 높이는 방법을 내세웠지만, 여의치 않으면 배당 및 자사주 매입과 같은 주주친화정책도 적극적으로 나서겠다고 공표했다.
특히 그간 기업들이 행하던 단순 배당성향에 기반한 배당정책 대신 투자 포트폴리오로부터의 배당수익을 기본으로 삼고 투자 회수가 발생하면 그 투자수익 일부를 주주와 공유하는 새로운 원칙을 마련하기도 했다. 중간배당이나 특별배당이 상시화 될 것으로 업계는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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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SK㈜가 올해 말까지 석달간 총 7181억원 어치의 자사주 매입에 나서기로 결정한 것도 같은 이유다. 이는 출범 후 역대 최대 규모이다. SKC&C와 합병을 통해 통합 SK㈜를 출범할 당시 주가부양 차원에서 자사주 5%를 매입하며 약 9000억원을 쓴 이후 대규모 자금을 집행하는 셈이다. 이를 통해 SK㈜의 자사주 비율은 현재 20.66%에서 26%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SK㈜의 주가는 지난해 1월 33만원을 고점으로 찍고 하락세를 보여 현재 22만원선까지 내려앉았다. 대내외 불확실성이 가중된 데 따라 단기적인 주가 부양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에 투자형지주사라는 입지를 주주들에게 확실히 각인시키는 차원에서 자사주 매입을 결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현재 SK㈜가 보유한 현금성자산 2915억원과 한분기 영업활동으로 벌어들이는 현금 약 4000억원을 자사주 매입에 쏟아붓는다는 점이 눈에 띈다. 거의 유휴자금 대부분을 주가부양에 활용하는 셈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투자형지주사라는 새로운 개념을 도입한 SK㈜가 과감한 투자와 확실한 수익공유를 보여주는 차원에서 자사주 매입에 나서게 된 것"이라며 "현저하게 낮은 주가에 책임감을 느끼며 유휴자금을 통해 주가부양을 하는 셈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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