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FO 워치]조영철 부사장, 현대중공업 격변기 관리한 '해결사'그룹 대변혁 때 해결사 역할 '톡톡'…대우조선 통합 작업 주도
구태우 기자공개 2019-12-30 08:42:57
이 기사는 2019년 12월 27일 13:4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현대중공업그룹은 최근 몇 년 간 지배구조가 수차례 개편됐다. 현대중공업을 인적분할해 지주사 체제를 갖췄고,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위해 현대중공업을 또 한번 물적분할해 한국조선해양을 설립했다. 현대중공업은 경영 악화로 2013년부터 무배당 기조를 이어가고 있었지만, 성장을 이어가기 위한 지배구조 개편 작업은 쉬질 않았다.현재 현대중공업의 지배구조 개편 작업은 마무리 단계에 와있다. 주주와 노조 등 이해관계자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계획대로 추진됐고, 효율적인 지배 체제를 구축했다는 평가다.
이 모든 변화를 투자자들에게 설명하고, 소통한 인물이 있다. 한국조선해양 경영지원실장 겸 현대중공업 최고재무책임자(CFO) 조영철 부사장(사진)이다. 그는 현대중공업의 지배구조가 개편될 때마다 주주, 애널리스트 등 이해관계자 앞에서 직접 소통했다. 시장의 우려와 궁금증을 해소하면서 지배구조 개편과 인수합병의 필요성을 설파했다.
조 부사장은 1988년 현대중공업에 입사해 그룹 내에서 줄곧 재무 및 경영관리 업무를 맡았다. 2010년 현대오일뱅크에서 상무로 승진해 임원을 달았고, 2013년 전무로 승진했다. 이듬해 현대중공업으로 자리를 옮겨 재정부문장(CFO)을 맡았고, 2016년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그룹의 주요 자회사에서 핵심 역할을 맡아왔다. 현대오일뱅크에서 재무부문장과 경영지원본부장을, 현대중공업에서는 서울사무소장 및 CFO를 역임했다. 한국조선해양에서는 CFO를 맡아 재무와 경영 전반을 총괄하고 있다.
조 부사장은 그룹 내에서 권오갑 현대중공업그룹 회장의 최측근으로 통한다. 권 회장과 한몸처럼 움직였다. 현대중공업그룹이 경영상 중대한 변화를 맞을 때마다 '해결사' 역할을 맡는 등 중책을 수행했다.
현대중공업은 현대그룹 시절이던 1990년대 후반 자금난으로 매각했던 현대오일뱅크를 20여년 만에 되찾았다. 조 부사장은 인수 직후인 2010년 현대오일뱅크 재무부문장을 맡아 재무구조 및 경영 개선 작업을 진행했다. 당시 현대오일뱅크 초대 사장은 권 회장이었다.
조 부사장은 2014년 현대중공업 내 '경영분석 TF' 팀장을 맡았다. 현대중공업은 조선과 플랜트 부문의 위기로 2조원대의 손실을 입었다. 창사 이래 최대 경영난에 빠진 현대중공업의 경영진단 작업을 TF팀이 맡았다. 사업구조 개편 방안을 비롯해 구조조정 계획 등을 TF팀이 고안했다. 현대중공업은 2016년 TF팀의 경영진단을 바탕으로 3조5000억원 규모의 자구대책을 마련했다.
조 부사장은 권 회장과 함께 지주사 전환 작업도 관할했다. 현대중공업을 인적분할해 △현대로보틱스(로봇·자동화) △현대건설기계(건설용 중장비) △현대일렉트릭(전기전자장비)을 설립했고, 순환출자 고리를 해소했다. 현대중공업지주가 조선·정유·건설·AS 부문 등 자회사를 지배하는 지배구조가 완성됐다. 지배구조 개편으로 오너일가의 계열사 지배력은 높아졌고, 계열사 자율경영 체제가 마련됐다.
현대중공업그룹의 남은 과제는 대우조선해양 인수합병(M&A)이다. 현재 EU와 일본 등 5개국이 양사의 기업결합을 심사하고 있다. 이 절차를 통과하면 글로벌 빅3 조선사가 합쳐져 '빅2'(한국조선해양·삼성중공업)만 남게 된다.
조 부사장은 한국조선해양의 초대 경영진으로 대우조선해양 인수합병 작업을 이끌고 있다. 인수가 최종 마무리되면, 대우조선해양의 사업구조 개선 작업을 진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10년 이상 산업은행의 관리 하에 있었던 만큼 현대중공업의 'DNA'를 심는 과정도 남아있다.
대우조선해양 인수합병으로 현대중공업의 조선 부문은 또 한번 변화를 맞을 전망이다. 조 단위 M&A임에도 재무적 영향은 크지 않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다만 기업결합 심사 결과가 '조건부 승인'으로 끝날 가능성이 높고, 인수 후 조선부문의 구조조정도 불가피하다. 조선업황이 부진과 회복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고 있어 인수 효과를 최대한 높여야 하는 과제가 남았다.
조 부사장은 재무 안전성과 조선 부문의 성장을 동시에 염두해 두고 통합(PIM) 작업을 진행할 전망이다. 현대중공업은 조 부사장 주도로 수년간 재무구조 개선 작업을 추진하면서 재무 상태가 안정됐다. 2014년 220.3%에 달하던 부채비율은 올해 3분기 85.9%로 낮아졌다. 안정적인 재무구조는 대우조선해양 통합 작업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조선업 불황이 바닥을 찍고 회복되는 추세지만 2000년대 초중반처럼 성장하긴 어려울 것"이라며 "대우조선해양 인수 후유증을 최소화하고, 효율성은 최대한 높이는 방식의 구조개편 작업이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대우조선해양 M&A가 마무리되면 CFO의 역할이 더 중요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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