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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모펀드 제도 개선]'부담백배' 운용보고서, '구체적' 가이드라인 절실운용사·판매사 모두 인력부담…운용사 전략유출 '고민거리'

정유현 기자공개 2020-02-18 13:00:35

이 기사는 2020년 02월 17일 16:1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금융당국이 헤지펀드 운용사에 운용보고서 교부를 의무화하는 방안을 내놓자 운용 업계는 '업무 부담은 있으나 규제 방향성에 대해서는 찬성'하는 분위기다. 다만 운용사가 수익자에 대한 정보가 없기 때문에 고객에게 정보 전달을 하는 판매사의 역할 및 책임에 대한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 운용 자산별 '정형화 된 포맷' 구체화 필요…전담 인력 배치 부담

금융당국은 헤지펀드 운용사가 개인투자자에게 정기적으로 자산운용보고서를 제공하도록 의무를 강화하기로 했다. 판매사도 투자자에게 펀드 판매시 핵심 투자 정보를 제공하도록 주문했다.

헤지펀드는 공모펀드와 달리 투자 능력을 지닌 소수에게 비공개로 모집되는 특성 때문에 노출된 정보가 제한적이었다. 최소 가입 금액이 높은 대신 투자 전략도 다양하고 소수에게 비공개로 투자 기회를 열어준다는 점에서 '고액자산가들의 전유물'로 통했다.

구조상 운용사는 고객 정보에 대해 알 수 없기 때문에 마케팅을 담당한 판매사가 고객과 운용사의 중간자 역할을 했다. 운용사는 판매사의 본사 혹은 영업점을 찾아 투자금을 모집할 뿐 수익자와 직접 맞닿아 있지 않다. 이번 규제안이 개인 투자자에게 정기적으로 정보를 제공하도록 요청했지만 결국 '헤지펀드 운용사→판매사→투자자' 구조다. 이 시장 참여자별 연결 고리 사이의 정보 제공 의무가 강화된 것으로 해석된다.

그동안 헤지펀드는 정형화된 투자 설명서도 없었고 운용사가 운용 보고서를 주기적으로 제공할 의무도 없었다. 하지만 운용사의 경우 판매사와의 관계 때문에 주기적으로 운용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관행이었다.

대부분 운용사별 자유로운 양식으로 보고서를 판매사 본사에 제출하는 형식이었다. 이번금융 당국의 사모펀드 제도개선안의 내용에 큰 타격을 입지 않은 것도 기존에 해오던 업무의 연장선상이기 때문이다. 최근 사고가 터진 운용사들의 경우 정보 제공 의무가 없다는 이유로 운용 보고서를 판매사에 공개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물론 기존에 해왔던 업무임에도 운용사 부담이 가중된 것도 사실이다. 운용하는 펀드가 많은 운용사일 수록 업무가 복잡해진다. 운용 보고서 양식은 펀드의 투자 자산에 따라서 달라지기 때문에 금융당국이 제시하는 정형화된 포맷으로 맞추는 것도 쉽지 않다. 이에따라 이 업무만 주력으로 하는 인력도 필요하다. 운용 규모가 큰 업체는 그나마 다행이지만 소규모 운용사는 추가 채용 등의 부담도 생긴다.

A 헤지펀드 운용사 임원은 "그동안 판매사에 주기적으로 정보를 제공하고 있었지만 펀드 자산에 따라 운용 보고서 양식은 달랐다"며 "이를 정형화된 포맷으로 시스템화 시켜서 주기적으로 보고하게 하는 것은 부담이 된다. 금융 사고가 난 상황이라 규제 방향은 이해하지만 현실적으로 운용사에 일을 더 얹어준 것으로 해석된다"고 토로했다.

B 헤지펀드 운용사 관계자는 "수익자가 기관일 경우나 PB가 요청을 하면 30일 이전 자료를 제공했고 판매사 통해서 개인 투자자가 운용 정보 공개 요청을 할 경우 정해진 절차에 따라 정보를 공개 해왔다"며 "이 업무가 의무화 된다면 이 것만 전담하는 인력을 배치해야하는 등 운영의 부담은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 운용사 '전략 유출 고민'…"판매사 내부 책임 규제 필요" 한목소리

운용사들은 정보 제공에 따른 '전략 유출'에 대한 고민도 있다. 판매사 본사에 제공된 정보가 내부에서 어떤 과정을 거쳐서 고객에게 전달되는지, 어떤 방식으로 본사에서 센터에 정보를 제공하는지 등의 정보가 없기 때문이다. 운용사의 수도 많고 펀드수도 많은데 판매사가 운용사 점검을 제대로 할 수 없을 것이란 우려도 있다.

현재도 판매사에서 정보를 요구하면 어느 선까지 정보를 오픈해야 하는지에 대한 기준도 정리되지 않은 상태라고 전해진다. 이 같은 상황에서 정보 제공이 의무화 되면서 운용 전략 뿐 아니라 운용사의 영업 기밀인 내용도 판매사가 요청을 하면 제공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만약 운용사의 세부 전략이 판매사 내부에 공유 되서 판매사 내부의 고유자금 투자를 담당하는 부서에서 같은 전략으로 투자를 하는 경우도 배제할 수 없다. 내부에서 운용 보고서를 관리하지 않으면 이 정보가 외부에 노출되는 것도 시간 문제이기 때문에 운용사들은 걱정스런 목소리를 내고 있다.

C 헤지펀드 운용사 임원은 "판매사 상품팀도 리스크가 발생하면 책임을 져야하기 때문에 다양한 정보 제공을 요구할 텐데 이 정보가 어디로 누구한테 전달되는지 알수 있는 방법이 지금은 없는 것 같다"며 "시장에 정보가 유출되고 잘못된 정보가 전달 될 경우 자본시장에 또 악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한 구체적인 규제안이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그동안 대부분의 판매사가 공을 들여 운용보고서를 판매사 본사에 제공했지만 이 정보가 고객에게 전달됐는지 여부를 파악하기는 쉽지 않았다. 대부분 판매사 본사에서 내부 공유 폴더에 운용 보고서를 올려서 공유하거나 요청하는 PB가 있으면 따로 전달하는 정도라고 전해진다. 운용사가 제공한 정보가 투자자에게 전달이 잘 되도록 하는 규제안도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D 헤지펀드 운용사 관계자는 "헤지펀드지만 운용 보고서를 제공하는 것이 맞다는 판단하에 투자 자산이나 종목에 대한 코멘트까지 다 받아서 판매사에 3개월에 한번씩 보고서를 제출했다"며 "공을 들여 만들었지만 전달 여부는 사실 파악이 안됐다. 보고서 제출을 의무화 한 만큼 이 정보가 판매사를 통해 고객에게 전달될 수 있도록 규제 혹은 금융 당국의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판매사들도 이번 규제안에 따라 운용사 만큼은 아니지만 전담 인력 배치 등 업무에 대한 부담을 느끼는 입장이다. E 판매사 관계자는 "이 규제안을 통해 (운용사 리스크 관리가)어느 정도 효과는 있겠지만 판매사가 운용사를 100% 제어할 수 있는 수단이 되지는 않을 것"이라며 "판매사도 운용사를 관리하는 전담 인력을 보강할 수 밖에 없지만 향후 구체적인 세부라인이 어떻게 나올지를 우선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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