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모비스, 정의선 부회장 추천 사유의 '빌미'와 진실 앱티브 합작 결정 이사회 불참…미국서 계약식 참석
김경태 기자공개 2020-02-19 08:20:28
이 기사는 2020년 02월 17일 16:4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현대모비스가 내달 열리는 정기주주총회에서 정의선 수석부회장을 재선임할 예정인 가운데 이사회에서 후보자로 추천한 이유를 밝혔다. 정 부회장에 대한 추천 사유를 밝힌 것은 처음으로 선임되던 2002년 이후 18년만이다.추천 사유에는 작년 9월 앱티브와의 합작사 설립을 결정했다고 적시됐는데 당시 정 부회장은 이사회에 불참했다. 공개된 정보와 주총소집공고만 보면 충돌되는 내용처럼 비춰져 일부 주주들이 오해할 만한 여지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정 부회장은 당시 앱티브와의 합작 계약식에 직접 참석해야 했기 때문에 일정상 이사회에 참석할 수 없었다. 이사회는 아니어도 의사결정엔 적극 관여한 셈이다.
◇정 부회장, '앱티브' 합작 이사회 불참…계약식 참석때문
정 부회장이 현대모비스의 사내이사가 된 때는 2002년 3월이다. 당시 현대모비스는 주총을 앞둔 같은 해 2월 주총소집공고를 하면서 정 부회장을 새로운 이사로 선임한다고 밝혔다. 추천인은 이사회로 적었고 추천 사유로는 "그룹 계열사간 유기적인 업무협조를 위함"이라는 문구를 기재했다. 이 외에 생년월일, 주요경력, 최대주주와의 관계, 최근 3년간 거래내역 등이 설명됐다.
그 후 정 부회장은 3년의 임기 만료가 다가올 때마다 지속해서 중임했다. 재선임이 이뤄지던 해의 주총소집공고에는 정 부회장을 추천한 사유에 대해서 밝히지 않았고 다른 후보자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러다 지난 14일 주총소집공고에는 오랜만에 이사회의 후보자 추천 사유를 기재했는데, 이번에 재선임되는 정 부회장에 대한 설명이다.
추천 사유는 △현대모비스와 현대자동차그룹의 책임경영 구현을 위한 최적임자 △자율주행기술, 수소연료전지 나아가 미래 모빌리티시장을 선도하기 위한 비전 제시 두 가지다. 이 중 두 번째 사유의 부연 설명에는 작년 9월 이뤄진 미국 자율주행 전문기업 앱티브(APTIV)와의 합작법인(조인트벤처, JV) 설립 결정이 대표적인 사례로 적시됐다.
그런데 정 부회장은 앱티브와의 합작사 설립을 결정한 이사회에는 불참했다. 현대모비스의 작년 3분기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그는 작년에 3분기까지 열린 7차례의 이사회 중 2019년 6월 14일과 9월 23일에 열린 이사회에만 불참했고 나머지는 모두 참석했다. 9월 23일의 이사회에서 앱티브와의 합작에 관한 안건이 다뤄졌다.
현대모비스가 투자자와 주주, 일반을 위해 공개하는 자료만 보면 정 부회장을 이사회에서 추천하는 사유와 충돌하는 것처럼 비춰질 여지가 있는 셈이다. 정 부회장이 현대모비스의 대표이사로서 활동하는 만큼 당연히 보고도 받고 주요 투자를 결정하겠지만, 정작 관련된 논의를 하는 이사회에는 불참하고도 재선임을 노리는 것으로 여겨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는 같은 사안에 관해 불가피하게 일정이 겹쳤기 때문이다. 현대모비스 관계자는 "당시 이사회가 있던 때에 정 부회장이 미국으로 직접 출장을 가서 앱티브와의 행사를 챙겨 불참했다"고 말했다.
실제 현대모비스는 작년 9월 23일(현지시각) 미국 뉴욕에서 양사 주요 경영진 및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합작사 설립에 대한 본계약을 체결했다. 정 부회장은 이 행사에 직접 참석했다. 이사회 내에서 다른 구성원들과 논의를 하지는 못했지만, 현대차·기아차·현대모비스가 총 20억달러(한화 약 2조3900억원)를 투입하는 대규모 투자의 계약식을 몸소 챙겼던 셈이다.
다만 실제 현황을 선뜻 알지 못하고, 또 현대모비스의 안건에 반대하려는 편에 빌미가 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업무와 관련이 있는 재무라인과 IR부서에서 문구 조정에 조금 더 세심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었다.
◇물샐 틈 없는 '사주경계' 이사회 진용 구축
현대모비스는 내달 개최하는 주총에서 정 부회장 외에 칼 토마스 노이먼 이사를 재선임하고 장영우 영앤코(Young&Co) 대표를 신규 선임할 예정이다. 두 이사와 관련해서는 주총소집공고에 직무 수행 계획을 설명했다.
우선 칼 토마스 노이먼은 오펠(OPEL), 폭스바겐 차이나에서 CEO를 역임했다. 작년 3월 현대모비스의 최초 외국인 사외이사로 선임됐다. 그는 이사가 된 뒤 참석률 100%를 기록하면서 활발히 참여하고 있다. 현대모비스의 지배구조 선진화에 보탬이 되고 있고 자동차 산업에 종사한 경험을 바탕으로 미래차 전략 수립에 기여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장 대표의 경우 현대모비스의 첫 주주 추천 사외이사로 선임될 계획이다. 현대모비스는 올해 1월 초 주주 추천 사외이사를 공모하기로 한 뒤 이달 14일 이사회에서 장 대표를 최종 낙점했다. 그는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뒤 조지워싱턴대 대학원에서 경영학 석사를 받았다. KPMG 뉴욕지사와 서울지사에서 회계사로 근무했다.
특히 그는 도이치모간그렌펠과 메릴린치, 골드만삭스의 서울지점을 거치는 동안 애널리스트로 활동했는데 자동차 분야를 담당했다. 당시 베스트 애널리스트로 꼽히는 등 증권가를 비롯한 관련 업계에서 주목을 받았다. 현대모비스는 그가 한국 자동차산업의 1세대 애널리스트로서 현대차그룹과 현대모비스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한국 자본시장의 전략가이자 글로벌 증권사의 시각을 제공해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 회계사 자격증을 보유할 정도로 숫자에 밝은 만큼 재무적인 역량도 보탬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또 약 30년 간 자본시장에서 구축한 네트워크의 활용도 있다. 무엇보다 장 대표가 주주 추천 사외이사로서 올바른 분석과 건설적인 비판을 제공하고, 건설적인 주주가치 제고 정책 수립에서 역할을 할 것으로 소개했다.
두 사외이사의 재선임과 신규선임이 이뤄지면 현대모비스는 재무·투자, 경영·기술, 운영·관리, 산업·경영을 아우르는 사외이사진을 더 탄탄하게 구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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