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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그룹 경영권 분쟁]한진칼, 전자투표 '고심'주총 한달 앞두고 코로나 확산…"도입 여부 검토 중"

유수진 기자공개 2020-02-28 08:18:40

이 기사는 2020년 02월 27일 14:5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치열한 표대결이 펼쳐질 한진칼 주주총회가 한 달 앞으로 다가오면서 전자투표제 도입 여부에 관심이 집중된다. 그동안 한진그룹은 KCGI의 끈질긴 요구에도 신뢰성이 검증되지 않았다는 이유를 들어 전자투표제 적용에 부정적인 입장을 견지해 왔다.

하지만 최근 코로나19가 빠르게 확산되며 고민이 깊어진 모습이다. 각종 행사와 모임이 취소되는 등 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장소를 기피하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차그룹과 삼성전자, 포스코 등 주요 기업들이 잇따라 전자투표제를 도입하고 있는 것도 적잖이 부담이다.

한진칼은 다음달 27일 정기 주총을 개최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직 날짜가 확정되지 않았으나 지난해 주총이 3월 마지막주 금요일(29일)에 열렸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이날이 될 가능성이 높다. 장소는 서울 중구에 위치한 한진빌딩 본관 대강당이 유력하다. 한진칼은 2013년 회사 설립 이후 2014년부터 매년 이곳에서 주총을 열어왔다.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올해도 같은 장소에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이날 주총에선 사내이사 연임에 성공해 경영권을 유지하려는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과 이를 저지하려는 주주연합(KCGI,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반도건설)간 표대결이 펼쳐질 예정이다. 양측은 출석 주주 과반의 표심을 얻어야 승리할 수 있다. 지난해 주총 출석률이 77.18%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39% 이상의 우호지분을 확보해야 하는 셈이다.


현재 양 측이 확보한 우호지분은 '막상막하'다. 최근 델타항공과 카카오, 반도그룹 등이 경쟁하듯 지분 매입에 나서고 있으나 일단 이번 주총에서는 해당 주식들에 의결권이 주어지지 않는다. 지난해 12월26일 주주명부 폐쇄 전 양 측이 확보한 의결권 있는 지분을 비교해보면 조 회장이 1.5%포인트 가량 앞서는 것으로 추산된다.

구체적으로 조 회장이 확보한 우호지분은 33.45%다. 조 전 부사장을 제외한 특수관계인 지분(22.45%)에 델타(10%), 카카오(1%)를 더한 값이다. 다만 대한항공 노조가 조 전 회장에 대한 지지성명을 발표한 만큼 대한항공 사우회와 우리사주조합 등이 보유한 것으로 알려진 3.8%의 지분이 추가될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 조 회장의 지분율은 37.25%로 확대된다.

주주연합 측은 세 주주의 보유 지분을 합한 31.98%다. 이 밖에 국민연금(2.9%·추정치)과 외국인 및 기관투자가, 소액주주 등 기타주주(27.87%)들이 있다. 양 측의 우호지분이 출석 주주 과반에 미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나머지 주주들의 표를 얼마나 끌어모으느냐에 따라 최종 결과가 결정된다. 따라서 남은 기간 기타주주들의 표심을 얻기 위한 장외 기싸움이 심화될 전망이다.

때문에 하나의 변수로 작용할 수 있는 게 바로 '전자투표'다. KCGI는 지난해 주총 때부터 전자투표제 도입을 줄기차게 요구해왔다. 하지만 당시 한진칼은 “전자투표제에 대한 신뢰성이 완전히 검증되지 않았고 주주가 주총에 참석해 정당한 권리를 행사하는 게 바람직하다”며 거절했다.

올해도 KCGI의 도입 요구에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아왔다. 앞서 강성부 KCGI 대표는 “한진그룹이 전자투표를 거부했는데 민의를 대변하려면 투표의 효율성이 중요하다”며 “직접민주주의인데 우리도 사전 투표 하듯 (전자투표제를) 해야 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재계에서는 한진그룹이 전자투표제가 조 회장 측에 불리하다고 판단해 도입하지 않고 있다고 해석하기도 한다. 충성심이 약하고 여론 등의 영향을 많이 받는 소액주주 등이 반대표를 행사할 확률이 더 높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지난해 주총은 ‘물컵 갑질’ 등 한진그룹 오너일가의 온갖 만행이 외부에 알려지며 국민 여론이 대폭 악화된 상태에서 치러졌다.

하지만 올해는 상황이 달라졌다. KCGI측이 조 전 부사장과 손을 잡으며 '오너 전횡을 막아야 한다'는 명분을 잃은 데다 한진그룹의 미래보다 펀드 자체의 수익률에 더 신경쓴다는 이미지가 만들어지고 있다.

한진그룹도 전자투표제 요구를 더 이상 모른 체 하고 넘어갈 수는 없을 거란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와 같은 이유를 들어 거부할 경우 주주권익보호에 소홀하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거란 의미다.

특히 중앙임상위원회가 첫 확진자 발생 2개월 뒤인 3월20일쯤 바이러스 확산이 정점을 찍을 거란 의견을 내며 좀 더 적극적으로 주주 보호에 나서야 할 필요성이 커졌다. 투자은행 JP모간 역시 한국 내 코로나19 확산세가 다음달 20일 정점을 찍을 거란 자체 분석 결과를 내놨다. 시기적으로 주총 예상일과 일주일 정도 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KCGI 역시 이 같은 분위기에 올라타 “최근 코로나19 바이러스가 확산되고 있는 상황에서 주주들로 하여금 주총장에 직접 출석하도록 강제하는 것은 건강과 안전을 위협하는 처사”라며 “한진그룹은 조속히 금년도 정기주총에 전자투표제를 도입해야 할 것”이라고 재차 요구했다. 금융위원회 등 금융당국 역시 주주의 전자투표 및 서면투표 활용을 적극적으로 유도하겠다고 밝혔다.

한진그룹 입장에서는 현대차그룹과 삼성전자, 포스코 등이 올해 주총부터 전자투표제를 적용하기로 결정한 것도 부담일 수 있다. 전자투표제에 동참하는 기업들이 늘어날 수록 신뢰성에 문제를 제기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이에 한진칼 역시 도입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한진칼 관계자는 “주총 안건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전자투표제 도입도 검토하고 있다”며 “아직 결정된 바는 없다. 이사회 결과가 나와야 최종적으로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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