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톡스 열전]대웅제약, '2조' 미국 시장 가장 먼저 연다⑤80% 점유율 엘러간에 도전…미용 치료 시장 동시 공략
최은수 기자공개 2020-03-13 08:13:49
[편집자주]
글로벌 보툴리눔 톡신 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보톡스를 대명사로 만든 미국 엘러간의 아성을 한국 바이오텍들이 무너뜨릴 차비를 하고 있다. 이미 한국은 국내 업체들이 시장을 석권한 상태다. 글로벌 퍼스트인 클래스 의약품을 로컬 기업이 극복한 유례없는 사례다. 이 과정에서 과당경쟁이 벌어지고 품질 및 균주 논란 등 내홍의 흔적도 역력하다. 더벨은 보톡스 시장을 통해 본 한국 바이오텍의 글로벌 시장 진출 현황과 과제를 점검해본다.
이 기사는 2020년 03월 06일 16시17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대웅제약은 연매출이 1조원에 육박하는 대형제약사다. 연구개발비로 매년 1000억원 이상을 지출한다. 연구개발비는 매출액 대비 10%를 넘어 지난해엔 1300억원 수준의 연구개발비를 지출한 것으로 추산된다.대웅제약은 새로운 시장 도전에도 과감하다. 그 일환으로 추진한 것이 보툴리눔톡신 제제 시장이다. 쟁쟁한 업체들이 포진한 보툴리눔 톡신 제제 시장에선 대웅제약은 후발주자였다. 하지만 독자적인 기술로 나보타를 선보이며 국내 뿐 아니라 해외 시장에서 도전장을 냈다.
대웅제약은 활로를 해외, 특히 미국 시장에서 찾았다. 미국 시장은 보툴리눔 톡신 제제 시장 규모만 2조원에 달하고 보툴리눔톡신에 대한 인식도 좋다. 관건은 절대 시장 점유율을 보이는 엘러간이다. 보톡스의 원조로 꼽히는 엘러간은 시장 점유율 80%대를 보인다. 게다가 엘러간은 메디톡스와 파트너십을 맺고 대웅제약을 견제하고 있다.
대웅제약은 정공법을 택했다. 메디톡스와 균주 논란은 뒤로 하고 미국 에볼루스란 파트너사를 통해 미국 시장 진출을 준비했다. 미용과 함께 치료 목적의 시장에도 꾸준히 진출해 한국 보툴리눔톡신 제제 업체들 중 가장 먼저 미국 시장 진출을 목전에 두고 있다.

에볼루스는 미국을 겨낭한 대웅제약에게 최적의 파트너였다. 2013년 스트라스피 크라운이라는 미국 사모펀드(PEF)의 자회사 알페온(Alphaeon)에 인수된 덕이다. 스트라스피 크라운은 피부과, 성형외과 의사 1000여명이 모인 집단이다. 미국 내 병원 유통망을 구축하고 있는 것이 강점이었다. 대웅제약으로서는 FDA 승인만 받으면 판로가 상당수준 보장되는 셈이다.
수출계약은 성사됐지만 미국 정식 출시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았다. 미국은 세계최대 시장에 걸맞게 미 식품의약국(FDA)의 승인 과정은 엄격하고 까다로웠다. 승인까지 시간도 오래 필요로 했다. 대웅제약은 미간 주름을 적응증으로 FDA 임상3상 계획 신청(IND) 승인을 받은 지 4년 만인 2018년 5월에야 나보타 제조 시설 승인을 받았다.
미국 진출 타진 중 부각된 메디톡스와의 갈등은 큰 불안요소였다. 메디톡스는 2016년부터 대웅제약이 나보타를 만드는 데 쓰인 보툴리눔 톡신 균주를 부당하게 취득했다고 주장했다. 대웅제약은 무대응에 가까운 반응을 보였지만 메디톡스는 엘러간과 함께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까지 제소하며 공세를 강화했다.
대웅제약은 혼란한 가운데서 선택과 집중을 했다. 미국과 비슷한 시기에 진행한 중국 '나보타' 임상시험계획(CTA)을 2018년 9월 자진 회수했다. 대웅제약은 CTA를 회수하게 된 경위는 미국에 비견할 만큼 큰 중국 톡신 시장에서의 대응 능력 강화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대웅제약 관계자는 "CTA를 신청할 당시, 기존 1공장 생산으로 신청했는데 1공장의 9배 이상 생산 능력을 갖춘 2공장으로 생산 사이트를 변경하기로 결정한 데 따른 조치였다"고 말했다. 다만 당시 메디톡스와의 분쟁으로 이미 잡음이 발생한 상태에서 또 다른 리스크 발생을 막기 위한 내부 판단이라는 분석이 힘을 얻는다.
나보타는 효율적으로 미국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상품 구성에도 심혈을 기울였다. 미국의 80% 가량을 점유하는 보톡스와 동일한 성분과 효능을 택한 것도 전략의 일환이다. 나보타는 보톡스와 분자량이 동일한 900kda 독소복합체다. 보톡스와 효능에서의 동등성도 입증했다. 가격대만 합리적이라면 대체제로 사용할 조건을 갖췄다.

미국 시장 수요층인 의료계는 이미 엘러간의 보톡스가 손에 익은 상태였다. 이 탓에 단순 가격경쟁력만으로는 보톡스 과점 체제를 무너뜨리기 어려웠다. 기존 미 시장의 보톡스 경쟁제품인 제오민(Xeomin), 디스포트 (Dysport)등은 사용법과 효과 확산, 규격 등이 보톡스와 달랐다. 보톡스의 아성을 넘지 못한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한 제약사 관계자는 “미국에 보툴리눔 톡신 제품이 출시된지 약 30년이 됐지만, 보톡스와 동일한 900KDa 분자구조와 100유닛 바이알 규격을 갖춘 제품은 나보타 외에는 없다”며 “가격경쟁력, 의사들이 모여 있는 파트너사의 장점 등이 합쳐졌다”고 말했다.
2019년 2월 대웅제약은 미 FDA에 생물학적제제 허가신청(BLA)을 제출한 지 2년 만에 FDA로부터 나보타(미 상품명 주보)에 대한 품목 허가를 승인받았다. 국산 톡신 제제 중 최초로 거둔 성과였다.
미국향 수출을 통한 나보타 매출은 2019년 2분기부터 반영됐다. 에볼루스에 따르면 2019년 한해 동안 미국에서 주보를 통해 425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를 포함한 나보타의 총 매출 규모는 445억원이다. 2018년 100억원 대비 4배 이상 증가했다. 전체 매출에서 나보타가 차지하는 비중 또한 4%를 넘어섰다.

대웅제약의 다음 수는 전 세계적으로 3조원에 달하는 치료 적응증 시장 진출이다. 대웅제약은 2019년 12월 톡신 제제의 글로벌 치료사업을 위해 미국의 이온바이오파마(AEON Biopharma)와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이온바이오파마는 미국을 비롯 유럽·호주·캐나다·러시아·남아프리카 등에서 치료용 목적으로의 나보타 상업화에 대한 독점 권리를 갖게 됐다.
이온바이오파마는 엘러간에서 오랫동안 치료 분야 사업을 이끌어 온 마크 포스(Marc Forth)를 신규 최고경영자(CEO)로 선임하며 치료적응증 확대를 위한 준비를 마쳤다. 엘러간은 보톡스로 미국에서 눈꺼풀경련, 만성편두통, 방광염 등 14가지 질환에 대한 치료제 허가를 획득했다. 치료 시장 규모는 국내에선 전체의 20%에 그치지만 글로벌로 눈을 돌리면 전체 수요(5조원)의 60% 가량이다.
CTA를 자진 회수하며 멈췄던 중국 진출 시계도 다시 가동할 계획이다. 대웅제약은 나보타를 중등증에서 중증까지의 미간주름 개선을 적응증으로 삼고 2022년 중국에 출시하는 것을 목표로 잡았다. 대웅제약 관계자는 “나보타는 중국 내에서 우수한 품질에 합리적인 가격대의 제품군으로 자리잡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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