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0년 03월 09일 07시35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산업계 출입을 하며 가장 궁금한 것 중 하나는 역시 오너들의 심리다. 아무리 전문경영인의 시대라 하더라도 자본을 쥐고 있는 오너들의 철학이 기업 경영의 큰 틀을 이루고 있다는 사실은 변화가 없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에 몇 없는 대기업 오너들의 철학은 여전히 기업 행보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매출이나 영업이익률, 자산총계 같은 객관적 수치 말고도 재계에서의 위상, 그에 따라오는 자존심 등은 오너들에게 여전히 중요한 요소다.지난해 재계에서 자존심을 구긴 대표적인 오너가 있다면 조동길 한솔그룹 회장일 것이다. 공정거래위원회가 매년 순위를 매기는 대기업집단 순위에서 지난해 한솔그룹이 제외됐기 때문이다.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오크밸리 골프장 등 비핵심자산을 정리한 결과였다. 국내 부동의 1위 제지업체인 한솔제지와 유망한 반도체 소재 화학사인 한솔케미칼 등을 보유하고도 자산총계가 5조원 밑으로 줄어들며 씁쓸한 입맛을 다셔야만 했다.
실리적으로 보면 대기업집단에서 제외됐다는 사실은 오히려 편할 수도 있다. 대기업이라는 일종의 부담감도 벗어던질 수 있을뿐더러, 대기업집단에 한해 적용되는 국가 규제 등 여러 레이더망에서도 자유로울 수 있다. 다만 범삼성계로서 국내 10위권 기업집단을 이끌던 오너에게 이런 요소는 '정신승리'의 수단에 불과할 수밖에 없다.
조 회장은 올해 신년사를 통해 한솔의 명예회복을 다짐했다. 조 회장의 신년사는 흔히 볼 수 없는 것이라 업계 일각에서는 조 회장이 신년사를 했다는 사실 자체에 주목하기도 했다. 메시지는 명확하면서도 간결했다. 전 계열사가 기존에 하던 사업 외 새로운 먹거리를 찾으라는 '특명'이었다.
조 회장의 지시에 한솔의 '반격'은 조금씩 시작되고 있다. 한솔제지는 지난해 태림포장 인수전에서 철회한 후 대전 백판지 공장에 323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최근 한솔제지의 투자 규모를 생각하면 작지 않은 투자다. 한솔케미칼 역시 특수가스 사업 진출을 위해 인수·합병(M&A)을 단행했다는 소식이 들린다. 코로나19로 움츠러든 재계 속에서도 바쁘게 움직이는 모습이다.
한솔의 반격이 고무적인 점은 자존심 회복을 위해 무리수를 두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지난해 태림포장을 인수했다면 대기업집단에 복귀할 수도 있었던 한솔그룹이었다. 다만 정해놓은 마지노선을 훨씬 넘는 가격 탓에 인수는 무산됐다. 한솔의 건강하고 지속 가능한 몸집 불리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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