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0년 03월 10일 08:0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외국환평형기금채권(외평채)은 대외 위기 속 한국의 견고한 신용도를 보여주는 이정표였다. 1997년 외환위기와 2008년 금융위기로 한국물 시장이 출렁이던 시절, 정부는 이듬해 외평채 발행으로 기업들의 외화 조달길을 열었다.호황을 이어갔던 한국물 시장이 코로나19 사태로 다시 출렁이고 있다. 입국 제한 리스트에 한국을 올리는 국가들이 늘자 글로벌 기관을 상대로 한 로드쇼가 불가능해졌다. 한국물 유통금리가 뛰어오른 탓에 조달 자체에 대한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외평채 신화가 다시 한번 힘을 발휘할 수 있을까. 관련 업계는 우량 크레딧을 보유한 이슈어의 발행만으로도 벤치마크 역할은 충분하다고 전망했다. 외평채 발행에 대한 성공 가능성이 높아지는 시기가 찾아올 경우 동일한 크레딧을 보유한 국내 이슈어가 조달에 나서도 무리가 없을 것이란 설명이다.
수년에 걸쳐 한국물의 위상은 달라졌다. 글로벌 투자자들은 한국물을 상대적으로 안전 자산으로 인식하고 있다. AA급 국책은행·공기업은 물론 A급 이하 민간기업이 저금리 조달에 성공하는 배경이다. 한국수출입은행과 KDB산업은행 등 꾸준히 외화 조달을 이어온 국책은행만으로도 한국 대외 신인도를 보여주기에 충분하다는 평가가 쏟아지는 이유다.
반면 정부의 믿음은 여전히 과거에 머물러 있는 모습이다. 정부는 올해 15억달러의 외평채 발행을 예고했다. 올해 만기도래하는 외평채 물량이 없다는 점에서 이례적 결정이었다.
4000억달러가 넘는 외환보유고를 감안할 때 명분은 더욱 모호하다. 코로나19 사태가 끝난 후 발행에 나서 한국물 조달길을 열었다는 찬사는 받을 순 있다. 하지만 한국물 위상을 고려할 때 외평채만이 답은 아닌 실정이다.
최근 한국물 시장의 최대 관심사는 발행 일정이다. 코로나19 사태로 발행 시기를 미룬 이슈어들이 늘어난 탓에 하반기 조달 날짜를 잡기가 어려워지지 않겠냐는 우려다. 한국물의 경우 투자 수요 분산 등을 고려해 딜이 겹치지 않도록 일정을 조율한다.
외평채 발행 시 이슈어들은 해당 일자를 피해서 발행 시기를 결정해야 한다. 코로나19 사태로 발행 가능 날짜가 더욱 없어진 탓에 이슈어들에게는 하루하루가 절실할 수밖에 없다. 특히 한국물 시장은 135일룰과 각국의 휴일 등으로 발행 시기가 한정적이다. 날짜가 제약적인 상황 속에서 외평채가 기업들의 조달길을 막는 방해요소가 될 수 있는 셈이다.
흐르는 세월 속에서 존재 가치는 바뀌기 마련이다. 정부는 잠시 외평채 신화를 내려놓는 게 어떨까. 국내 기업의 외화 조달이라는 한국물 시장 본연의 가치를 고민해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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