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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 가벼워진 이테크건설, '혹' 떼고 '부스터' 장착 [삼광글라스그룹 지배구조 개편]분할합병 통해 자금 수혈 가능…유상증자 길 열려

고진영 기자공개 2020-03-19 14:16:35

이 기사는 2020년 03월 19일 08:2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이테크건설은 ‘돈 잘버는’ 군장에너지를 2013년부터 종속 자회사로 거느려왔다. 하지만 아무리 보기좋은 떡도 먹지 못하면 그만이다. 군장에너지는 지난 5년간 평균 영업이익률이 20%를 웃도는 알짜기업인데도 이테크건설에는 별다른 보탬이 된 적이 없다. 자회사가 모회사에 역으로 자금을 지원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테크건설은 3년 연속 적자행진 중인 모회사 삼광글라스를 짐덩이처럼 떠받치고 있다. 증자를 해서 사업 종잣돈을 키우고 싶어도 가난한 모회사 탓에 엄두를 내지 못했다. 정작 자금 여력이 있는 군장에너지는 자회사라 도와줄 방도가 없고, 삼광글라스는 위에서 끌어주기는 커녕 길을 막고 있었던 셈이다.

그러나 18일 삼광글라스와 이테크건설, 군장에너지가 3사 합병안을 발표하면서 이런 비효율적인 지배구조가 변화를 맞게 됐다. 5월 주주총회를 거쳐 삼광글라스 투자부문과 이테크건설 투자부문, 군장에너지가 합병하면 이 합병법인이 사업지주사가 돼 이테크건설과 삼광글라스 사업부문 등을 자회사로 거느릴 예정이다. 중요한 대목은 이테크건설에 종속돼있던 군장에너지가 모회사 위치로 바뀐다는 점이다. 반대로 삼광글라스는 지분관계가 없는 관계사로 변하게 된다.


언뜻 보면 이테크건설에 딱히 좋을 게 없다고 여겨지는 개편이다. 이테크건설의 연결 실적을 살피면, 군장에너지를 주축으로 하는 발전에너지사업부가 영업이익의 70% 이상을 벌어들이고 있어서다. 하지만 회사 내부에서는 이번 합병을 크게 반기는 분위기다. 오래 전부터 준비과정을 거치며 그려온 큰 그림이기도 하다.


그동안은 군장에너지 덕에 연결 영업이익이 높게 잡히긴 했지만 사실 이테크건설 입장에서는 그다지 실속을 챙기지 못했다. 공정거래법상 자회사는 모회사를 금전적으로 지원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군장에너지가 합병을 통해 사업지주사 위치로 올라서면 이테크건설에 대한 자금 수혈이 가능해진다.

이는 사업을 확대하는 데 크게 도움이 될 전망이다. 이테크건설은 플랜트가 간판이지만 현재 토건을 전략적으로 키우고 있다. 플랜트부문은 영업이익이 3년째 감소 중인 반면 토건부문은 2016년 흑자 전환에 성공한 이후 영업이익이 매년 두 자릿수씩 뛰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3년 동안 4배 가까이 불었다


문제는 신용도가 부족하다 보니 도급공사에서 책임준공 확약을 맺을 때 중간에 금융사를 끼는 일이 많다는 점이다. 이 경우 2~3%를 수수료로 떼는데 지난해 토건부문 매출인 3382억원을 대입해보면 대략 68억~100억원가량이 수수료로 나갔다는 얘기가 된다. 같은 해 별도기준 영업이익이 250억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결코 무시할 수 없는 규모다.

하지만 추후 군장에너지의 지원으로 금융사 없이 책임준공을 할 수 있게 될 경우 이테크건설은 영업비용을 대폭 아낄 수 있다. 지금까지 해왔던 공사보다 PF(프로젝트 파이내싱) 규모가 큰 대형사업도 노릴 수 있는 만큼 수주활동을 할 때 운신의 폭도 넓어지게 된다.


재무구조 개선도 본격화할 수 있을 전망이다. 이테크건설은 그동안 외형을 키워오면서 덩달아 늘어난 부채 규모가 고민이었다. 특히 총차입금이 2년간 40% 이상 증가했다. 이렇다 보니 부채비율을 낮추기 위해 증자를 할 필요성을 느끼면서도, 모회사인 삼광글라스 때문에 실행이 어려웠다.

유상증자를 할 때 삼광글라스가 지배력을 그대로 가져가려면 자금을 넣어 증자에 참여함으로써 지분율을 유지해야 하는데 그럴 만한 주머니 사정이 안됐기 때문이다. 삼광글라스는 2017년 이후 내리 영업적자를 내는 중인 데다 현금 및 현금성자산도 64억원 수준에 그친다.

하지만 이테크건설이 삼광글라스 대신 군장에너지를 모회사로 둔다면 사정이 달라지게 된다. 추후 증자를 거쳐 자본을 확충할 경우 재무건전성을 높이는 동시에 사업 재원도 확보할 수 있다.

이테크건설 관계자는 "회사가 인적분할을 하는 과정에서 자본금은 지금보다 줄어들테지만 향후 이를 감안한 유상증자를 진행하면서 몸집 키우기를 할 계획"이라며 "이번 합병으로 재원의 활용도가 높아진 만큼 이테크건설이 종합건설사로 도약하기 위해 그룹 차원에서도 계속해서 투자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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