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파장]신보, 대기업 구원투수 '또' 등판…운용배수 증가 '숙제'P-CBO, 신속인수제도 핵심 역할…자체 관리 한계, 정부 출연금만 바라봐
이지혜 기자공개 2020-04-02 15:10:52
이 기사는 2020년 03월 31일 08:0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신용보증기금이 구원투수로 다시 한 번 등판했다. 역대 세 번째다. 신속인수제도 외에도 P-CBO까지 지원하면서 역할이 한층 커졌다. 신용보증기금이 P-CBO제도를 통해 일시적으로 유동성이 부족한 중소, 중견기업을 지원하는 것은 정체성에 부합한다. 그러나 이번 지원대상에는 대기업까지 포함됐다.문제는 갈수록 높아지는 운용배수다. 제자리걸음하는 운용수익과 부실률 증가 가능성으로 기본재산이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이에 따라 정부 출연금 없이는 운용배수 관리가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대기업을 지원하느라 중소기업 여력이 축소되는 게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대기업 구원투수로 세 번째 등판
30일 '코로나19 관련 금융시장 안정화 방안'에 따르면 신용보증기금이 소상공인에서부터 대기업까지 일시적 유동성 위기를 겪는 기업을 지원하는 역할을 맡았다. 신용보증기금은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한 특례보증 지원에서 1조원을, 영세 소상공인 긴급 소액자금 전액보증 지원사업에서 6000억원을 맡아 집행한다.
중소, 중견기업을 지원한다는 신용보증기금의 정체성과 달리 이번에는 대기업까지 지원대상에 포함됐다. 신용보증기금은 중견기업 외에 대기업까지 3년 동안 P-CBO를 통해 회사채 발행을 지원한다.
이밖에 회사채 신속인수제도에서도 핵심적 역할을 맡았다. 회사채 신속인수제도는 회사채 차환에 어려움을 겪는 중견기업과 대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마련된 제도다. 기업이 만기도래액의 20%를 자체상환하고 나머지 80%는 산업은행이 총액인수 방식으로 인수한다. 산업은행이 인수한 회사채를 신용보증기금에 매각하면 신용보증기금이 이를 기초로 P-CBO를 발행한다.
신용보증기금이 대기업의 구원투수로 나선 것은 이번이 세 번째다. 2001년과 2013년 회사채 신속인수제도가 시행돼 대기업을 지원했다. 2001년에는 현대전자(현, SK하이닉스), 현대건설, 현대상선, 쌍용양회, 성신양회, 현대석유화학이 지원을 받았다. 2013년에는 현대상선, 한진해운, 한라건설, 동부제철, 대성산업이 도움을 받았다.
그러나 존재감은 과거보다 더욱 커졌다. 2001년 회사채 신속인수제도의 시행규모는 2조원대였고 2013년에는 P-CBO 운용 목표가 6조4000억원이었다. 2조2000억원의 회사채 신속인수제도를 포함해 6조7000억원의 P-CBO를 운영한다.
◇운용배수 상승 우려VS정부 출연금 보조 “걱정없다”
문제는 신용보증기금이 충분한 여력을 보유하고 있느냐다. 코로나19 관련 금융시장 안정화 방안은 운용배수 상승을 더욱 부추길 수 있다. 운용배수는 신용보증잔액을 기본재산으로 나눠 산출한 값을 말한다. 신용보증기금의 운용배수는 회사채 신속인수제도를 시행하기 이전인 2012년 7.2배에서 제도 시행 이후인 2017년 10.1배로 가파르게 늘었다. 감사원에 따르면 신용보증기금의 적정 운용배수는 10.1~10.8배다. 그러나 신용보증기금의 운용배수는 2018년 10.6배가 됐고 지난해 운용배수는 11.9배를 기록, 적정 운용배수를 넘었을 것으로 추산된다. 이번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지원책을 제외하더라도 2023년이면 운용배수가 법정한도인 20배를 훌쩍 넘을 것으로 예상돼 지난해 초 감사원으로부터 지적을 받기도 했다.
운용배수를 낮추려면 자력으로 기본재산을 늘려야 하지만 한계에 부딪힌 모양새다. 연대보증 면제 조치를 시행하면서 향후 부실률이 높아져 기본재산 감소를 가속화할 가능성이 유력해졌다. 운용수익률도 연평균 2.6%대(2014~2018년 8월까지)로 낮은 편이다. 신용보증기금 내부 관계자는 “정부 취지에는 동감하나 현재 연대보증 면제 등의 사유로 매년 운용배수가 높아지는 등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며 “과거 한진해운 사태와 같이 대규모의 부실이 발생한다면 보증여력이 줄어 중소기업이 적시에 지원받기가 어려워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신용보증기금은 2013년 회사채 신속인수제도를 통해 한진해운을 지원했다. 이로 인해 수천억원 규모의 손실을 입었다. 이번에도 대기업을 지원하다가 같은 일이 발생한다면 그 피해가 중소기업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2013년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회사채 신속인수제도 지원을 받은 대기업과 같은 계정을 이용한 중소기업의 보증규모가 줄어 피해를 봤다고 지적했다.
일단 신용보증기금은 관련 제도 시행으로 정부로부터 특별 출연금을 보조받고 있어 우려가 크지 않다는 입장이다. 신용보증기금은 “중소기업 지원으로 400억원, 코로나19로 피해를 입은 대기업등을 지원하는데 2400억원 등 2800억원을 정부로부터 추가로 받기로 했다”며 “보증기관 중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보유했으며 재정적으로 위험했던 적도 없는 만큼 노하우가 있다”고 말했다. 신용보증기금은 금융사 출연금, 정부출연금, 보증료 수입 등을 재원으로 운영되고 있다. 정부출연금은 2014년부터 2018년 8월까지 연평균 1442억원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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