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운용사 열전]메리츠대체 '성장엔진' 美 대출채권..자산다변화 '속도'4년 연속 흑자, 설정액 3조 눈앞…해외 대출채권 경쟁우위, 지분투자도 확대중
최필우 기자공개 2020-04-07 08:20:34
[편집자주]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잠잠했던 부동산펀드 시장은 2016년부터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저금리 기조와 금융시장 불확실성이 지속되자 국내외 부동산에 투자하려는 수요가 큰폭으로 불어났기 때문이다. 이르면 올해 부동산펀드 시장 규모는 100조원을 돌파할 전망이다. 더벨은 그동안 시장을 일궈온 부동산 운용사들과 그 속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해왔던 키맨(Key man)들을 조명해본다.
이 기사는 2020년 04월 03일 13:1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메리츠대체투자운용은 경쟁사 대비 짧은 업력에도 불구하고 고속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출범 첫해부터 흑자를 기록한 데 이어 4년 연속 실적 개선에 성공했다. 경쟁사보다 발빠르게 해외 부동산 담보 대출채권 투자에 뛰어들면서 우위를 확보한 게 성장 동력이 됐다. 메리츠대체투자운용은 해외 투자에 집중하되 부동산 실물 투자 비중을 점진적으로 늘리고 물건 종류도 다변화한다는 방침이다.◇출범 첫해부터 '흑자'…펀드 설정액·운용보수 '우상향'
금융투자협회 공시에 따르면 메리츠대체투자운용은 지난해 영업이익 20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4억원(25%) 증가한 금액이다. 삼성SRA자산운용(612억원), 이지스자산운용(309억원), 하나대체투자자산운용(153억원) 등 대형사에 비하면 작은 규모지만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메리츠대체투자운용은 출범 첫해인 2016년을 포함해 4년 연속 흑자를 이어가고 있다. 자산운용사가 설립 첫해부터 이익을 내는 건 드문 일이다. 메리츠대체투자운용이 2016년 6월 전문사모집합투자업 등록을 마쳐 사실상 첫해 영업 기간이 반년에 그쳤다는 점을 감안하면 얼마나 빠르게 시장에 안착했는지를 알 수 있다.
주수입원인 펀드 운용보수가 꾸준히 우상향하고 있다. 첫해 15억원으로 시작한 펀드 운용보수는 2017년 25억원, 2018년 48억원, 2019년 60억원으로 3년 연속 증가했다.
꾸준한 펀드 설정액 성장이 실적 개선을 뒷받침한다. 지난 3월말 기준 펀드 설정액은 2조9476억원이다. 2016년 첫 펀드를 설정한 이후 매해 설정액 순증을 이어가고 있다. 2017년 1조원, 2018년 2조원을 돌파했고 올해는 3조원 고지를 넘보고 있다.
◇'선제적' 대출채권 투자 시장 진입, 포트폴리오 비중 '50%'
메리츠대체투자운용의 가파른 성장 배경에는 부동산 담보 대출채권이 있다. 메리츠대체투자운용은 설립 직후 부동산 실물 투자보다 부동산을 담보로 한 대출채권 투자에 집중했다. 핵심 인력들이 2016년 메리츠대체투자운용 설립 전 현대자산운용에 몸담고 있을 때도 대출채권을 주력으로 삼았다.
2010년대 초반은 부동산 실물 투자가 주를 이뤘던 시기다. 해외 오피스 빌딩 매입에 나서는 기관투자가가 많았다. 당시 메리츠대체투자운용은 부동산 실물에 투자하면 5~7년 후 매입가를 웃도는 금액으로 매각하는 게 쉽지 않을 수 있다고 봤다. 금리 상승 전망이 우세했기 때문에 부동산 가격 상승을 확신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에 국내 자산운용사 중 선제적으로 부동산 담보 대출채권 투자에 나섰다.
현 메리츠대체투자운용 운용역들은 현대자산운용에 몸담고 있었던 시절인 2013년 부동산 담보 대출채권 투자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미국 뉴욕 375 파크 에비뉴(375 Park Avenue) 오피스 빌딩과 영국 전역의 인터콘티넨털 호텔 포트폴리오(InterContinental Hotel Portfolio) 투자한 게 대표적인 딜이다. 당시 국내 자산운용사가 선진국 소재 오피스와 호텔에 대규모 대출채권 투자를 단행하는 건 드문 일이었다. 또 각각 수익률 7.15%, 6%를 기록하며 수익성 측면에서도 부족함이 없음을 입증했다.
메리츠대체투자운용이 출범한 후에도 대출채권 중심 투자가 이어지고 있다. 전체 설정액에서 대출채권에 투자한 비중은 52%으로 절반을 웃돈다. 메리츠대체투자운용 관계자는 "대출채권 투자는 실물자산 투자에 비해 안전한 편이지만 수익률 측면에서도 매력도가 높다"며 "시장에 진입할 당시 경쟁사들의 대출채권에 대한 관심도가 상대적으로 낮아 빠르게 시장을 선점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재간접투자도 메리츠대체투자운용 포트폴리오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재간접투자 비중은 41%다. 대출채권에 이어 두번째로 높다. 메리츠대체투자운용 매니저들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해 좋은 재간접투자 기회를 확보하는 게 가능했다.
다만 수익성 개선을 위해 포트폴리오 저변 확대가 필요하다. 대출채권 펀드와 재간접 펀드는 상대적으로 운용 보수가 낮다. 안정성에 초점을 맞춘 상품 뿐만 아니라 고수익을 담보할 수 있는 투자 건을 발굴해야 메리츠대체투자운용의 지속 성장이 가능하다.
메리츠대체투자운용은 올초 에쿼티 투자를 재개했다. 유럽 소재 39개 물류창고에 1조5000억원 규모 투자를 단행했다. 메리츠대체투자운용 매니저들은 현대자산운용 시절 에쿼티 투자를 병행하긴 했지만 이직 후에는 대출채권 투자에 집중해 왔다. 올해는 포트폴리오 다변화 차원에서 에쿼티 투자를 꾸준히 늘린다는 방침이다.
메리츠대체투자운용 관계자는 "부동산 투자는 기본적으로 장기 사이클을 염두에 둬야 하는데 향후 5년 뒤에는 가격이 현 수준보다 높게 형성될 것이라 판단했다"며 "아직은 비중이 낮은 부동산 에쿼티 투자를 점진적으로 늘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미국 비중 80%, 자산군 다변화 '속도'
투자 지역별 비중을 보면 미국이 압도적이다. 미국 투자 비중은 80%로 전체 포트폴리오 내에서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이어 유럽(14%), 아시아(2%) 순이다. 국내 투자는 전무하다.
미국 비중이 높은 건 신준현 메리츠대체투자운용 대표, 오진석 투자운용본부장 등 핵심 인력들의 네트워크가 미국 중심으로 형성돼 있기 때문이다. 일부에서는 압도적으로 높은 미국 투자 비중에 대한 우려도 존재한다. 미국 부동산 시장 업황이 악화되면 큰 타격을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부동산 시장 흐름이 동조화 돼 국가별 비중이 크게 중요치 않다는 견해도 있다.
메리츠대체투자운용 관계자는 "투자에 필요한 네트워크가 미국 기관투자가와 법인 위주로 갖춰져 있어 해외 중심 투자가 효율적"이라며 "인력이 늘어나고 여력이 생기면 국내 투자도 시작할 것"라고 말했다.
투자 섹터는 비교적 다양하게 분포돼 있다. 투자 기회가 많은 오피스 비중이 36%로 가장 높고 호텔(28%), 리테일(13%), 주거(11%), 물류(6%) 순이다. 2018년 메리츠부동산자산운용에서 메리츠대체투자운용으로 사명을 변경한 후 시작한 인프라 투자 비중은 4%다.
메리츠대체투자운용은 오피스 섹터 의존도를 낮추면서 다양한 자산을 편입한 포트폴리오를 구축했다. 오피스는 전체 섹터 중 경쟁이 가장 치열한 영역으로 꼽힌다. 투자 물건이 많기도 하지만 국내외 기관투자가들이 오피스 투자를 선호하는 경향이 강하다. 메리츠대체투자운용은 투자 경쟁이 치열하면 물건에 내재된 가치에 비해 가격이 높게 형성되는 측면이 있어 다양한 대안을 발굴하는 게 낫다고 판단했다.
메리츠대체투자운용 관계자는 "오피스 섹터 의존도를 낮춘 건 실물 투자 대신 대출채권 투자에 집중한 것과 마찬가지로 내재가치 대비 수익을 중시했기 때문"이라며 "호텔이나 리테일 섹터의 경우 위기론 부각되고 있지만 우량한 차주와 임차인을 선별할 수 있다면 오피스 만큼이나 투자 매력이 충분하다"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관련기사
best clicks
최신뉴스 in 전체기사
-
- 수은 공급망 펀드 출자사업 'IMM·한투·코스톤·파라투스' 선정
- 마크 로완 아폴로 회장 "제조업 르네상스 도래, 사모 크레딧 성장 지속"
- [IR Briefing]벡트, 2030년 5000억 매출 목표
- [i-point]'기술 드라이브' 신성이엔지, 올해 특허 취득 11건
- "최고가 거래 싹쓸이, 트로피에셋 자문 역량 '압도적'"
- KCGI대체운용, 투자운용4본부 신설…사세 확장
- 이지스운용, 상장리츠 투자 '그린ON1호' 조성
- 아이온운용, 부동산팀 구성…다각화 나선다
- 메리츠대체운용, 시흥2지구 개발 PF 펀드 '속전속결'
- 삼성SDS 급반등 두각…피어그룹 부담 완화
최필우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
- [JB금융 김기홍 체제 3기]후계자 준비 본격화…계열사 CEO 인선 촉각
- [JB금융 김기홍 체제 3기]임추위 마음 사로잡은 '성장스토리 시즌2' 프리젠테이션
- [JB금융 김기홍 체제 3기]'속전속결' CEO 승계 완료, 대체불가 리더십 입증
- [우리금융 부정 대출 파장]조병규 행장 '피의자 전환', 자추위 롱리스트 영향은
- [신한금융 인사 풍향계]'전직 영업통' 신용정보 대표 취임, 자경위 관행 변화 기류
- [2024 이사회 평가]동원F&B, '사외이사 충원·위원회 신설' 급선무
- [2024 이사회 평가]이노션, '대표이사 의장' 체제로 독립성 한계
- [2024 이사회 평가]사조대림, 오너 일가 '주진우·주지홍' 중심 이사회 구성
- [신한금융 인사 풍향계]돌아가는 자경위 시계…정용기 전 부행장, 신용정보 대표로 복귀
- JB금융, '사외이사·CEO' 선임 규정 손질…지배구조 안정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