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신양회가 쏘아올린 '탄소배출권 쟁탈전' 노후화 시설 재가동 '신규시설' 편법 지적…아세아시멘트 등 정부 재할당 불만 재차 소송
김성진 기자공개 2020-04-07 10:02:14
이 기사는 2020년 04월 06일 15:1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기후변화 현상을 막기 위한 온실가스 감축은 이제 거스를 수 없는 대세가 됐다. 2015년 파리 기후협정이 타결된 이후 세계 각국은 협정을 이행하기 위해 법적 근거를 마련했고, 한국은 온실가스 배출에 가격을 매기는 '탄소배출권 거래제'를 도입하며 국내 업체들의 온실가스 배출을 통제하기 시작했다.정부 정책에 따라 국내 업체들은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기 위해 상당한 비용을 감수하고 있다. 특히 그중에서도 시멘트 업체들이 느끼는 부담은 큰 것으로 알려졌다. 업종 특성 상 제조 과정에서 온실가스 배출이 많은 것은 물론이고, 건설경기 불황으로 실적까지 악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부담은 현재 소송전으로 이어진 상태다. 배출권 거래제가 도입된 이후 성신양회를 중심으로 배출권 할당에 대한 공정성 논란이 불거졌다. 아세아시멘트 등 6개 주요 시멘트 업체들은 정부를 상대로 연이은 소송을 제기하며 배출권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
◇성신양회, 가동 중단한 노후 소성로 활용 편법?
탄소배출권을 둘러싼 시멘트 업계 갈등은 제도 도입 초기부터 시작됐다. 2015년 정부가 각 시멘트 업체들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근거로 탄소배출권을 할당하자, 배출권 할당이 불공정하게 이뤄졌다는 지적이 시멘트업체들 사이에서 제기됐다.
논란의 중심에 선 업체는 바로 성신양회였다. 성신양회는 당시 정부로부터 약 1600만tCO₂eq의 무상 배출권을 할당 받았는데, 아세아시멘트를 비롯한 시멘트 업체 6곳은 위법한 방법으로 배출권이 할당됐다며 '배출권할당량 결정 처분 취소' 소송을 정부에 제기했다. 성신양회는 당시 피고보조참가인으로 법정에 섰다.
성신양회는 당시 총 5기의 소성로를 보유하고 있었는데, 이중 1·2호 소성로는 생산효율이 낮아 가동하지 않고 있었다. 그런데 배출권 할당을 앞둔 2014년 1·2호 소성로를 생산시설로 가동하겠다고 밝히며 신설 시설로 분리했고 이를 통해 추가 배출권 할당을 신청했다.
아세아시멘트 등은 바로 이를 문제 삼았다. 노후 소성로를 이용해 추가 탄소 배출권을 할당 받는 것은 편법이며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성신양회가 증설하거나 새로 설치한 시설은 없었기 때문이다.
당시 판결문을 보면 사법부는 "(정부는) 2013년도부터 온실가스 배출 기록이 확인된다는 이유로 신설 시설로 보고 보조참가인(성신양회)에게 과도하게 배출권을 할당했지만 물리적 추가가 없는 경우 신설 시설로 분류할 수 없다"며 "(성신양회의) 각 시설은 1985년 증설된 이래 유의미하게 증설된 기록은 없다"고 판단 내렸다.
◇남은 배출권 두고 재차 소송
시멘트 업체들이 배출권 할당을 놓고 첨예하게 대립각을 세우는 이유는 바로 배출권 총량 제도에 있다. 배출권은 우선 국가의 온실가스 배출허용총량이 정해지면 업종별로 할당 수량이 결정된다. 동종업계의 한 업체가 배출권을 많이 가져간다면 또 다른 업체들은 그만큼 적은 배출량을 할당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아세아시멘트 등 6개 업체들은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진행한 결과 1심과 2심에서 모두 승소했다. 정부는 사법부 판결에 따라 성신양회 등에게 할당한 배출권을 취소하고 이를 시멘트 업체들에게 다시 할당했다.
그런데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아세아시멘트 등 6개 업체들은 정부의 배출권 재할당에 대해서 또다시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아세아시멘트와 한라시멘트의 2019년도 사업보고서를 보면 '배출권 추가할당 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해당 소송에는 삼표시멘트, 쌍용양회, 한일시멘트, 한일현대시멘트 등이 함께 참여했으며, 이들 업체는 정부가 다시 할당한 배출권 수량이 예상보다 적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아세아시멘트 관계자는 "지난해 정부가 재할당한 배출권이 예상보다 적어 이에 대해 재차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며 "정확한 배출권 수량을 밝힐 수는 없지만 당초 예상했던 것보다 3분의 1 수준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시멘트 업계에서는 앞으로도 탄소배출권 관련한 갈등이 지속될 수 있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시장에서 거래되는 탄소배출권 가격은 점점 오르는데 업황은 더욱 나빠지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사실 아직까지는 탄소배출권 제도 도입에 따른 영향이 아주 크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업체들은 상당한 부담을 느끼고 있다"며 "앞으로 제도가 더 강화되면 경영이 어려워지는 회사가 나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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