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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그룹 경영권 분쟁]반도건설, 전 아시아나항공 재무담당 영입 추진김호균 전 상무 물망, 한진칼 분쟁 감안 재무조직 강화…최대주주 '큰 그림' 가능성도

고진영 기자공개 2020-04-07 08:33:53

이 기사는 2020년 04월 06일 16:2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진그룹 경영권 다툼에 뛰어든 반도건설이 항공사 출신의 재무전문가 영입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물망에 오른 인물은 아시아나항공에서 재무담당 임원으로 있다가 지난해 초 물러난 김호균 전 상무다.

한진칼 분쟁이 한창인 상황에 진행되는 스카우트인 만큼 그 의중을 단순하게 보기 어렵다. 장기전을 앞두고 재무라인 진용을 탄탄히 가다듬는 동시에, 추후 한진칼 최대주주로 올라서는 방안을 검토하려는 뜻도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김호균 전 아시아나항공 상무 영입 추진…재무라인 보강

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반도건설은 최근 김호균 전 상무를 영입하기 위해 본격적인 평판 조회에 들어갔다. 현재 반도건설에 회계 등의 업무를 맡는 전무가 있긴 하지만 CFO를 따로 두지는 않고 있다. 조회 절차가 별탈없이 흘러가면 조만간 김 전 상무가 재무담당 임원으로 합류할 가능성이 높다는 후문이다.

김 전 상무는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전략경영실 출신이다. 2008년부터 금호아시아나그룹에 몸 담으면서 금호산업 상무보, 부동산관리업체 금호사옥의 사내이사 등을 거쳤다. 2015년 초에는 아시아나항공으로 옮겨 재무담당 임원을 맡았으나 4년 만에 회사를 떠났다. 지난해 3월 아시아나항공의 ‘비적정 감사보고서’ 사태가 불거지면서 박삼구 전 회장이 사퇴하는 등 물의가 크게 일어났던 탓이다. 당시 김 전 상무는 CFO였던 김이배 전 전무와 함께 책임을 지고 사표를 썼다.

사직 배경과 별개로, 항공뿐 아니라 건설·부동산 분야를 모두 아우르는 경험을 갖춘 재무전문가라는 점에서 반도건설이 지금 필요한 조건에 꼭 들어맞는 인물이라는 평가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측은 그동안 반도건설을 포함한 3자 주주연합(KCGI·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에 대해 항공업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점을 꾸준히 짚어 공격해왔기 때문이다.

향후 반도건설이 한진칼 주식을 추가 매입할 것으로 짐작되는 만큼 자금조달 전략을 촘촘히 짜기 위해서도 재무 인력을 보강할 이유가 있다. 3자 연합은 3월 주총에서 완패한 뒤로 기관투자자들의 표심을 돌리기보다 한진칼 지분을 최대한 확보하는 쪽에 힘을 싣는 분위기다.

현재 연합 측이 가진 한진칼 지분율은 KCGI 19.36%, 반도건설 16.9%, 조현아 전 부사장 6.49% 등 모두 42.75%다. 이밖에 우호세력인 타임폴리오자산운용(2.21%), 한진칼 소액주주연대(1.5%)를 계산에 넣으면 총 46.46%까지 불어난다. 3.54% 이상만 더 매입하면 주식 과반수를 얻어 경영권을 빼앗아올 수 있는 셈이다. 문제는 이번 주총에서 현 경영진 측 인사로만 채워진 이사회인데, 이사 임기가 3년이니 50%+α의 지분을 확보할 경우 이사회 장악은 사실상 시간문제다.

◇한진칼 최대주주 등극 탐색전? '큰 그림' 그리나

반도건설이 연합 차원의 승리를 넘어 단일 최대주주 자리까지 염두에 둔 것이 아니냐는 추측도 심심찮게 제기된다. 김 전 상무의 영입 역시 관련 전략을 탐색하기 위한 전초 단계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는 KCGI와 반도 측이 놓인 입장을 봐도 충분히 가능한 이야기다. 반도그룹의 간판계열사 반도건설은 2017년 이후 외형이 쭉 축소 흐름을 걷고 있다. 하지만 총차입금과 부채비율은 꾸준히 낮아져 2019년 상반기 기준으로 순차입금이 마이너스 593억원, 부채비율은 16.8%를 기록했다. 성장동력이 약해진 반면, 이를 타개하기 위해 M&A를 추진할 재무적 체력은 꽤 튼튼한 편이라는 뜻이다.


반도건설에게 적당한 투자처가 절실하다면 KCGI의 경우 투자금 회수를 위한 출구가 필요하다. 펀드의 특성상 언젠가는 엑시트를 해야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3자 연합은 계약을 통해 5년간 한진칼 지분을 외부에 매각할 수 없도록 하면서도 3자 사이에서는 얼마든지 지분을 사고 팔 수 있도록 했다. 이런 계약 내용 역시 앞으로 상황에 따라 지분을 서로 거래할 가능성을 고려해 작성했을 가능성이 있다.

KCGI 지분을 전부 사들이는 시나리오를 가정할 경우 반도건설의 지분율은 36.26%로 뛰게 된다. 한진그룹 오너일가 지분을 훌쩍 앞지르는 최대주주로, 조 전 부사장이 계속 우군으로 남는다면 사실상 경영권을 장악할 수 있다.

반도 측에서 동원 가능한 자금은 총 16개 계열사들의 순이익과 분양미수금, 공사미수금 등을 고려할 때 1조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이 중 한진칼 지분 매입에 이미 들인 돈은 4000억원 선이다. 계열사 대호개발이 8.4%, 한영개발이 7.65%, 반도개발이 0.85%를 각각 보유했으며 여윳돈과 계열사 차입 등을 이용해 자금을 조달했다. 아직 외부 차입은 하지 않았으니 주식담보 대출 등을 통해 더 실탄을 끌어올 수도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지금까지 보인 공격적 행보를 감안할 때 반도건설이 이 시점에서 최대주주 등극을 아예 검토하지 않는다면 그게 더 의외라고 본다”며 “외부전문가를 데려온 것 역시 리스크 등을 살피거나 구체적 전략을 세우기 위한 준비작업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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