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0년 04월 16일 07:3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오는 17일 법원은 한국타이어 가문의 두형제에게 1심 선고를 내린다. 앞서 동생인 조현범 한국타이어앤테크놀러지(옛 한국타이어) 대표는 협력업체로부터 금품을 수수한 혐의와 계열사 자금을 빼돌린 혐의(배임수재·업무상횡령 등) 등으로 검찰로부터 징역 4년을 구형 받았다.형인 조현식 한국테크놀로지그룹 부회장은 조카의 희귀질환 치료를 돕기 위해 해외 장기체류 비자가 필요한 친누나를 미국 법인에 근무하는 것처럼 꾸며 인건비를 지급한 혐의로 동생과 함께 같은날 징역 2년을 구형 받았다.
형제간이며 업무상 횡령이라는 혐의의 범주 자체는 같을 수 있겠지만 서로 다른 사안이 같은날 같은 장소에서 약간의 시차를 두고 판결된다는 점에서, 이것이 과연 신속 판결을 위한 법원의 조치인지 의문스럽기는 하다.
하지만 역시 세간의 관심은 17일 판결로 향후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의 리더십에 공백이 생길 수도 있다는 점에 쏠려 있다. 최악의 경우 그룹과 핵심 계열사의 경영 리더 두 명을 모두 잃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상황 논리를 펴는 것이 조심스럽지만 지금은 코로나19로 인한 전대 미문의 위기 상황이다. 기업에게는 그 어느 때 보다도 리더가 필요한 시점이다. 전문 경영인이 있지만 전통적인 가족 경영 대기업에서 리더는 오너다. 그렇다고 코로나19 상황이니 오너의 범법 행위를 무조건 덮어 주라는 얘기가 아니다. 법원이 사회와 경제에 미칠 영향을 세심하게 고려했으면 한다는 의미다.
얼마전 투자 시장에서는 형인 조현식 부회장 명의의 ‘주주서신’으로 포장된 '반성문'에 큰 호응이 있었다. ‘시장과의 불통’으로 유명세를 떨치던 기업이 주주서신을 통해 실적부진 및 오너 일가의 기소 이슈에 대해 통렬하게 반성한다며 주주들에게 죄송하다는 뜻을 밝혔다. 기업 지배구조 개선 및 주주가치 제고도 약속했다.
워낙 ‘불통’으로 낙인찍힌 기업이라 오히려 시장에서 진위 여부를 물을 정도였다. 의심의 눈초리도 있었지만 어쨌든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의 주가는 주주서신이 나간 3월24일 주당 7400원으로 최저점을 찍은후 지난 13일 현재 약 35% 상승했다.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의 주가 역시 3월23일 1만5050원으로 최저점을 찍은 후 약 44% 올랐다.
기업 내부에서도 조 부회장이 게시판에 올린 글이 화제가 됐다고 한다. 반성도 반성이지만 기업 내·외부에서 작동하는 공정한 견제시스템을 혁신하겠다는 내용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귀를 의심할 정도였다.
그러면서 동시에 김화진 서울대 로스쿨 교수의 저서 ‘소유와경영’에서의 머리말이 생각났다. 오너·경영자와 사외이사들간 사회적관계가 이사회 운영과 결정에 큰 비중을 차지했던 과거와 달리 규칙과 법률적 책임에 대한 ‘의식’이 이사회 운영에서 매우 중요해지고 있다는 부분이다. 의중을 떠나 ‘불통’이 ‘소통’으로 변화하려고 한다는 모습 자체가 보였기에 발전적 변화로 다가왔다.
17일 법원은 이러한 한국테크놀로지그룹 오너 일가의 반성문에 귀를 기울여 줄까. 1심 판결에 관심이 가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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