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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업 구조조정]아시아나항공에 1.7조 지원…대한항공은?M&A 성사 위한 당근책…자구노력 강요, 형평성 논란

박상희 기자공개 2020-04-22 16:21:42

이 기사는 2020년 04월 22일 13:02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이 아시아나항공에 1조7000억원의 자금을 추가로 지원하기로 하면서 대한항공 지원 여부에도 관심이 쏠린다. 아시아나항공은 HDC현대산업개발과 미래에셋대우 컨소시엄의 M&A(인수합병) 거래라는 특수 조건 하에 있지만 코로나19 팬데믹 여파로 경영이 존폐 위기에 놓인 건 대한항공도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당초 산은은 HDC현대산업개발에서 아시아나항공 M&A 관련 지원 요청을 했을 때 '특혜 우려' 등을 이유로 난색을 표했던 것으로 알려진다. 만약 대한항공은 건너뛰고 아시아나항공 지원에만 그칠 경우 역으로 '형평성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대한항공은 현재 1조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추진하는 등 자구안 마련에 열중하고 있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22일 "현재 대한항공에 대한 지원은 검토하고 있지 않다"면서 "대한항공은 공식적으로 자금 지원 등의 요청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항공업계는 그러나 대한항공과 산업은행 간 '물 밑 대화'가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대한항공과 산업은행이 지원 관련 이야기가 오가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아직까지 구체적으로 확정된 게 없어 산은이 말을 아끼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진그룹은 지난해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주채무계열 12위로, 주채권은행은 산업은행이다. 11년 전인 2009년 5월 주채권은행인 한국산업은행과 재무구조개선약정을 체결해 현재에 이르고 있다. 지원 관련 이야기가 오가지 않을 수 없다는 의미다.

다만 산업은행 차입금 익스포저가 높은 아시아나항공과 달리 대한항공은 주로 채권과 ABS(자산유동화증권) 등을 활용해 자금을 조달해왔다. 산은과 수은은 최근 아시아나항공과 두산중공업에 만기 연장이나 상환용 자금 지원 등을 결정했다. 대한항공 역시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에서 차입한 자금이 있지만 대부분 만기는 수년 뒤다. 올해 당장 만기가 도래하는 등 상환 압박은 크지 않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대한항공은 회사채나 ABS로 주로 자금 조달을 해왔다"면서 "두산중공업이나 아시아나항공처럼 만기 연장을 고려할 수 있는 차입금 구조가 아니다"고 말했다.


지난해 9월 말 기준 대한항공의 만기 현황을 살펴보면 1년 이내 만기가 도래하는 금융 부채는 △단기차입금 5405억원 △장기차입금 5417억원 △회사채 8926억원 △ABS 6418억원 등이다. 회사채와 ABS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다.

대한항공은 그간 자체 보유자금, 차환 및 대환 또는 신규차입 등의 방법으로 차입금을 상환해왔다. 회사채의 경우 코로나19 여파로 발행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조달이 사실상 힘들어졌다.

대한항공은 회사채 신속인수제 등을 검토하고 있다. 대한항공의 회사채 신속인수제 신청규모는 약 5000억원 가량이다. 당장 회사채만 놓고 보면 이달 2400억원 등 올해 5700억원을 갚아야 한다.

대한항공은 내심 아시아나항공의 경우처럼 신규 자금을 공급하는 지원을 기대하고 있다.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이 아시아나항공에 추가 지원한 1조7000억원은 '마이너스 통장'처럼 필요할 때 꺼내쓰는 한도 대출 방식의 지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지원의 전제조건은 자구노력이다. 정부는 그간 대기업 지원의 전제조건으로 채권단과 국민이 납득할 만한 수준의 자구노력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강조해왔다.

대한항공이 최근 추진하고 있는 유상증자도 자구노력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주주배정 유상증자는 결국 대주주 한진칼의 수혈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다만 한진칼이 동원할 수 있는 현금 여력을 감안할 때 과도한 자구안 실행 요구로 인해 자칫 적절한 지원 타이밍을 놓칠 수도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유상증자 관련해선 시장에 민감한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언급하기 곤란하다"면서 "내부에선 자구노력 일환으로 비행기라도 매각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자조섞인 농담마저 나온다"고 말했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도 지난달 주총 이후 입장문을 통해 "코로나19로 촉발된 위기는 단일 기업이나 산업군만의 노력으로는 극복이 어려운 점을 감안할 때, 회사의 자구 노력을 넘어 정부에서도 적극적으로 지원해 주시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고 호소했다.

무엇보다 아시아나항공과의 형평성이 언급된다. 대한항공에 대한 지원이 뒤따르지 않을 경우 M&A 성사를 위해 아시아나항공에만 '특혜성 지원'을 나섰다는 비판이 나올 수 있다.

산업은행 측은 이번 아시아나항공에 대한 추가지원은 긴급 유동성 지원일뿐 현대산업개발의 요구와는 무관하게 이뤄졌다며 선을 긋고 있다. 그럼에도 시장은 'M&A 무산'이라는 악재를 피하기 위해 산은이 '아시아나항공 자금 지원'이라는 당근을 제시한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여파로 생존기로에 놓인 것은 아시아나항공뿐만 아니라 항공산업 전체"라면서 "아시아나항공에 이어 대한항공에 대한 지원이 뒤따르지 않는다면 M&A 성사를 위해 산은이 아시아나항공에만 특혜성 지원에 나섰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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