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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생명, 자본정책 '윤곽'…배당금 확대 가능할까 자사주 활용 대신 현금배당…관건은 순익 증대, 주식·부동산 평가익 활용 계획

손현지 기자공개 2020-05-20 14:33:56

이 기사는 2020년 05월 18일 10:3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삼성생명보험이 주주환원정책 윤곽을 잡았다. 자사주 활용이 아닌 현금배당을 실시하겠다는 방침이다. 내년까지 배당성향을 최대 50%로 늘릴 것으로 가닥을 잡았다. 순이익이 감소하고 있는 가운데 배당성향 확대 뿐 아니라 실질적인 배당금 규모를 늘리는게 관건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유호석 삼성생명 경영지원실장(CFO)는 15일 컨퍼런스콜을 통해 "현 주가에 대해 큰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며 "자사주 활용보다는 현금 배당 중심으로 주주 환원 정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구체적인 배당 규모 계획은 밝히지 않았다.

삼성생명은 앞서 6차례 자사주 매입을 통해 현재 10.2%의 자사주를 보유 중이다. 삼성그룹 차원에서 삼성전자, 삼성화재, 삼성물산, 삼성증권 등 자사주 매입 정책을 유지해온 영향이다. 삼성생명이 해당 자사주 보유분을 어떻게 활용할 지가 초미의 관심사였다.

유 실장은 "더이상의 자사주 매입은 주주에게 실익이 없다고 판단했다"며 "이와 달리 자사주 소각의 경우 언제든지 검토할 수 있는 사안이나, 신국제회계제도인 IFRS17과 신지급여력제도인 K-ICS 등에 대한 불확실성이 잔존하고 있어 아쉽게도 현재로서는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보통 자사주 매입과 소각은 자본을 감소시킨다. IFRS17제도 하에서는 보험부채 대비 자본확충을 요구하기 때문에 삼성생명으로서는 자본감소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쪽으로 방침을 정한 것이다. 자사주 소각도 2023년 이후에서야 적극적으로 검토할 의향이 밝힌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다.

삼성생명은 자본정책 공개에 유보적인 입장을 내비쳐왔다. 금융당국 뿐 아니라 그룹과도 교감이 필요한데다 자본정책 변화로 이어질 내부 타격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삼성생명 자본정책 수립 예측에 앞서 삼성전자 지분 매각의 향방을 주시해왔다. 배당 수익이 워낙 큰 터라 이익단에 직접적으로 미치는 영향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은 지배구조의 무게를 떠나 삼성생명 이차 손실 부담을 완화시켜주는 핵심 요인으로 꼽혔다. 삼성전자의 지분 매각 시점 등이 결정돼야 자본정책의 방향성이 결정될 수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최근 삼성생명의 주가는 역대 최저 수준을 기록 중이다. 지난 2017년 주당 13만8500원(11월 3일)의 최고가를 찍은 뒤 연일 하락해 지난 3월 20일에는 최저가(3만3250원)를 찍었다. 2년 여만에 주가가 큰 폭으로 떨어졌다. 15일 종가 기준 4만5200원을 기록하고 있다.

국민연금도 올해 1월 삼성생명 지분 일부를 처분했다. 4년이 넘는 기간 동안 매도하지 않았지만 최근 주가 하락세에 지분을 축소(5.91%)했다. 동시에 지분 보유 목적은 '단순투자'에서 '일반투자'로 변경했다. 단순투자와 일반투자 목적이 갖는 의미 차이는 상당히 크다. 일반투자 목적으로 지분을 보유한 주주는 임원의 선임과 해임, 보수 산정, 배당 확대, 정관변경 등 주주권을 적극적으로 행사할 수 있다.

이에 삼성생명도 배당성향 상향 추세를 보여왔다. 지난해 결산 배당금은 주당 2650원으로 모두 4758억원을 지급했다. 2018년 배당금 규모와 같지만 배당성향은 오히려 30%에서 37%로 높아졌다. 이를 두고 최근 배당성향 확대는 순익이 줄어들면서 발생한 일종의 착시현상이라는 분석도 내놨다.

문제는 향후 삼성생명의 순익 감소 전망에 더욱 힘이 실린다는 점이다. 작년 삼성생명의 당기순이익은 9770억원을 기록했다. 금리 하락 영향에 따른 변액보증 손익 악화, 실손의료보험 손해율 상승 등의 영향으로 당기순이익이 2012년(9843억원) 이후 7년 만에 1조원을 밑돌게 됐다.

벌써 올해 1분기 연결기준 당기순이익 229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8.6% 감소했다. 삼성생명이 올해 배당금을 작년 수준으로 유지할 경우 배당성향은 줄어든 순익 대비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생명은 향후 자산운용에 총력을 가할 것이란 방침을 밝혔다. 부동산 매각 등 운용 수익을 늘리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시도할 것이란 입장을 드러냈다.

유 실장은 "삼성생명 자본 평가익은 3월 말 기준 35조원이 넘는다"며 "업계 최고 수준인 주식, 부동산 보유 평가이익도 적절히 활용해 투자자 배당요구에 충분히 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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