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개 대형건설사 1조 현금 클럽 가입…HDC현대산업개발 급증 [건설리포트]"코로나19와 연관성 적다" 분석…건설경기 탓 보수적 재무기조 유지
이정완 기자공개 2020-05-19 09:33:17
이 기사는 2020년 05월 18일 16:0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10대 대형 건설사의 현금 보유 강화 기조가 수치로 드러났다. 코로나19로 인해 경기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자체 경쟁력을 바탕으로 현금을 쌓아나가는 모양새다. 올해 3월 말 기준 10개 중 7개 건설사의 보유 현금이 1조원 이상을 기록했다. 해당 7개 건설사 모두 3개월 전과 비교해 현금이 증가했다.18일 금융감독원에 공시된 10대 대형 건설사의 1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3월말 기준 10곳 중 과반수 이상의 기업이 1조원을 상회하는 현금및현금성자산을 보유하고 있었다. 건설사 중 가장 많은 현금을 보유하고 있는 회사는 현대건설이었다. 현대건설의 1분기 말 기준 현금및현금성자산은 3조8437억원으로 3개월 전과 비교해 50% 가까이 현금이 늘었다.
현대건설 외 삼성물산, 대림산업, GS건설도 지난해 말과 비교해 6~15% 현금이 증가한 2조원대 현금 보유량을 기록했다. 지난해 말 1조원에 못 미치던 현금 보유량을 기록하던 HDC현대산업개발, 대우건설도 현금이 급증하며 1조원대 현금 보유고를 나타냈다.
특히 HDC현대산업개발은 지난해 말 5338억원에서 올해 3월 말 1조2295억원으로 두 배가 넘는 현금 증가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말 아시아나항공 인수 계약금 납입, 개발부지 확보 등 비용 지출이 집중되면서 2018년 말과 비교해 현금이 급감한 것처럼 보였지만 올 들어 다시 평년 수준을 회복해 안정세를 찾았다는 분석이다.
현금 보유 증가와 코로나19의 상관관계에 대해 건설사 관계자들의 반응은 연관성이 적다는 편이다. 대우건설을 제외하고는 직접적인 상관관계가 있다고 말하지 않았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코로나19 때문에 현금 보유량을 늘리자는 내부적인 재무 기조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대우건설의 1분기 순이익은 619억원으로 전년 동기 494억원보다 25% 증가했는데 수익성 개선 덕에 현금 역시 지난해 말 7567억원에서 1분기 말 1조1985억원으로 58% 증가했다.
다른 대형 건설사는 현금 증가에 대해 지금껏 이어오던 보수적인 재무 정책의 결과라고 설명했다. 올해 1분기 말 기준 현금 1위 현대건설은 지난해 말에도 2조5860억원으로 10대 건설사 중 두번째로 많은 현금을 보유하고 있었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원래부터 현금이 많았던 것을 올해도 이어간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금 보유 3위 대림산업 관계자 또한 "코로나19와 무관하게 토목 사업 선수금과 10%가 넘는 영업이익이 기반이 돼 높은 현금 보유 수치를 기록한 것"이라고 말했다.
건설경기가 좋지 않다는 말이 이미 오래 전부터 업계에서 거론돼온 탓에 대형 건설사 재무부서에서 재무 건전성 확보를 중시했던 것이 현 시점에서 득이 된 것이다. 코로나19로 인해 채권 시장 분위기가 악화되면서 자본시장에서 조달을 통한 현금 마련이 힘들어졌지만 탄탄한 자체 경쟁력을 확보한 덕에 난관을 이겨낼 수 있는 기초체력을 확보했다는 평가다.
유동성을 측정할 수 있는 지표인 유동비율 또한 10대 대형 건설사 중 5곳이 안정적인 수준으로 알려진 150%가 넘는 수치를 기록하고 있었다. HDC현대산업개발은 이상적으로 평가 받는 200% 이상을 달성했고 롯데건설도 200%에 근접한 수치를 보였다. 현대건설, 현대엔지니어링 등 현대차그룹 계열 건설사는 재무부서에서 저차입과 유동성 확보에 공을 들이고 있는 만큼 높은 유동비율이 수치로 드러났다. 지난해 국제신용평가사로부터 신인도 상향을 이끌어낸 대림산업도 마찬가지다.
대형 건설사는 코로나19에도 분양 시장에서 우수한 성과를 거둬 앞으로도 현금 전망이 어둡지만은 않다. 국내 대형 건설사는 주택 사업에서 대부분의 매출과 영업이익을 거두고 있기 때문이다. 3월 말 기준 2조원대 현금으로 지난해 말 대비 현금이 15% 증가한 GS건설 관계자는 "2018년과 2019년 분양했던 주택 사업장의 현금이 들어오고 있는 상황"이라며 "기존 주택이 거래되는 시장과 달리 분양시장은 현재도 양호해 미래 현금흐름도 나쁘지 않다"고 분석했다.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사회적 거리두기를 시행하면서 실물 견본주택을 찾기 어려웠지만 그럼에도 대형 건설사가 갖춘 브랜드 파워와 안정적인 자금 조달 능력 덕에 이른바 '똘똘한 한 채'를 찾는 수요자의 관심은 대형 건설사로 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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