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0년 05월 28일 07:2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지난해 판매사들 사이에서는 공모 부동산펀드가 화두였다. 개인투자자의 대체투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이런 투자수요를 유입하는 데 열을 올렸다. 하나의 딜로도 IB부문과 WM부문에서 동시에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이점도 작용했다. 주로 IB부문이 강한 증권사를 중심으로 펀드 비히클을 씌워 가판대에 올렸다.그러던 것이 코로나19 이후 상품심의위원회가 뚝 끊겼다. 현대자산운용은 영국 스코틀랜드 에든버러 오피스빌딩 투자펀드의 판매사를 네 곳이나 확보하고도 판매일정을 다음달로 석 달째 연기했다. 하나대체투자자산운용은 삼성전자가 100% 책임임차하는 미국 텍사스 달라스 오피스빌딩 투자펀드를 준비했지만 4월로 예정된 판매일정을 8월까지 미뤘다.
가장 큰 이유는 코로나19에 따른 실물경기 부진이 부동산경기 하락으로 번질 것을 우려한 개인투자자들이 몸을 사리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기 때문이다. 모집액이 일정 수준에 미달할 경우 총액인수한 증권사가 물량을 떠안을 수밖에 없다. 수익자 모집이 차일피일 미뤄지면 매도자가 딜을 깨버릴 우려도 생겼다.
이런 난국에서도 공모 부동산펀드 판매를 잠시 멈추는 방침은 오히려 옳다. 다만 판매사와 운용사의 편의를 위해서가 아니다. 공모상품인 만큼 개인투자자 보호가 우선해야 하기 때문이다. 사모 부동산펀드에 주로 참여하는 기관투자자에 비해 개인투자자는 리스크를 감당할 여력이 현저히 떨어진다. 부실이 발생했을 때 미치는 영향력의 정도는 개인투자자에서 훨씬 크게 나타난다.
이번 기회에 판매사와 운용사는 개인투자자가 짊어질 리스크를 다시 한 번 검토할 필요가 있다. 기존에 설정된 펀드가 직면한 리스크 현실화 위기를 반면교사 삼아야 한다. 호텔 투자펀드는 관광산업 위축에 따라 객실가동률이 급락하며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았다. 리테일 투자펀드는 임차인의 매출 하락으로 임대료 납부가 지연돼 수익자에 배당금을 지불하지 못하는 사태도 발생하고 있다. 실물경기 위축이 장기화되면 오피스 투자펀드도 예외일 수는 없다.
지난해 해외 금리연계형 DLF 사태와 라임자산운용 사태는 판매사와 운용사의 리스크관리 소홀의 민낯을 드러냈다. 투자자 보호는 뒷전에 두고 수익만 좇은 결과였다. 공모펀드는 사모펀드보다 더 높은 수준의 투자자 보호가 요구되는데다 부동산펀드는 일단 투자하면 적어도 5년은 묶인다.
이럴 때일수록 개인투자자에게 우량한 투자자산에 대한 투자기회를 열어준다는 공모펀드의 본질에 집중해야 한다. 이번 위기에서 리스크관리 능력을 증명한다면 투자자의 신뢰를 되가져오는 기회가 될 수 있다. 판을 뒤집는 것은 판매사와 운용사의 몫이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관련기사
best clicks
최신뉴스 in 전체기사
-
- [코스닥 상장사 매물 분석]'투믹스 지분 70% 확보' 수성웹툰, 우회상장 가능성은
- [i-point]에스넷시스템, '쌍용레미콘 통합정보시스템' 전환 지원
- [i-point]아이티센 지원 '라잇웨잇', 중기부 '팁스' 최종 선정
- 농금원 "2027년까지 농식품펀드 1조원 추가 조성"
- 머스트운용, 영풍에 주주제안 "자사주 소각하라"
- 코스닥 장수기업의 '뚝심'
- 'MBK 투자처' 메디트, 3Shape와 특허 소송 종결 합의
- [i-point]덕산그룹, 채용 연계형 외국인 유학생 동계 인턴십 모집
- 조병규 행장 연임 불발, 차기 우리은행장 '안갯속'
- [여전사경영분석]한국캐피탈, 업황 악화에도 순이익 경신…빛 본 다각화 효과
이민호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
- [조달전략 분석]동원산업, '지주사 합병' 자본 확충 효과 봤다
- [레버리지&커버리지 분석]나스미디어에 주어진 배당 의무
- 사외이사 추천의 무게
- [2024 이사회 평가]코오롱인더 이사회의 아쉬운 견제기능
- [2024 이사회 평가]현대엘리베이터, 이사회 '견제기능' 모범
- [2024 이사회 평가]두산퓨얼셀, 이사회 '견제기능' 개선 화두로
- [지주사 자본재분배 성적표]SK디스커버리, '흔들림 없는' SK가스가 필요한 이유
- [지주사 자본재분배 성적표]SK디스커버리, 투자사업 중심에 펀드·조합 간접투자
- [지주사 자본재분배 성적표]SK바이오사이언스 상장 덕보는 SK디스커버리
- [지주사 자본재분배 성적표]SK디스커버리 믿을구석 '자회사 지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