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개월 공들인 신한·하나 첫 공동 IB딜, 어떻게 만들었나 신한에서 소싱·쿠킹 후 하나에 공동참여 제안, ‘시간·인력·비용’ 효율성 기대
고설봉 기자공개 2020-06-08 10:49:50
이 기사는 2020년 06월 05일 11시29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신한금융그룹과 하나금융그룹이 지난달 25일 해외사업 협력체제 MOU를 맺은 뒤 10일 만에 첫 번째 협력사례를 공개했다. 첫 행선지는 아프리카다. 신한은행은 하나은행과 함께 10억불 규모 아프리카 수출입은행(Afrexim Bank) 신디케이션론에 참여하는 금융약정을 체결했다고 지난 4일 밝혔다. 양 사는 이달 중 최종적으로 딜을 클로징 할 예정이다.양 그룹이 이번 딜에 참여하게된 시작점은 영국 런던이다. 올해 2월초 신한은행 런던지점은 글로벌 투자은행(IB)으로부터 딜 참여를 제안 받았다. 이후 수 백 페이지에 달하는 서류들을 검토하며 정밀한 분석에 들어갔다.
신한은행 런던지점은 자료 분석을 기초로 딜 참여를 저울질 했다. 글로벌 IB들과의 정보 교류 및 협상, 한국 본점과의 의사소통, 실제 투자의 대상이 될 아프리카 현지 실사 등의 과정을 거치며 딜에 참여하는 쪽으로 방향을 설정했다.
이번 딜에 참여하기 위해 신한은행 런던지점과 본점 글로벌사업그룹 등에서 프로젝트를 검토한 시간은 최소 4개월이다. 여기에 많은 인력과 비용까지 투입됐다. 통상 한 건의 IB 딜에 참여하기 위해 짧게는 몇 주에서 길게는 몇 달까지 검토와 분석과 실사, 의사소통과 승인의 과정이 필요하다.
신한은행은 딜에 참여하기로 결정한 뒤 하나은행에 손을 내밀었다. 올 1월부터 이미 신한금융과 하나금융은 해외사업 협업체제 구축을 위한 논의를 진행하고 있었다. 신한은행 글로벌사업그룹은 논의를 빠르게 진전시키고, 협업모델을 조기 구축하는 차원에서 하나은행과 함께 딜에 참여하기로 결정했다.
신한은행 글로벌사업그룹 관계자는 “협업체제를 꾸리기로 방침을 정한 상황에서 공동으로 딜에 참여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며 “하나은행에 ‘이런 딜이 있고, 이렇게 검토를 했고, 이정도 수익이 날 수 있다’는 신한은행 내부 검토 자료 및 정보를 오픈하면서 딜 참여를 제안했다”고 설명했다.
자체적인 딜 소싱과 분석 등의 과정을 건너뛰면서 하나은행이 딜에 참여할 수 있었던 배경에 대해 하나은행 관계자는 "이미 해외사업의 협업 상대로 서로를 인정한 상황에서 협업이 가능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말했다. 또 ‘상대가 수익을 내기 위해 면밀히 검토한 딜’이란 신뢰는 하나은행이 곧바로 딜에 참여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됐다는 설명이다.
이로써 하나은행은 투자처 발굴(딜 소싱), 검토, 분석, 현지 실사 등의 과정을 건너뛰고 딜에 참여할 수 있었다. 그만큼 초창기 시간과 비용, 인력 등의 투입을 줄일 수 있게 됐다. 이에 따라 효율성이 높아졌고, 이는 곧 수익성 증대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번 딜의 총 규모는 8억9000만유로(10억달러)다. 이 가운데 신한은행이 3500만유로(3950만달러)를, 하나은행이 2300만유로(2600만달러)를 각각 투자한다. 당초 신한은행 단독으로 이번 딜에 참여했을 경우 국내 금융사의 투자 규모는 3500만유로에 그쳤을 것이다. 하지만 협업체제를 가동해 국내 금융사의 투자액이 2배 가까이 늘어났다. 그만큼 국내 금융시장 전체의 수익 규모도 늘어난 셈이다.
IB업계 관계자는 “딜에 각자 참여한다고 가정하면 소싱 단계에서부터 시간과 인력과 비용이 개별적으로 투입된다”며 “한 쪽에서 딜을 검토하고 참여하기로 하고 분석 결과를 정확히 공유하는 구조를 만들었기 때문에 각종 비용을 줄일 수 있고, 이에 따라 투자 수익도 더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사례를 기반으로 양 그룹은 해외사업 협업모델을 개발할 방침이다. 아프리카은행 신디케이션론 딜은 양 그룹의 협업모델을 고도화 하는데 기초가 될 예정이다. ‘어떤 딜에 어떻게 협업을 하자’는 룰을 정하는 초기 단계에서 비교적 안정된 형태의 협업모델이 제시됐기 때문이다.
양 그룹은 향후 서로 검토하거나 참여를 확정한 글로벌 IB 딜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면서 협업의 틀을 확장해 나가기로 했다. 딜 소싱은 물론 수익성 분석 등의 자료를 상대에 제공해 사업기회를 서로 열어준다는 전략이다. 다만 '1대 1의 주고받기 식 딜 교환'은 서로간 지양하기로 했다. 자칫 이번 협업체제 구축이 단순히 딜 정보를 주고 받는 품앗이 성격으로 변질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협업모델이 꼭 1대 1로 서로 주고받는 형태로 흘러가는 것은 아니고, 서로 윈윈하자는 취지가 밑바탕에 깔려 있다"며 "하나은행에서도 글로벌 시장에서 여러 딜에 대한 정보를 검토하고 있고, 기회가 되면 우리도 같이 참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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