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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업 리포트]'1조 적자' 에쓰오일, 중간 배당 '20년 전통' 깨지나차입금 증가에 금융비용 '부담'…'우선주만 배당' 관측도

박상희 기자공개 2020-06-09 11:00:06

이 기사는 2020년 06월 08일 14:59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고배당주로 통하는 에쓰오일(S-Oil)이 올해 투자자와의 배당 약속을 지키지 못할 상황에 처했다. 예상치 못한 코로나19 팬데믹 사태와 유가 전쟁 여파로 1분기에만 조 단위 적자를 기록하는 등 재무 상황이 악화됐기 때문이다. 2000년부터 20년 간 실시해 온 '중간 배당' 전통이 깨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에쓰오일은 정유업계 중간 배당 선두주자다. GS칼텍스는 중간 배당 없이 기말배당만 실시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창사 이후 2017년 처음으로 중간 배당을 실시했다. 현대오일뱅크는 현대중공업그룹인수 이후 2017년 현대중공업지주(당시 현대로보틱스)에 첫 중간배당을 실시했다.

◇지난해 12월 배당성향 30% 이상, 가이드라인 제시

에쓰오일은 지난해 12월 이례적으로 배당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2019~2020년 사업연도 배당성향을 30% 이상으로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실적 전망, 성장전략 및 재무구조 등을 감안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에쓰오일은 배당가능이익을 당해 창출한 실적을 바탕으로 투자 재원 확보, 재무구조 건전성 유지 및 주주 환원에 합리적이고 균형있게 배분한다는 배당 정책을 세워놓고 있다. 2000년부터 중간 배당 제도를 도입해 기말 배당을 포함해 연 2회 배당을 실시하고 있다.


에쓰오일은 그간 고배당주로 통했다. 에쓰오일은 2016년 7219억원, 2017년 6870억원의 배당을 단행했다. 배당성향은 각각 59.89%, 55.11%에 달했다. 실적이 대폭 줄어든 2018년엔 배당규모가 874억원으로 감소했고, 배당성향도 33.8% 수준으로 하락했다.

지난해 말 가이드라인은 이같은 배당 축소 우려 상황에서 나왔다. 지난해 당기순이익이 654억원으로, 2018년 2580억원 대비 4분의 1 수준으로 감소하면서 배당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투자자들이 우려하자 배당 정책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것이다.

에쓰오일은 2019년 결산배당으로 보통주 1주당 200원(우선주 225원), 배당성향은 35.7%를 기록했다. 30% 이상을 유지하겠다는 배당성향 약속은 지켰지만 당기순이익 감소에 따라 주당 배당금은 2018년 750원 대비 73.3% 감소했다.

◇ '1조 적자', 배당 약속 못지킨 사유 포석될까

약속대로라면 올해 배당성향도 30%선으로 유지해야 하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다. 당장 중간 배당 실시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에쓰오일은 통상적으로 6월 중순 '중간(분기) 배당을 위한 주주명부폐쇄(기준일) 결정' 공시를 해왔다.

에쓰오일은 지난해 30%대의 배당성향 계획을 발표하면서 경영환경에 급격한 변화가 생길 경우 변경될 수 있다고 언급했다. 배당성향 기준 배당 약속을 이행하지 못할 경우에 대비해 포석을 깔아놓은 셈이다.

에쓰오일은 1분기 영업손실 1조72억원을 기록했다. 분기 영업적자가 1조원을 웃돈 적은 이번이 처음으로, 창사 이래 최악의 적자였다. 당기순손실도 8806억원을 기록했다.

배당성향은 당기순이익 중 배당금이 차지하는 비중을 의미한다. 실적이 감소하면 배당성향을 그대로 유지해도 배당금총액은 감소한다. 당기순이익이 적자가 나면 배당성향은 사실상 의미가 없다. 에쓰오일은 실적에 기반해 배당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실제로 실적이 부진했던 지난해 에쓰오일의 중간배당은 116억원으로, 전년 698억원 대비 큰폭으로 감소했다.

에쓰오일 관계자는 "아직 2분기 실적이 나오지 않은 상황이라 중간 배당 실시 여부를 논하기는 이르다"면서 "중간 배당 관련 결정된 것이 없다"고 말했다.

업계는 에쓰오일이 중간 배당을 실시하지 않을 가능성도 점치고 있다. 2분기 실적이 다소 회복된다고 하더라도 1분기 적자 규모가 워낙 커서 중간 배당이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다.


부채비율 상승으로 인한 금융비용 증가도 부담이다. 1분기 에쓰오일 영업활동현금흐름은 마이너스(-)7839억원을 기록했다. 1년 전 7256억원 플러스 현금흐름을 기록했던 것과 대조된다. 재무활동현금흐름은 같은 기간 -1102억원에서 1조8778억원으로 변화했다. 차입금이 대거 늘어났다는 의미다. 현금흐름표 상 차입금 증가액은 1조9797억원으로 2조원에 육박한다.

차입금 증가로 금융 비용 부담도 커졌다. 1분기 에쓰오일이 지급한 금융비용은 2445억원으로, 지난해 1분기 1056억원 대비 2배 이상 증가했다. 이자 지출이 증가한 상황에서 중간 배당 지출은 재무적으로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일각에선 에쓰오일이 재무적으로 힘든 상황이더라도 지난해 말 투자자와 배당 약속을 한 만큼 최소한의 성의는 보이지 않겠냐는 관측이 나온다. 우선주에만 우선 배당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에쓰오일은 적자를 기록했던 2014년 기말배당에서 보통주를 제외하고 우선주에만 주당 25원을 배당했던 전력이 있다.

업계 관계자는 "1조원이 넘는 적자는 정유업계가 생각도 해보지 못한 숫자이기 때문에 에쓰오일이 중간 배당을 챙길수 있는 여력이 있을지 의문"이라면서 "에쓰오일이 중간 배당을 건너뛰게 되면 2000년 도입 이후 20년 만에 중간 배당 전통이 깨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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