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하는 유안타 PMA]전직 '프롭 트레이더' 운용역의 '20년 무패' 신화③김진 도곡본부점 부장 "탄력적 넷익스포저 조절, 시장은 언제나 옳다"
김수정 기자공개 2020-06-22 13:34:50
[편집자주]
유안타증권 PMA(PB Managed Account)는 위탁매매 전문 PB가 운용하는 랩어카운트다. 오랜 기간 브로커리지 위주 영업을 이어오면서 확보한 주식 고수 PB들을 상품 비즈니스에 접목한 사례다. 유안타증권의 색깔이 짙게 묻어 있다. 올 들어 PMA는 유안타증권에서 취급하는 금융상품 중 가장 눈에 띄게 성장하고 있다. 더벨이 유안타증권 PMA 비즈니스 현황과 전망을 조명하고 유안타 PMA의 핵심 PB들을 만나봤다.
이 기사는 2020년 06월 22일 07:1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김진 유안타증권 금융센터도곡본부점 부장(사진)은 증권사 고유자산 운용 업무, 즉 프롭 트레이딩만 20년 가까이 해온 기관투자가 출신 프라이빗뱅커(PB)다.프롭 트레이더 시절 단 한 번도 손실을 낸 적이 없는 놀라운 기록을 소유했다. 금융위기 당시 전 증권사 프롭 데스크가 손실을 냈을 때도 플러스 성과를 냈다.
잃지 않는 투자의 비결은 신속하고 탄력적인 넷익스포저(Net exposure) 조절이다. 하락장에서 지체 없이 주식 비중을 줄이고 상승장에서는 주식 비중을 다시 차분히 늘린다. 주가가 오르는 대형주에 분산 투자하고 횡보하거나 하락하는 종목은 과감히 손절한다. '시장은 늘 옳다'는 철학을 바탕으로 시장 메시지를 제대로 읽기 위해 끊임 없이 공부한다.
◇"상승장만 참여, 오르는 주식 찾아 적정 포지션 구축"
김 부장은 1998년 유안타증권(당시 동양증권) 명동지점에 입사하면서 사회에 발을 내디뎠다. 2012~2014년 잠시 타 증권사 주식운용팀장으로 일했던 시기를 제외하고 줄곧 유안타증권에 몸 담았다. 2000년 지점 생활을 마친 이후 투자전략팀으로 발령이 나 리서치를 하기도 했다.
그러나 머지 않아 투자전략팀에서 파생돼 신설된 자산운용팀에 팀장으로 부임했고 이후 2017년까지 프롭 트레이딩을 지속했다. 2018년에는 유안타증권이 신설했던 헤지펀드운용팀 팀장으로 발탁됐다.
유안타증권이 헤지펀드운용팀을 다시 없애면서 프롭 데스크로 복귀했다가 작년 11월 지점행을 택했다. 김 부장은 "해가 다르게 사람이 바뀌는 프롭 데스크에서 20년 가까운 경력을 쌓을 수 있었던 데 대해 자부심을 갖고 있다"며 "프롭 운용을 너무 오래 하기도 했고 내 이름을 건 금융상품을 만들어 보고 싶다는 마음이 커 20년 만에 지점으로 다시 돌아왔다"고 말했다.
김 부장은 지점으로 나온 직후 PMA를 맡았다. 국내외 상장 주식과 상장지수펀드(ETF), 파생상품 등에 투자하는 글로벌 전략으로 기존 랩어카운트 상품들과 차별점을 만들었다. 유안타증권 전체 랩어카운트를 통틀어 글로벌 주식형 상품은 2개 뿐이다.
김 부장은 해외투자가 보편화되지 않았던 2008년부터 이미 해외 주식을 다뤘던 경험을 이 상품에 녹여냈다. 현재 포트폴리오에서 해외자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절반 수준이다.
김 부장의 투자는 변동성을 제한하면서 안정적으로 수익을 쌓는 스타일이다. 프롭 데스크 시절 그가 손실을 낸 적은 한 해도 없다. 2008년 금융위기 시기 모든 증권사 프롭 데스크가 손실을 냈을 때에도 김 부장은 수익을 냈다. '코로나19' 사태로 코스피가 1400선까지 폭락했던 지난 3월에도 김 부장의 랩 계좌 손실률은 작년 11월 말 설정 이후 누적 기준 최대 -8%에 불과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 하락률은 최대 30%를 웃돌았다.
하락장에서 이 같은 방어를 할 수 있었던 건 '절대 잃으면 안 된다'는 원칙에 충실했기 때문이다. 절대적인 수익률보다는 변동성 대비 성과를 나타내는 위험조정수익률을 중요하게 여긴다. 증권사 프롭 데스크라는 특수한 환경에서 장기간 주식을 운용하면서 정립한 스타일이다.
김 부장은 "운용 자산 규모가 보통 1000억~1400억원 정도였는데 10%만 깨져도 회사 순이익 규모를 감안하면 회사에 치명적인 손실을 입히게 되는 것"며 "프롭은 1년 단위로 끊기에 펀드처럼 하락 이후 회복할 충분한 시간이 없는 만큼 절대 중간에 손실이 나면 안 되는 환경이었다"고 설명했다.
손실을 내지 않기 위해 김 부장이 취하는 전략은 시황에 따라 주식 비중, 즉 넷익스포저를 20~80% 범위 내에서 탄력적으로 조절하는 것이다. 김 부장은 "자산배분, 포트폴리오 조정, 트레이딩 등 투자의 3단계 중 성과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건 투자자산 비중을 조절하는 자산배분 단계"라며 "개인투자자가 범하는 가장 큰 오류가 이 자산배분을 개인이 직접 한다는 것"이라고 지목했다.
김 부장은 하락장에서 좋은 종목을 찾으려 하지 않는다. 다만 상승하는 시장에 참여한다. 하락장에서는 지체 없이 넷익스포저를 줄이고 바닥에 가까워졌다는 판단이 들면 주식을 서서히 늘린다. 때문에 김 부장의 수익률 곡선은 벤치마크 대비 하락폭이 극히 작은 반면 반등 곡선은 다소 완만하다.
김 부장은 "아무리 강세장이어도 1년 중 주식시장이 좋은 국면은 6개월 남짓이기에 1년 내내 주식을 열심히 하지 않는다"며 "많이 벌면 좋지만 손실을 내지 않는 게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가 추구하는 수익률은 연 12~15% 정도다.
그가 투자하는 종목은 주가가 오르고 있는 종목이다. 상승세를 탄 종목을 발굴해 적정한 포지션을 구축하는 게 핵심이다. 주가가 오르지 못하거나 횡보하는 종목은 이미 포트폴리오에 담은 이후라도 언제든 제외한다.
하락하는 시장에서 주식비중을 줄이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또한 아주 특별한 예외 경우를 제외하고는 시가총액 2조원 이상 대형주 위주로 투자한다. 특정 종목이 아무리 좋아 보여도 포트폴리오에 5% 이상 편입하지 않는다.
김 부장은 "엄밀히 말하면 주가가 하락해서가 아니라 오르지 못할 것 같아서 매도하는 것"이라며 "주식의 효용은 주가가 상승했을 때 발생하는 것이기에 오르지 못하는 주식을 오르길 기대하면서 갖고 있는 건 의미가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기대이익률 대비 기대손실률이 클 때는 빨리 파는 게 잘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부연했다.
◇"끊임없는 연구, 시장 메시지 잘 읽고 적절히 대응"
김 부장의 자산배분 역량과 발 빠른 대응은 끊임 없는 연구와 공부에서 나온다. 김 부장은 매일 아침 6시에 출근해 세계 시황과 상품 가격, 경제 이슈를 체크한 뒤 A4용지 3~5페이지 분량으로 자체 전략서를 작성한다.
그리고 당일 시황에 크게 영향 받지 않고 그 전략서에 따라 투자한다. 시황 점검과 주식 매매는 하루 두 번만 한다. 김 부장의 평균적인 1년 회전율은 80% 정도다. 보통 주식형 펀드 회전율이 300~500%인 점을 감안하면 극히 작은 수준이다.
김 부장은 "운용 실력은 타고난 감각이나 긴 경력에서 그냥 나오지 않는다"라며 "경력 길다고 잘 하는 게 아니라 항상 인풋, 즉 지속적인 시장 조사와 연구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시황에 따라 고점 매도, 저점 매수에 성공했다고 쳐도 그건 내 실력이 아니라 운"이라며 "운에 성과를 맡길 바에야 그 시간에 공부를 더 하는 게 낫다"고 부연했다.
공부하는 습관은 입사 직후부터 만들어졌다. 국제통화기금(IMF) 사태 이후 취업 문턱이 훌쩍 높아졌던 시기에 김 부장은 가장 먼저 합격통보를 준 유안타증권을 선택했다. 이전까진 주식을 접할 기회가 전혀 없었기에 입사 이후 회계공부부터 시작했다.
퇴근 후 시간을 내 회계학원에 다니면서 재무제표 읽는 법을 배웠다. 본사 이동 이후엔 보다 전문적이고 원론적인 투자방법을 알기 위해 국제재무분석사(CFA)도 2단계까지 취득했다.
시장은 늘 옳다는 게 김 부장의 지론이다. 그의 표현에 따르면 '시장 친화적인 사람'이다. 때문에 시장이 주는 메시지를 잘 읽고 받아들여 적절히 대응하는 게 운용역의 역할이라고 본다. 또한 운용역의 틀린 판단을 자산운용의 최대 리스크로 생각한다.
때문에 알 수 없는 미래의 시장 흐름을 전망하려 하지 않고 다만 추세적인 시장 방향성을 확인한 뒤 대응한다. 운용전략을 수립할 때도 운용역의 전망이 작동하는 영역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주의다.
김 부장은 "나의 특별한 능력이라면 전세계 금융자산들의 움직임을 유기적으로 해석할 수 있는 능력"이라며 "매일 글로벌 금융시장이 우리에게 던지는 메시지를 잘 해석하고 따라가면 수익을 내는 거고 만약 손실을 본다면 시장의 이야기를 잘못 이해했기 때문일 것"이라며 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도 이런 원칙을 잘 지키면 운용 규모가 자연스럽게 커질 것"이라며 "특징과 차별점이 분명한 만큼 유안타증권 가판대의 '다이어트 콜라' 같은 상품으로 자리잡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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