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업 넥스트 오너십]내리막길 박종우號, 승계 마지막 퍼즐 '에듀테크'③주요계열사 대표직 수행, 재능이아카데미 확대 특명
최은진 기자공개 2020-06-24 09:23:24
[편집자주]
국내 학습지 돌풍을 일으키며 성장한 교육기업들이 1세대에서 2세대로 넘어가는 과도기에 진입했다. 교육열풍에 힘입어 조단위 그룹으로 성장한 데 따라 승계작업이 녹록지않다. 사양산업으로 전락한 학습지 대신 신성장 사업을 찾아야 한다는 임무도 2세대들에게 부담이 되고 있다. 국내 선두 교육기업들의 지배구조 및 승계 현황 등을 더벨이 살펴봤다.
이 기사는 2020년 06월 23일 07:4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JEI재능그룹의 경영권 승계는 이미 8부능선을 넘었다. 주요 계열사의 대표이사 자리에 창업주 박성훈 회장과 함께 아들 박종우 대표이사가 올라있다. 박 회장의 지분이 완전하게 박 대표에게 넘어가는 시점이 승계의 마침표가 될 것으로 보인다.하지만 갈길이 멀다. 교육외길을 걸어온 데 따라 재능교육 말고는 이렇다 할 신사업이 없다. 그나마도 박 대표 체제가 된 지난 6년간 상당부분 쪼그라들었다. 지분승계의 마지막 퍼즐을 맞추기 위해 재능이아카데미를 키워야 하는 과업도 병행해야 한다. 이 모든 난제가 재능그룹이 강드라이브 걸고 있는 '에듀테크' 사업에 달려 있다.
◇박종우, 2014년 첫 대표 선임…재능교육 부진에 全계열사 타격
JEI재능그룹은 독립성 및 전문성 강화를 위해 주력 계열사에 각자 대표이사를 두고 있다. 그러나 계열사 면면을 들여다보면 창업주 박성훈 회장 일가가 장악하고 있다.
재능홀딩스와 재능교육은 박 회장과 박 대표가 대표이사로 자리하고 있다. 재능이아카데미는 박 대표가 단독 대표이사를, 재능인쇄와 재능유통은 이헌우 대표이사가 담당한다. 사실상 주력 계열사는 전부 박 대표 체제 하에 있는 셈이다. 박 회장이 대표이사를 맡고 있지 않은 계열사의 경우 사내이사 및 감사 자리에 박 회장과 그의 아내 안순모씨가 자리하고 있다.
확고한 박 회장 체제 하에서 박 대표는 서서히 영향력을 넓혀가고 있다. 박 대표가 그룹 계열사의 대표이사 자리에 오른 건 2014년, 재능교육의 노사분규가 마무리 되던 시점이다. 재능교육 대표이사에 선임된 박 대표는 경영전면에 나서게 됐다. 이후 2017년 그룹이 지주사 체제로 전환된 후 재능홀딩스의 대표이사 자리에도 앉았다.
박 대표는 미시간주립대에서 마케팅학을 전공하고 재능교육 스스로교육연구소에 입사해 재능교육 부사장 등을 역임했다. 연구개발(R&D), 기업경영, 교육사업 관리 등의 업무를 맡았고, 최고운영책임자(COO)를 지내다 대표이사가 됐다.
하지만 박 대표 체제가 된 후 재능교육은 내리막길을 걸었다. 장기간 노사분규를 겪어온 데 따른 후유증이기도 했지만 이렇다 할 성장동력을 발굴하지 못한 전략의 실패 때문이기도 했다. 재능교육의 매출액은 박 대표가 취임하기 전까지만 해도 2000억원을 웃도는 실적을 기록했지만 현재는 1600억원 안팎에 불과한 수준이다. 지난해엔 영업외비용으로 수십억원이 빠져나가면서 순손실을 내기도 했다.
풍부한 현금흐름으로 무차입 경영기조를 유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순손실을 낸 건 전략의 전환을 시사하기도 한다. 더욱이 재능교육은 재능인쇄·재능유통·재능이아카데미 등 전 계열사의 자금원천 역할을 하고 있는만큼 실적부진의 타격이 크다. 매년 재능교육이 계열사에 지원하는 내부거래는 약 250억원 안팎이다. 해당 계열사들은 매출액 절반 이상을 재능교육으로부터 창출한다.
재능교육은 현재 신사업으로 에듀테크 사업을 밀고 있다. 교육채널 다변화를 위해 디지털 프로그램 등을 고도화 하는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올 3월 출시한 재능AI수학이 대표적이다. 학습지와 에듀테크를 결한한 어플리케이션 '재능이랑'을 출시하기도 했다.
◇'에듀테크' 재능이아카데미와 협업…지배력 승계 '결정적 역할'
박 대표는 재능교육의 실적을 회복시키는 것은 물론 신성장 동력을 발굴해야 하는 과업을 안고 있다. 이에 더해 재능홀딩스의 추가 지분승계를 위해 자금마련 대안도 모색해야 한다. 현재 재능홀딩스의 최대주주는 53%를 쥐고 있는 박 회장이다. 박 대표가 재능이아카데미를 통해 약 40%에 달하는 지분을 보유하고 있지만 박 회장의 지분을 능가할 만큼의 지배력이 필요하다.
박 대표가 박 회장의 지분을 직접 취득하거나 재능홀딩스와 재능이아카데미를 합병시키는 방안 등이 고려될 것으로 예상된다. 두 방안 모두 박 대표와 직접 지배력이 맞닿아 있는 재능이아카데미가 주축이 된다.
재능이아카데미와 재능홀딩스의 자산규모는 각각 1386억원, 4200억원으로 네배 가량의 차이가 있다. 만일 합병하는 방안이 활용된다면 박 대표의 지배력이 높은 재능이아카데미의 덩치가 더 커야 한다. 더욱이 실적도 부진하다. 재능이아카데미는 2017년 이후 내내 영업적자를 보고 있다. 매출 대부분을 그룹 계열사로부터 올리고 있지만 그나마도 계속 내리막길이다.
하지만 그룹 전사적으로 에듀테크 사업을 강화한 데 따라 재능이아카데미의 외연은 더욱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계열사 IT 및 온라인 학습지 시스템 구축을 담당하고 있는 만큼 에듀테크와 연결해 각종 사업을 공유할 것으로 예상된다. 에듀테크 사업에 재능이아카데미, 더 나아가 승계까지도 영향을 미칠 수 있게 되는 셈이다.
재능교육 관계자는 "40여년간 쌓아온 학습지 사업의 노하우와 IT 기술이 접목되면서 보다 면밀한 어댑티브러닝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라며 "앞으로도 교육외길 철학에 맞게 교육업에만 주력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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