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차, 부동산 매각서 보여준 '마른 수건 짜기’ 외부 매각주관사 선정 없이 직접 원매자 접촉, 거래 완료 전 담보 제공도
김경태 기자공개 2020-06-29 07:45:27
이 기사는 2020년 06월 25일 17:1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쌍용자동차는 최대주주인 마힌드라(M&M, Mahindra & Mahindra)가 애초 약속했던 투자를 철회한 후 자금난을 해소하기 위해 자산 매각에 나서고 있다.부동산을 매각하는 과정에서도 최대한 돈을 아끼기 위해 자문사를 통하지 않고 직접 원매자를 구하며 고군분투하고 있다. 또 자금경색을 해소하기 위해 거래가 완료되기 전 부동산을 담보로 제공하기도 했다.
◇부동산 매각주관사 선정 없이 직접 원매자 접촉…"수수료 절감 차원"
일반적으로 기업이 보유한 부동산을 외부에 팔 때 매각 실무를 담당할 자문사를 선정한다. 오피스빌딩이나 상업시설, 호텔 등은 쿠시먼앤웨이크필드, 세빌스코리아, 씨비알이(CBRE)코리아, 존스랑라살(JLL), 에비슨영코리아 같은 글로벌 부동산자문사와 협력한다. 공장이나 토지의 경우 회계법인과 함께 하는 경우가 많다.
자문사를 매각주관사로 선정하면 네트워크와 전문성을 활용해 부동산 매각을 수월하게 진행할 수 있다. 용역에 대한 대가로 수수료를 줘야 하지만, 부동산 매각을 흥행으로 이끈다면 부담스럽지 않다.
하지만 쌍용차는 다른 선택을 했다. 올해 초 마힌드라가 2300억원 규모의 투자 계획을 철회한 뒤 현금 확보를 위해 비핵심 자산 매각에 나서면서 부동산자문사와 협업하지 않고 직접 진행했다.
쌍용차 관계자는 "부동산 매각주관사를 선정할 경우 수수료 등 비용이 지출되기 때문에 직접 매각하는 방식을 택했다"고 말했다.
전문적인 부동산자문사의 도움은 받지 않았지만 원매자를 구하는 데 성공했다. 우선 부산 사상구 감전동에 있는 부산 물류센터를 매각했다. 올해 4월말 거래가 완료됐다. 매각가는 263억원이다. ㈜엠제이티, 케이엠에스㈜, 개인 L씨, ㈜엠제이락이 공유로 매입했다.
이어 쌍용차는 이달 1일 서울 구로동에 소재한 서비스센터를 약 1800억원에 매각하기로 했다. 지난달 중순 원매자를 경쟁 입찰을 진행해 피아이에이(PIA)자산운용 컨소시엄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고 매매계약을 체결했다. 매각 후 재임대(Sale&Lease-back·세일앤리스백) 방식이다.
여세를 몰아 경기 안성 인재개발원과 충남 천안·충북 영동 물류센터 등 비핵심 자산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쌍용차에 따르면 이 부동산도 별도의 매각주관사 없이 직접 진행하고 있다.
쌍용차 관계자는 "구로 서비스센터와 달리 지방에 있다 보니 비교적 호응도가 떨어지기는 하지만 거래 성사를 기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구로 서비스센터 거래 완료 전 담보 제공
마힌드라가 올해 4월 추가 투자 철회를 밝힌 뒤 쌍용차는 금융당국을 비롯한 정부 차원의 자금 지원을 기대해왔다. 하지만 금융위원회와 KDB산업은행은 쌍용차에 대한 지원에 보수적인 입장을 보였다. 쌍용차로서는 자체적인 노력을 통해 당면한 자금난을 해소해야 했다.
쌍용차의 자금 경색은 부동산 매각 과정에서도 드러난다. 매각금액 규모가 가장 큰 서울 구로 서비스센터는 아직 거래가 완료되지 않았다. 그런데 쌍용차는 구로 서비스센터를 인수예정자인 PIA에 담보로 제공했다. 채권최고액은 325억원이다. 채권최고액이 대출금액의 120~130%로 설정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250~270억원을 융통해준 것으로 보인다.
일반적으로 부동산을 매입하는 측에서 소유권 이전을 앞두고 가등기를 하는 경우가 있다. 부동산신탁을 활용하기도 한다. 하지만 담보로 제공하는 것은 흔치 않다는 것이 부동산업계의 설명이다.
쌍용차 관계자는 "구로 서비스센터의 경우 이달 말 잔금을 받고 거래가 완료될 것"이라고 밝혔다.
구로 서비스센터 매각 잔금이 들어오면 쌍용차에 가뭄 속 단비가 될 전망이다. 금융당국이 현 상황의 쌍용차에 지원이 어렵다는 입장을 확고히 했기 때문이다. 산은은 이달 있었던 간담회에서 쌍용차는 기간산업안정기금(기안기금) 지원 대상이 아니라고 못 박았다. 이동걸 산은 회장은 이달 있었던 간담회에서 구조조정기업 자금 지원의 원칙을 강조했다. 그간 쌍용차에 말을 아꼈던 것과 달리 작심 발언하면서 변화를 압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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