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장 애물단지서 복덩이로]레저 키우는 호반, 알짜 골프장 인수 후 '밸류애드'작년 초 서서울·H1클럽 연이어 매입, 리노베이션 등 고급화 전략
고진영 기자공개 2020-07-23 09:25:41
[편집자주]
골프장이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 퍼블릭과 회원제 불문 '풀 부킹'이 된지 오래다. 과거 취약한 재무구조 탓에 퇴출 1호로 몰리기 일쑤였지만 이제는 애물단지 신세를 벗었다. 영업실적이 고공행진하면서 회원권 시세는 수직상승했고 몸값도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차입 의존도가 높았던 사업장은 서서히 부채비율을 낮추는데 성공하고 있다. 주 52시간제와 온화한 기상여건에 더해 코로나19와 같은 외부 변수도 우호적인 경영환경을 만들고 있다. 더벨이 변화무쌍한 골프장 현장을 들여다봤다.
이 기사는 2020년 07월 21일 16:2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인수합병(M&A) 시장에서 호반그룹은 신중하기로 이름 높다. 적정가 이상이거나 미심쩍다 싶은 매물은 미련없이 손을 털고 나온다. 그런데 입맛 까다로운 호반그룹이 골프장 인수에는 유독 적극적이다.지난해 초 서서울CC와 H1클럽(옛 덕평CC)을 한 달 간격으로 잇따라 품에 안으면서 단숨에 골프사업 덩치를 키웠다. 최근 퍼블릭 전환이 대세지만 호반그룹은 사들인 골프장을 모두 회원제로 유지하면서 대대적 개보수로 고급화 전략을 펼치고 있다.
◇1년만에 골프사업 2배 확장, 영업이익 급증
호반건설은 국내외 4개 골프장에 모두 90홀을 운영 중이다. 하와이 현지법인이 운영 중인 와이켈레CC(18홀)를 제외하면 국내에서만 72홀을 보유했다. 애초 국내에 스카이밸리CC(36홀) 하나만 가지고 있었지만 서서울CC와 H1클럽 인수에 따라 규모가 2배로 확대됐다.
인수는 빠르게 진행됐다. 지난해 1월 H1클럽 매입을 발표하고 다음달 다시 서서울CC M&A를 결정했다. 딜을 워낙 깐깐하게 진행하는 호반그룹이다보니 이런 속도감은 의외라는 반응이 많았다.
수년 전부터 M&A 시장에 자주 모습을 드러냈지만 보수적 전략 탓에 실제로 인수를 마무리한 사례는 드물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작년 초까지만해도 골프장 매물은 별로 인기가 없었다. 2018년 국내 골프장 내장객이 8년 만에 줄어드는 등 업황이 좋지 않았던 점이 원인이었다.
하지만 2019년부터 골프산업은 다시 호황을 맞았다. 주52시간제 등의 영향으로 이용객이 다시 늘어나기 시작했다. 호반그룹이 운영 중인 골프장들의 실적 역시 급격히 확대됐다.
서서울CC를 운영하는 호반서서울은 지난해 23억원 가량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전년 12억원보다 2배 가까이 뛴 수치다. 같은 기간 호반써밋(H1클럽 법인)의 경우 4억원에서 11억원으로 170.28% 점프했다. 기존 골프장인 호반스카이밸리(스카이밸리CC) 역시 2018년보다 48% 이상 오른 55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며 실적 잔치에 동참했다.
서서울CC와 H1클럽 인수 뒤 마케팅 강화 등으로 내장객은 늘었는데 고정비용에는 크게 변화가 없었던 점이 호실적의 배경이다. 코로나19 여파에 골프 수요가 국내로 쏠리면서 실적 상승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호반 관계자는 ”종합레저기업으로 사업 다각화를 추진 중인 데다 기존 스카이밸리CC 등 이미 골프장 관련 노하우가 있고 이 분야가 성장할 것으로 예상해 인수를 한 것”이라며 “여러 골프장이 매물로 나왔지만 수익을 안정적으로 내는 매물을 신중하게 골랐다”고 말했다.
◇퍼블릭 전환 흐름에도 회원제 유지 ‘프리미엄 전략’
H1클럽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7개월에 걸쳐 코스를 전면적으로 리노베이션하고 이달 재개장을 마쳤다. 간판 역시 기존 덕평CC에서 H1클럽으로 바꿔 달았다. H에는 명예(honor), 상류사회(high society) 등의 의미를, 1에는 첫째나 으뜸의 뜻을 담아 고급화를 지향한다는 골프장의 성격을 분명히 했다.
당초 H1클럽은 국군 체력 훈련장이 모태이다보니 유격장으로 불릴 정도로 오르막 홀들이 많았다. 하지만 이번 개보수를 통해 기존 코스 특징을 유지하면서도 악명 높았던 홀들의 페어웨이 폭과 높이를 대폭 손봤다. 클럽하우스 착공 역시 앞두고 있다.
서서울CC의 경우 지난해부터 코스 리노베이션을 진행하고 카트 도로를 재배치하는 등 보수작업을 해왔다. 어려웠던 코스를 개선해 플레이 시간도 4시간 정도로 짧아졌다. 올해는 추가적으로 클럽하우스 리뉴얼도 진행할 계획이다.
최근 몇년 회원제 골프장들이 세금 감면 효과 등을 위해 줄줄이 퍼블릭 전환 카드를 꺼내면서 국내 골프제 시장은 대중제 중심으로 전환되는 추세인데 호반그룹의 행보는 이를 다소 비껴 있는 셈이다.
호반그룹은 과거 스카이밸리CC 인수 당시에도 비슷하게 밸류애드(Value-added) 작업을 진행했다. 2001년 대영루미나를 인수해 4년 뒤인 2002년 4월 36홀로 확장하면서 이름을 스카이밸리CC로 바꿨다. 5년 뒤에는 홀에 카트 길을 냈고 2012년에는 소규모 코스 개조를 적용했다.
추후 퍼블릭 전환 가능성에 대해 호반그룹 관계자는 “장기적인 검토 사항 수준”이라며 말을 아꼈다.
◇그룹 내 골프장 운영법인 지배구조는
스카이밸리CC와 서서울CC, H1클럽은 각각 호반스카이밸리, 호반서서울, 호반써밋이 운영법인이다. 이 가운데 H1클럽을 운영하는 호반써밋을 제외하면 모두 호반건설이 최대주주로 올라있다.
특히 호반서서울은 호반건설이 지분의 대부부인 99.3%를 보유 중이다. 호반스카이밸리는 호반건설이 호반프라퍼티와 지분 45%씩을 나눠갖고 있으며 나머지는 김상열 호반그룹 회장(5.5%), 그의 부인인 우현희 태성문화재단 이사장(4.5%)이 쥐고 있다. 호반스카이밸리는 또 하와이 와이켈레CC를 운영하는 미국법인 'Hoban E&C USA, Inc.'를 100% 종속회사로 거느리고 있다.
반면 호반써밋의 경우 호반산업이 100% 주주다. 매입 당시부터 호반산업이 인수주체로 나서 눈길을 끌었다. 호반산업은 김상열 회장의 차남인 김민성 상무가 지배하는 곳으로 사실상 건설 외 영역 M&A에 처음 나섰기 때문이다. 김 상무는 1994년생으로 올해 26세다.
그 전에는 김 회장의 장남 김대헌 부사장이 지배하는 호반건설이 주로 전면에 등장했다. 실제 호반건설은 호반스카이밸리 외에 레저분야에서 퍼시픽랜드, 리솜리조트 등을 인수한 바 있다.
호반산업은 애초 베르디움건설이라는 상호로 설립됐는데 호반티에스, 호반건설산업을 거쳐 지금의 이름으로 바뀌었다. 현재 김민성 상무가 지분 41.99%를 보유하고 있다. 호반건설(11.36%)과 호반프라퍼티(4.66%)가 지분 일부를 들고 있고 나머지는 자사주다. 김대헌 부사장 휘하 회사들과 별개의 지배구조가 만들어진 형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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