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장 애물단지서 복덩이로]삼성물산 리조트부문, 코로나19에 골프장만 살았다레이크사이드CC 통해 엿본 40% 영업이익률…2014년 '퍼블릭' 인수 전략 적중
이정완 기자공개 2020-07-22 08:34:34
[편집자주]
골프장이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 퍼블릭과 회원제 불문 '풀 부킹'이 된지 오래다. 과거 취약한 재무구조 탓에 퇴출 1호로 몰리기 일쑤였지만 이제는 애물단지 신세를 벗었다. 영업실적이 고공행진하면서 회원권 시세는 수직상승했고 몸값도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차입 의존도가 높았던 사업장은 서서히 부채비율을 낮추는데 성공하고 있다. 주 52시간제와 온화한 기상여건에 더해 코로나19와 같은 외부 변수도 우호적인 경영환경을 만들고 있다. 더벨이 변화무쌍한 골프장 현장을 들여다봤다.
이 기사는 2020년 07월 20일 16시29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삼성물산 리조트부문이 운영하는 에버랜드가 코로나19로 인해 한산해지고 워터파크 캐리비안 베이는 예년보다 늦게 개장한 가운데 골프장 사업만 나홀로 순항 중이다. 삼성물산이 2014년 인수한 자회사 레이크사이드CC의 실적이 이를 증명한다.삼성그룹 골프장 사업은 삼성물산 리조트부문에서 담당한다. 삼성물산은 1968년 안양CC 개장으로 골프장 사업을 시작했을 만큼 오랜 업력을 자랑한다. 이후 가평·안성·동래베네스트 및 글렌로스GC 등을 개장하며 총 162홀을 운영하고 있다.
리조트부문에서는 골프장 사업 외에도 에버랜드, 캐리비안베이 등 리조트 사업과 조경 사업을 펼치고 있다. 삼성물산 리조트부문은 올해 1분기 매출 736억원, 영업적자 386억원을 기록해 지난해 같은 기간 매출 1025억원, 영업적자 245억원 대비 매출은 30% 가까이 줄고 영업적자 폭도 1.5배 넘게 늘었다.
영업적자만 놓고 보면 리조트부문의 모든 사업이 부진했을 것으로 보이나 사실은 그렇지 않다. 레이크사이드CC를 운영하는 삼성물산 자회사 서울레이크사이드는 올해 1분기 매출 66억원에 당기순이익 10억원을 기록했다. 올해 1분기 리조트부문의 적자 폭 확대는 에버랜드와 캐리비안 베이가 코로나19로 영업에 직격탄을 입었기 때문이다. 통상 4월초 개장하는 캐리비안 베이는 올해는 6월부터 순차 가동을 시작할 수 있었다.
삼성물산이 운영 중인 다른 골프장은 레이크사이드CC처럼 자회사 형태가 아니라 리조트부문에 포함돼 실적이 집계되기 때문에 별도로 매출과 영업이익을 파악하기 어렵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운영 중인 골프장이 전반적으로 입장객과 매출이 증가하기는 했으나 단체 고객과 대형 행사는 평소보다 줄었다"고 말했다.
레이크사이드CC는 지난해에도 영업이익률 40%에 육박하는 수익성을 보이며 삼성물산 골프장 사업의 효자로 자리매김했다. 지난해 매출 505억원, 영업이익 190억원을 나타내 영업이익률 38%를 기록했다. 2018년에도 매출 484억원, 영업이익 177억원으로 유사한 수준의 영업이익률인 37%를 보였다.
삼성물산은 2014년 우리투자증권과 국내 연기금이 결성한 사모펀드 마르스제이호사모투자전문회사와 기존 최대주주 등으로부터 레이크사이드CC 지분 100%를 3500억원 인수했다. 형제간 경영권 분쟁 논란, 사모펀드 만기 도래 등으로 인해 당초 거론되던 가격보다 저렴한 값에 사들일 수 있었다. 레이크사이드CC는 2010년대 초반 현대중공업, 한화 등이 약 1조원에 인수를 희망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물산이 인수할 무렵 레이크사이드CC는 국내 골프장 시장이 포화 상태에 이르렀다는 시장 분위기 속에서 높은 가치를 인정 받지 못했다. 다만 골프장 시장이 퍼블릭 중심으로 재편되고 골프가 대중화되면서 레이크사이드 실적도 줄곧 상승세를 기록했다. 레이크사이드CC는 퍼블릭 36홀을 보유해 총 54홀(회원제 18홀)로 운영 중이다.
실적 상승 덕에 재무건전성도 양호해졌다. 삼성물산이 서울레이크사이드를 인수했을 때 부채비율은 119%였으나 현재는 이익을 통해 자본을 꾸준히 늘리며 부채비율이 91%까지 낮아졌다. 2018년부터는 자본이 부채를 역전하기 시작했다.
삼성물산의 골프장 사업은 오너 일가의 골프 사랑과도 관련이 있다. 우리나라에 골프가 대중화되지 않았던 1960년대 후반에 안양에 골프장을 지을 수 있던 것도 창업주 고 이병철 회장 덕이었다.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민간자본으로 지어진 한양컨트리클럽의 개장이 1964년이었으니 국내에서는 1세대 골프장에 속한다. 선대회장의 골프에 대한 애정은 이건희 회장을 거쳐 이재용 부회장에게로까지 이어졌다. 이 부회장은 2014년 영국 왕립골프협회 정회원으로 입회하기도 했다.
삼성그룹의 골프장은 경영주 일가의 애정으로 이어진 덕에 골퍼 사이에서 고급 골프장의 대명사로 잘 알려져있다. 안양CC는 지금까지도 국내 최고의 골프코스를 뽑을 때마다 선두권에 위치할 정도다. 가평베네스트CC 등 베네스트 브랜드를 공유하는 골프장 역시 회원제로 운영되며 명문 골프장으로 입지를 굳건히 하고 있다.
다만 최근 들어 삼성그룹의 골프장 운영 트렌드도 달라지고 있다. 1999년 개장한 글렌로스GC는 퍼블릭 9홀로만 구성돼 있지만 삼성그룹의 골프장 관리 역량을 유지하고 있어 회원제 같은 퍼블릭으로 유명하다. 레이크사이드CC도 삼성물산 인수 전에는 서울에서 가까운 우수한 입지조건에 비해 서비스가 아쉽다는 평이 많았지만 최대주주 변경을 계기로 탈바꿈했다는 평이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물산이 골프장마다 각자 도생을 주문한 까닭에 과거보다 라운딩 기회가 높아진 것은 사실"이라며 "비싼 그린피에도 불구하고 명문 이미지와 더불어 골프장서비스가 좋기 때문에 거의 풀 부킹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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