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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타항공 M&A]제주항공, 5월초 포기 가닥…'명분 쌓기' 막전막후베트남 기업결합신고 패스트트랙 미신청 등 '시간 지연' 전략적 행보

김경태 기자공개 2020-07-24 08:32:53

이 기사는 2020년 07월 23일 10:4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을 인수하지 않겠다고 확실히 못을 박았다. 제주항공은 내부적으로 약 두 달 전쯤 M&A를 포기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상태였지만 계약금 반환 등 향후 불거질 문제를 염두에 두고 시간을 지연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23일 이스타항공 M&A 거래 사정에 밝은 관계자에 따르면 제주항공은 이미 4월 말에서 5월초에 내부적으로 이스타항공을 인수하지 않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파악됐다. 당시 코로나19가 급속도로 확산하고 있는 상황이라 계약을 바로 해제하는 방안도 고려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계약금 반환 소송에서 협상력을 극대화하기 위한 명분 쌓기 차원에서 전략적 차원에서 시간을 지연시켰고, 이로 인해 공식적인 계약 해제 선언까지 석달 가량 걸렸다는 후문이다.

이를 뒷받침하는 명분 쌓기의 사례로는 베트남 기업결합신고가 거론된다. 애초 제주항공은 4월29일에 이스타항공 지분을 취득하려 했는데 연기했다. 베트남 등 해외 결합심사 승인이 아직 완료되지 않았다는 이유를 들었다.

제주항공은 베트남 기업결합신고 과정에서 패스트트랙 절차를 신청하지 않았다. 베트남 경쟁법령상 기업결합신고 의무 조약에 따르면 시장 점유율이 20% 미만인 기업에 대해서는 사전심사만 받으면 신고서 수령일로부터 30일 이내에 거래가 승인될 수 있다.

제주항공의 법률 전문가들이 검토한 만큼 해당 내용을 모를 가능성이 낮다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에 따르면 제주항공에 법률 자문을 제공한 국내 법무법인은 광장이다. 광장은 국내외에서 다양한 기업결합신고 자문을 제공한 최고의 하우스 중 하나라는 평이다.

여기에 베트남 현지의 법무법인도 선임해 자문을 받았다. 현지 사정에 밝은 법률 전문가들은 패스트트랙의 존재와 제주항공이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을 인지할 수밖에 없었다는 지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빠른 절차를 밟지 않은 배경에는 시간을 최대한 지연해 협상력을 높이겠다는 의중이 반영된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그 후 제주항공은 이스타항공 측과의 대화 채널을 문서로 제한하면서 최대한 거리를 뒀다. 이후 7월7일 베트남 기업결합심사가 끝났다고 밝혔다. 제주항공에 책임이 있던 국내외 결합심사가 모두 완료되면서 이스타항공의 선행 조건 이행을 더 강하게 주장할 수 있게 됐다.

이밖에 다른 선행 조건에 대한 문제제기도 명분을 쌓는데 도움이 됐다. 6월에는 이스타항공의 체불 임금에 대한 갈등이 불거졌다. 제주항공은 이스타항공이 체불한 임직원 임금과 유류비 등 미지급금 1700억원을 해결해야 인수계약이 마무리된다고 주장했다.

이스타홀딩스는 제주항공이 책임져야 할 부분이라고 주장했다. 이 과정에서 이스타항공 창업주인 이상직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지분 헌납 발표가 있기도 했다. 이달 초에는 이스타항공 노조가 제주항공 측의 셧다운 지시 녹취파일을 공개했다. 제주항공은 셧다운과 구조조정 지시를 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서로가 팽팽히 맞서는 동안 협상은 진전되지 못했고 시간만 흘렀다.

이달 16일에는 계약 해제가 가능하다고 이스타홀딩스를 압박하면서 협상 테이블에서 밀어냈다. 이 시점에서 이미 계약 해제를 최종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 정부의 중재 노력 등을 고려해 계약 해제 최종 결정 및 통보 시점을 정하기로 했다.

이스타홀딩스에 최후 통첩을 하기 직전 정부와는 소통하되 최대한 보안 유지에 신경썼다. 김이배 제주항공 사장과 이석주 AK홀딩스 대표는 21일 국토부 관계자들을 만나 이스타홀딩스에 인수 포기를 알리겠다고 설명했다.

이어 김 사장은 22일 송옥주 환경노동위원회 위원장(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주재한 저비용항공사(LCC) 사장단 간담회에 참석했다. 이날 간담회 장소에 입장하기 전, 간담회가 끝난 이후 김 사장에 기자들의 질문이 쏟아졌지만 입을 굳게 다물었다.

이스타항공 관계자는 "제주항공의 인수 포기와 관련해 사전 연락을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스타항공 측은 계약 해제에 대한 모든 책임은 제주항공에 있다고 주장하며 모든 조치를 강구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스타항공 측은 "제주항공의 주장은 주식매매계약서에서 합의한 바와 다르고 제주항공은 계약을 해제할 권한이 없다"며 "오히려 제주항공이 주식매매계약을 위반하고 있다"라고 주장했다. 이스타항공 측은 "제주항공의 주식매매계약 이행을 촉구하며 계약 위반/불이행으로 인한 모든 책임은 제주항공에게 있다"라며 "이스타는 1500여명의 임직원과 회사의 생존을 위해 모든 조치를 강구하겠다"라고 밝혔다.
22일 송옥주 환경노동위원장과 LCC 사장단 간담회가 종료된 후 엘리베이터에 탑승한 김이배 제주항공 사장에 기자들이 질문하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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