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타항공 M&A]제주항공, 카운터파트너는 정부? 매각주체 '배제' 전술이스타홀딩스 협상 테이블서 밀어내…인수 포기 명분 쌓기
김경태 기자공개 2020-07-17 14:59:03
이 기사는 2020년 07월 16일 15시52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 M&A를 벼랑 끝으로 몰아가고 있다. 이스타홀딩스가 계약 선행조건을 완결하지 않았다면서 계약 해제가 가능하다고 압박했다. 이어 정부를 언급하면서 매각주체인 이스타홀딩스를 협상테이블에서 밀어냈다.정부와 협상을 벌여 최대한 지원을 받아내고, 최후의 수단으로 '인수 포기'의 명분을 쌓고 있다는 분석이다.
제주항공은 이날 입장자료를 통해 15일 자정까지 이스타홀딩스가 주식매매계약의 선행조건을 완결하지 못해 계약을 해제할 수 있게 돼 밝혔다. 15일 이스타홀딩스로부터 계약 이행과 관련된 공문을 받았지만 계약 선행조건 이행 요청에 대하여 사실상 진전된 사항이 없었다는 설명이다.
제주항공은 이스타홀딩스에 계약 해제를 언제든지 끝낼 수 있는 위치에 서게 됐다는 점을 강조했다. 아울러 "정부의 중재노력이 진행 중인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계약 해제 최종 결정 및 통보 시점을 정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스타항공 내부 관계자들에 따르면 사내에서는 이날 제주항공이 긍정적인 내용을 발표할 것이란 기대감이 형성돼 있었다. 제주항공 관계자들이 최근 고용노동부와 접촉했는데 어느 정도 협의가 이뤄졌다는 소식이 내부에 돌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제주항공의 입장 발표는 기대와 다른 방향으로 이뤄졌다. 제주항공이 매각주체이자 거래 상대방인 이스타홀딩스를 협상 테이블에서 밀어내고 M&A 논의에서 입지를 축소하려는 전술로 풀이된다. 동시에 카운터파트너(Counter Partner)를 정부로 만들어 협상력을 극대화하려는 것으로 해석된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제주항공의 오늘 발표는 입장 변화라고는 보지 않고 그간 밝혀왔던 일정에 맞춰 발표한 것이라 본다"며 "어찌보면 기존의 입장을 반복한 것뿐"이라고 말했다. 이어 "다만 이스타항공과 제주항공과의 거래가 결국 정부와 제주항공와의 거래로 바뀐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스타홀딩스 역시 이날 제주항공의 입장을 반박하는 내용을 곧바로 발표했다. 이스타항공과 이스타홀딩스는 제주항공과 주식매매계약서 상의 선행조건을 완료했다고 밝혔다. 이어 "선행조건이 완료된 만큼 속히 계약완료를 위한 대화를 제주항공에 요청드린다"고 덧붙였다.
김유상 이스타항공 전무(경영기획본부장 겸 재무본부장)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저희는 선결조건은 다 이행했고 추가적으로 요청한 미지급금은 노력은 하고 있지만 사실 불가능한 것"이라며 "1700억원이 있으면 회사를 왜 팔겠는가"라고 말했다. 이어 "표준계약서에 따르면 미지급금의 경우 매수자가 부담하게 돼 있는 것"이라며 "미지급금은 M&A 당사자 간 매매가격에 다 반영이 되는 건데 추가로 요청하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KDB산업은행과 한국수출입은행 등은 이스타항공 M&A 계약 타결을 전제로 제주항공에 인수금융으로 1700억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 금액으로 미지급금 해소와 경영정상화 등을 달성하기는 쉽지 않다는 업계 일각의 분석이 나왔다.
제주항공 역시 코로나19로 인한 항공업황 악화로 악영향을 받는 상황이다. 올해 1분기 연결 매출은 2292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41.7% 감소했다. 영업손실은 657억원, 당기순손실은 1014억원으로 각각 적자 전환했다.
이스타항공을 인수해 끌고 가기 위해서는 추가적인 자금 소요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이 때문에 금융당국으로부터 1700억원에 '플러스알파(+α)'를 얻어내기 위해 벼랑 끝 전술을 펼치게 됐다는 분석이다.

이어 이스타항공 인수마저 무산된다면 잇단 M&A 실패를 겪게 된다. 더구나 이스타항공 M&A에서는 거래 상대방에 책임을 전가시키는 것으로 비춰졌다. 향후 다시 M&A 시장에 등장하더라도 시장의 신뢰를 받기 어려울 수 있다.
금융당국을 비롯한 정부로부터 1700억원 외에 플러스알파를 얻어내더라도 고민거리는 남는다. 현재 이스타항공 내부뿐 아니라 외부에서도 주식을 사고파는 일반적인 M&A가 아닌, 제주항공이 정부의 지원을 받아 이스타항공을 인수하는 구조가 됐다고 지적하고 있다. 자금 지원을 받는다면 그만큼 정부 차원에서 세밀히 관리할 수밖에 없는 만큼 제주항공의 경영 활동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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