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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 물류자회사 파장]10년 만의 물류업 진출 시도…롤모델은?물류기업 M&A 잇단 실패, 자회사 설립 우회 전략…내부거래 등에 업고 포식자 성장 가능성

박상희 기자공개 2020-09-14 08:28:35

[편집자주]

포스코그룹은 지난해 물동량 약 1억6000만톤, 물류비 약 3조원에 달하는 초대형 화주다. 국내 대형 철강사 가운데 유일하게 물류기업이 없는 기업이기도하다. 돌연 포스코가 물류 자회사 설립을 공식화하면서 물류·해운업계는 기존 생태계를 흔들 수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포스코 최초 재무통 출신 CEO인 최정우 회장의 물류비 혁신 '승부수'가 어떤 나비효과를 가져올지 더벨이 들여다본다.

이 기사는 2020년 09월 09일 15:13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내 재계 서열 10위권 그룹사 가운데 물류 자회사가 없는 기업은 한 두 곳에 그친다. 대다수 그룹사들은 물류 자회사를 휘하에 두고 있다. 재계 순위 6위인 포스코그룹은 핵심인 철강회사 포스코를 비롯해 상사 비즈니스를 하는 포스코인터내셔날 등이 물류업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음에도 물류회사로 볼 수 있는 계열사가 없었다.

국내 재계는 물류 자회사를 일감 몰아주기를 통해 기업 가치를 키우고 종국엔 승계를 위한 재원 마련으로 활용하는 경우가 많았다. 공정위나 시민단체에서 재계 물류 자회사를 곱지 않은 시선으로 본 이유이기도 하다. 포스코는 뒤늦게 물류 자회사 설립을 공식화했다. 포스코의 물류 자회사 설립은 승계 이슈가 있는 다른 그룹사와는 결이 다르다.

◇몸집 줄이기 나선 가운데 '물류 자회사' 설립 공식화 '왜'

포스코는 2014년부터 혹독한 구조조정에 나섰다. 비핵심 철강 사업과 저수익·부실 사업을 대거 정리하고 유사 사업부문을 합병해 효율성을 높였다. 한 때 71개까지 늘어났던 국내 계열사는 2018년 초 기준 38개가 됐다. 같은 기간 해외계열사는 181개에서 124개로 줄었다.

스테인리스 봉형강을 생산하던 포스코특수강은 경영실적이 양호했지만, 장기적인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업종 전문화가 필요하다고 판단해 매각했다. 철강 가공 유통 계열사 포스코P&S, 포스코AST 등은 포스코대우로 단일화해 시장대응력을 높였다. 이 외에도 포뉴텍 등 비핵심 사업은 매각하고, 국내외 부실사업은 과감히 철수했다.

최정우 회장 체제 들어서도 계열사 수는 큰 폭의 변동을 보이지 않았다. 반기보고서 기준 국내 계열사는 33개로 줄었고, 해외 계열사는 131개 안팎을 유지하고 있다. 때문에 그간 몸집 줄이기에 주력해왔던 포스코의 자회사 설립 발표는 업계의 주목을 끌수밖에 없다. 더욱이 포스코가 대주주로 출자해 설립하는 자회사는 물류기업을 표방한다.


포스코의 물류업(육해공) 진출 시도는 생각보다 역사가 깊다. 포항제철 시절인 1983년 해운업 진출을 시도했지만 실패했다. 이후 박태준 회장 시절인 1990년 대주상선(거양해운으로 사명 변경)을 설립하며 해운업에 진출했다. 다만 거양해운은 4대 회장으로 취임한 김만제 회장이 1995년 한진해운에 매각했다.

이후 포스코 계열사로 편입된 포스코대우인터내셔널(현 포스코인터내셔널)이 2009년 대우로지스틱스의 대주주 지분 27.5%를 인수하며 해운업 진출을 시도했지만 해운업계 반대로 무산됐다. 비슷한 시기 대한통운 인수전에서도 CJ그룹에 고배를 마셨다.

재계 관계자는 "그간 포스코는 몇 차례 물류회사 M&A에 실패했다"면서 "이번엔 방법을 바꿔 자회사 설립을 통해 물류업에 진출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물류기업 담합, 트리거 작용" 분석…업계 '통행세, 신호등 입찰' 우려

포스코그룹의 물류 자회사인 포스코GSP(가칭) 설립은 최근 포스코와 협력관계에 있던 물류업체의 담합이 직접적인 트리거가 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포스코는 포스코GSP 설립을 5월 공식화 했는데 이에 앞서 4월 CJ대한통운과 세방, 유성티엔에스, 동방, 서강기업, 로덱스, 동진엘엔에스, 대영통운에 10억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이들 8개사는 올 1월 포스코의 철강제품 운송서비스 입찰과정에서 가격 등 담합행위를 벌여 공정거래위원회에 적발됐다. 공정위는 이들 업체에 7월 시정명령과 함께 46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물류 경험이 없는 포스코로서는 '울며 겨자먹기'로 입찰에 응하는 물류업체를 믿을 수 밖에 없는데 18년 동안의 담합 행위로 인해 신뢰관계가 이전과 같을 수 없게 됐다"면서 "포스코가 물류 자회사 설립을 통해 '앉아서 당하고만 있지는 않겠다'라는 의지를 보여준 것"이라고 말했다.

관련업계는 포스코가 일종의 '통행세'를 거두는 방식으로 포스코GSP를 키울 것으로 보고 있다. 계열사를 포함한 지난해 포스코의 물동량은 약 1억6000만톤으로, 물류비만 약 3조원에 달한다. 막대한 물량을 자회사가 배정하게 되는 만큼 자회사의 중간마진을 뺀 저가 계약 압박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한 해운사 관계자는 "현대글로비스를 계열사로 두고 있는 현대제철을 예로 들면 현대제철과 직접 계약하는 경우도 있지만 현대글로비스를 통해 계약을 맺는 경우도 많다"면서 "포스코도 물류 자회사가 생기면 자회사를 통해 계약을 하려 할텐데 해운사 입장에선 자연스럽게 '통행세' 걱정이나 '신호등 입찰' 같은 가격 압박에 내몰릴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포스코는 이같은 업계 관측이 사실과 다르다는 입장이다. 일각에서 주장하는 통행세 이슈 등은 신설 물류법인의 실체와 다르다는 것이다. 포스코 관계자는 "통행세란 거래과정에 실질적인 역할이 없는 특수관계자를 매개로 둬 이들 회사에 중간 수수료를 지불하는 행위인데, 이는 공정거래법을 위반하는 것"이라면서 "포스코GSP는 포스코 및 그룹사에서 물류업무를 담당하던 임직원들을 한데 모아 일상적으로 하던 업무를 더욱 효율적으로 수행하는 것이므로 통행세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포스코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관련업계는 포스코가 점차 물류 자회사에 힘을 실어줄 것으로 보고 있다. 포스코GSP가 현대글로비스와 같은 전철을 밟지 않겠느냐는 관측이다. 현대차그룹 물류사업을 위해 설립된 현대글로비스는 약 20년 만에 연간 매출 18조원에 달하는 종합물류사로 도약했다. 비계열 물량을 꾸준히 확대해 최근 전체 매출에서 현대차그룹이 차지하는 물량은 절반 수준에 그친다.

재계 관계자는 "물류업에 뒤늦게 뛰어든 포스코는 앞서 다른 그룹사가 물류기업을 어떻게 키우고 성장시켰는지를 다 봐왔다"면서 "막대한 물동량을 등에 엎은 포스코GSP는 단숨에 매출 규모를 키울 수 있고 이후에 비계열 물량을 늘리는 방식으로 물류업계 강자로 성장하는 것을 목표로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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