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해외법인 점검]4.4조 웃돈 준 하만, 인수 4년만에 첫 반기손실⑤코로나19 자동차 업황 부진 직격탄‥운영자금 조달 가속화
김슬기 기자공개 2020-09-15 08:32:52
이 기사는 2020년 09월 14일 14:3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삼성전자가 미래신성장동력 발굴을 위해 인수한 자동차 전장업체 하만(Harman)이 올해 코로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영향을 크게 받았다. 상반기 글로벌 자동차 업황이 악화되면서 피인수 4년여만에 반기 적자를 냈다. 상반기 하만은 운영자금 조달을 위해 모회사인 삼성전자의 지급보증을 받은 것으로 파악됐다.삼성전자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상반기 하만은 매출액 3조6261억원, 반기순손실 9340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했을 때 23% 감소했다. 반기순손익의 경우 순이익 189억원에서 올해 상반기 적자로 전환했다. 하만의 실적은 미국 내 위치한 하만 본사 뿐 아니라 종속기업의 실적을 반영한 연결 기준이다.
현재 하만의 자산규모는 삼성전자 미국 판매법인(SEA)과 베트남 타이응웬성 생산법인(SEVT) 다음으로 크다. 올 상반기 삼성전자 주요 종속기업 25개 중 적자 법인은 하만과 삼성디스플레이 베트남법인(SDV) 뿐이다. 특히 3년동안 하만이 벌어들인 순이익 규모보다 올 상반기에 낸 손실이 컸다.
2016년말 삼성전자는 하만 인수에 9조2727억원을 썼다. 이 중 4조4489억원이 영업권이었을 정도로 미래 성장가치를 높게 평가했다. 2017년 3월 10일자로 연결 기준으로 편입됐다. 인수 당시 110개의 종속기업이 편입됐으나 현재는 68개의 법인이 남은 것으로 파악된다. 인수 후 불필요한 법인의 통합과 청산 과정을 거치면서 경영효율화를 꾀했다.
하지만 올해 상반기 하만의 실적은 2017년 삼성전자에 인수된 이후 가장 저조하다. 인수 첫해 매출은 7조원대였으나 2019년 10조원을 돌파했다. 당기순이익 규모는 400억원대에서 2000억원대로 변동폭은 컸지만 연간 적자를 내진 않았다. 상반기 경영상황만 놓고 본다면 매출액은 전년대비 감소하고 흑자전환도 쉽지 않아보인다.
올 상반기 부진의 원인은 글로벌 자동차업황 부진이 가장 크다. 코로나 19 확산으로 상반기 주요 완성차 업체 대부분이 생산물량을 축소했다. 올해 글로벌 자동차 생산량은 전년대비 19%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 측에 따르면 완성차 생산 중단 뿐 아니라 소매점 영업 중단 등도 하만의 사업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고 대규모 모임 및 이벤트 축소 등으로 프로페셔널 오디오 솔루션 사업도 부진했다. 여기에 유럽 내 공장 이전 관련된 일회성 비용도 발생했다.
악재가 겹치면서 하만은 자금 조달에도 대비한 것으로 보인다. 올 들어 삼성전자는 하만 본사에 1000억원, 중국 내 하만 홀딩스는 300억원 등 총 1300억원에 대한 채무보증한도를 열어줬다. 지난해 11월에는 일본법인(250억원), 러시아법인(150억원), 미주 내 생산법인 등(150억원) 등 총 550억원의 채무보증한도를 열어줬다. 아직 대출이 일어나진 않았지만 일종의 마이너스 통장을 열어둔 것이다.
그나마 고무적인 부분은 하만의 대표 제품의 전세계 시장 점유율이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디지털콕핏(Digital Cockpit)의 올 상반기 시장점유율은 27.1%로 전년말에 비해 2.3%포인트 상승했다. 2018년에는 18.8%였다. 디지털콕핏은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등을 통해 안전한 운전 환경을 제공하는 디지털 전장부품을 뜻한다. 또 회사 측은 하반기 자동차 업황 개선과 소매용 오디오 판매 증가에 기대를 걸고 있다.
내년에는 하만과 삼성전자가 공동으로 개발한 5세대(5G) TCU(차량용 통신 장비)가 BMW의 전기차 '아이넥스트(iNEXT)'에 탑재된다. 이번 공급은 삼성전자와 하만이 공동 개발한 제품의 첫 수주로 내년부터 성과가 본격화될 것으로 관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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