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방산 빅딜 후 5년]만개 시작한 방산, 재계 '빅5' 노린다①2015년 테크윈·탈레스 인수 이후 재계 순위 15위→7위 '껑충'
박기수 기자공개 2020-09-17 08:58:56
[편집자주]
한화그룹의 창업이념은 사업보국(事業報國)이다. 기업을 통해 국가사회에 보은한다는 의미다. 6·25 전쟁 후 나라를 다시 일으켜야 한다는 김종희 창업주의 정신이었다. 김승연 회장의 의지로 이뤄진 삼성과의 빅딜 이후, 한화는 국내 방산 부문의 압도적 선두주자가 됐다. 한화에서 조용히 꽃핀 방산 사업의 현주소를 더벨이 짚어봤다.
이 기사는 2020년 09월 15일 08:1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방산 사업은 특성상 정부 부처와의 호흡이 중요하다. 민간 기업이 새로운 무기 체계를 생산해내려면 정부의 허가가 있어야 한다. 무기나 전투 장비를 수출하는 것도 혼자서 결정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이런 상황에 방위사업청 등 기관과 방산기업은 줄곧 '갑·을 관계'로 비춰진다. 쉽게 말해 민간 기업이 정부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일반 제조업을 영위하는 기업들보다 눈치 볼 곳이 더 많은 방산업을 두고 '진입 장벽이 높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최근 방산업계에서 제기되는 이슈 중 하나는 방사청 등 정부기관과의 갑을관계를 타파하는 것"이라면서 "기본적으로 사업권을 따야 하는 주체(기업)와 사업권을 주고 개발 및 수출 등을 허가하는 주체(정부)가 명확하기 때문에 민간 기업 입장에서는 정부 기관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었다"고 말한다.
이런 민감한 방산 사업을 과감하게 품고 조용하게 꽃 피우고 있는 그룹이 있다. 재계 순위 7위에 올라있는 한화그룹이다. 화약 사업이 모태 산업이었던 한화그룹의 '사업보국' 정신은 현재 진행형이다. 이제는 사업보국을 넘어 '사업호국'을 외치고 있다.
현재 한화그룹은 방산 부문의 국내 민간 기업 중 압도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다만 이러한 위상을 차지한게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방산 사업으로 꽃을 피울 수 있었던 한화그룹의 역사는 201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15년 이전까지만 해도 한화그룹에서 방산 관련 사업을 하는 곳은 지주사 격인 ㈜한화가 유일했다. 규모도 현재에 비하면 크지 않았다. 모태 사업인 화약 사업이 무기체계 사업과 관련이 깊었다. 이외 사업으로는 산업기계와 공작기계 제조, 항공기 부품 제조 등 기계사업에 깊이 관여하고 있었다.
당시 한화는 태양광 중심의 미래 먹거리 산업에 공격적으로 투자하고 있었다. 독일 큐셀사를 인수하는 등 태양광 제조업에 보폭을 크게 넓히고 있었다. 이때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사진)이 청사진을 제시했다. 화학(태양광)과 함께 그룹의 두 축중 하나로 모태 사업인 방산 사업을 내세웠다. 한화 측의 선제안으로 시작된 삼성과의 빅 딜 스토리는 이미 재계의 유명한 이야기다.
결국 2015년 6월 말, 한화그룹은 ㈜한화를 통해 삼성테크윈 지분 32.4%과 삼성탈레스 지분 50%를 총 8232억원에 인수했다. 항공기 엔진·부품 등의 엔진사업과 에너지 장비, 자주포·탄약운반차 등의 방산 사업의 비약적인 확대는 물론 CCTV·저장장치 등의 시큐리티 사업과 칩마운터 등의 산업장비 부문까지 포트폴리오를 늘리는 순간이었다.
실제 삼성으로부터 들여온 방산 업체들은 한화그룹 밑에서 매년 몸집을 불려나갔다. 삼성과의 빅딜 이후 한화그룹은 방산 사업 부문의 효율화를 위해 대수술에 들어간다. 삼성테크윈의 사업 부문을 쪼개고 법인들 간 사업을 이합집산하며 체계적인 지배구조를 정립했다. 현재 삼성테크윈은 여러 차례 변신을 거쳐 '한화에어로스페이스'로 거듭나 방산 부문의 지주사 역할을 맡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자산총계와 매출 추이를 보면 한화 방산의 성장세를 느낄 수 있다. 한화 편입 전인 2014년 말만 해도 한화에어로스페이스(삼성테크윈)의 자산총계는 3조6017억원에 불과했다. 현재는 산하에 한화디펜스, 한화파워시스템, 한화정밀기계 등 계열사들을 보유하게 된 한화에어로의 자산총계는 10조원을 바라보고 있다(상반기 말 기준 9조7101억원).
매출 역시 연간 5조원을 돌파했다. 작년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연결 매출은 5조2641억원이다. 삼성그룹 시절 막바지인 2014년과 비교하면 약 2배 성장했다. 당시 연간 매출은 2조6156억원에 불과했다.
빅딜은 재계에서 한화그룹의 위상에 절대적인 영향을 끼쳤다. 매년 공정위가 발표하는 재계 순위와 자산총액의 추이만 살펴봐도 이를 실감할 수 있다.
방산 빅딜 이전인 2014년을 기준으로 발표한 한화그룹의 재계순위(2015년 발표)는 15위였다. 자산총액도 38조원에 그쳤다. 빅딜 이후 한화그룹은 8위로 무려 7단계를 껑충 뛰어올랐다. 자산총계 역시 단숨에 16조7000억원이 늘어나 50조원대 그룹으로 거듭났다.
이후 방산 사업의 성장은 한화그룹을 계속 성장시켰다. 올해 공정위가 발표한 한화그룹의 재계순위는 7위다. 자산총액도 약 72조원으로 6위 포스코와의 격차를 약 8조원으로 좁혔다. 김승연 회장의 5년 전 결단이 결과적으로 한화그룹을 국내 '빅5'까지 바라볼 수 있게끔 한 셈이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관련기사
best clicks
최신뉴스 in 전체기사
-
- [북미 질주하는 현대차]윤승규 기아 부사장 "IRA 폐지, 아직 장담 어렵다"
- [북미 질주하는 현대차]셀카와 주먹인사로 화답, 현대차 첫 외국인 CEO 무뇨스
- [북미 질주하는 현대차]무뇨스 현대차 사장 "미국 투자, 정책 변화 상관없이 지속"
- 수은 공급망 펀드 출자사업 'IMM·한투·코스톤·파라투스' 선정
- 마크 로완 아폴로 회장 "제조업 르네상스 도래, 사모 크레딧 성장 지속"
- [IR Briefing]벡트, 2030년 5000억 매출 목표
- [i-point]'기술 드라이브' 신성이엔지, 올해 특허 취득 11건
- "최고가 거래 싹쓸이, 트로피에셋 자문 역량 '압도적'"
- KCGI대체운용, 투자운용4본부 신설…사세 확장
- 이지스운용, 상장리츠 투자 '그린ON1호' 조성
박기수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
- [기업집단 톺아보기]'적자 늪' 빠진 대한유화, 불황기 현금흐름 관리법은
- [유동성 풍향계]10조 또 푸는 삼성전자, 3년전 특별 배당과 비교하면
- [유동성 풍향계]사업은 잘되는데…경영권 분쟁에 현금 마른 고려아연
- [LG의 CFO]여명희 전무, 36년 LG유플러스 '한 우물'
- [LG의 CFO]이노텍 LED 역사의 '산 증인' 김창태 LG전자 부사장
- [기업집단 톺아보기]대한유화, 'KPIC코포'의 옥상옥은 어떻게 탄생했나
- [비용 모니터]K-배터리 감가상각 역습, 캐즘과 맞물린 과투자 상흔
- [유동성 풍향계]LG그룹, 작년보다 현금흐름 일제히 악화…투자도 위축
- [IR 리뷰]LG엔솔·전자, 돋보이는 IR의 '디테일'…주주 소통 '진심'
- [2024 이사회 평가]롯데정밀화학 이사회, 100점 만점에 '70점'